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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크런치 모드' 시달리는 게임업계…유연근무제 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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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시간 노동에 연이은 직원 과로사 '악몽'…업계 종사자 "경영진 근본 인식변화 필요"

아시아경제

서울 도심 건물 사무실에서 직장인들이 야근을 하고 있다. 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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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손선희 기자] 연이은 직원 과로사로 사회적 논란을 일으켰던 게임업계가 장기간 노동 등 근무관행 개선에 적극 나서고 있다. 야근을 줄이기 위해 근무 시스템을 바꾸는 방식이 대표적인데, 일각에선 본질적 문제를 피해가는 것이란 회의적 시각도 나온다.

8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엔씨소프트와 NHN엔터테인먼트 등이 '크런치 모드' 논란 이후 유연근무제를 도입했다. 크런치 모드란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직원이 수면ㆍ영양 섭취 등을 희생하며 장시간 근무하는 것을 일컫는 용어다. 관행적인 크런치 모드가 게임업계 종사자들의 연이은 과로사 원인이란 게 대체적 시각이다.

엔씨소프트는 이달 중 유연 출퇴근제를 시범 운영하기로 했다. 1주 40시간 근무를 원칙으로 하되, 출퇴근 시간을 오전 7시부터 10시 사이 30분 단위로 개별 선택할 수 있게 한다. 게임 출시를 앞뒀거나 베타 테스트 기간 등 집중근로가 필요한 경우엔 근로기준법 51조에 근거한 '탄력적 근로시간제' 도입을 고려하고 있다. 특정 주에 근로시간이 많았을 경우 다른 주 근로시간을 줄여 평균 근로시간을 맞추는 방식이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게임업의 특수성을 고려하면서도 최대한 직원의 일ㆍ생활 균형에 초점을 맞춰 시범운영을 시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NHN엔터테인먼트도 지난해 8월부터 유연 출퇴근제를 실시해왔다. 매달 하루를 선택해 5시에 '칼' 퇴근할 수 있게 하는 '오아시스 제도'도 운영한다. 넥슨의 경우 창사 초 출퇴근 시간 탄력 운영 시스템을 정착시켰다. 야간업무가 필요할 경우에는 오후 출근, 늦은 밤 퇴근도 가능하다.

장시간 노동 관행에 대한 논란은 2016년 넷마블게임즈 자회사에서 발생한 20대 직원 돌연사 사건 후 크게 불거졌다. 이에 고용노동부는 근로감독을 실시해 넷마블게임즈 및 계열사 12곳에 대한 수당지급 등 시정명령을 내렸다. 이는 특정 업체의 문제라기보다 게임업계 전반에 퍼진 관행이란 게 업계의 분석이다. 실제 게임업계 종사자의 근속연수는 타업권에 비해 턱없이 짧은 편이다. 국내 주요 상장 게임사를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평균 근속연수는 짧게는 1년 6개월에서 길어야 4년 안팎으로 나타났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게임업체가 짧은 기간 급격히 성장한 데 비해 근로환경 및 복지ㆍ분배에 대한 고민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던 것 같다"며 "안팎의 지적에 따라 여러 대책이 나오고 있는데, 강력히 시행해 제도정착까지 이어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회의적 반응도 여전하다. 근무시간을 일부 조정하는 것만으로는 근본적 해법이 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게임 개발이라는 업무 특성상 유연 출퇴근제가 실질적으로 운영되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과거 한 게임업체에서는 아예 임원이 나서 '상시적 크런치 모드 근무'를 요구해 공분을 사기도 했다. 게임업계 종사자는 "게임회사는 프로젝트 위주의 팀 단위 근무가 많은데, 만일 해당 프로젝트가 어그러질 경우 팀 자체가 해체돼 일자리 불안에 시달리게 된다"며 "근로문화를 개선해 나가면서 동시에 기본적 처우 증진에 대한 경영진의 인식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손선희 기자 shee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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