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당, 극유 자유당과 연정
내무ㆍ국방ㆍ외무 장관 몫 챙겨
친러 성향도 서방국엔 골칫거리
오스트리아 극우 자유당 대표 하인츠-크리스티안 슈트라헤(왼쪽)와 국민당 대표 제바스티안 쿠르츠(오른쪽)가 16일 빈에서 기자회견장에서 악수를 하고 있다. 빈=로이터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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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극우 자유당이 12년 만에 연립정부 구성에 참여했다. 서유럽국 가운데 극우 정당이 내각에 참여하는 나라는 오스트리아가 유일하다. 특히 자유당은 군경을 담당하는 주요 보직을 확보, 반(反)난민 정책을 노골화할 것으로 보인다.
16일(현지시간) 알렉산더 판데어벨렌 오스트리아 대통령은 중도 우파 성향의 국민당과 극우 자유당의 연정 계획을 승인했다. 이에 따라 국민당 대표 겸 현 외무장관인 제바스티안 쿠르츠(31)가 새 총리에, 하인츠-크리스티안 슈트라헤 자유당 당수가 부총리에 내정됐다. 법무, 재무, 농림부 장관직은 국민당이 가져가지만 내무, 국방, 외무부 장관직을 자유당이 챙기기로 했다.
극우 정당인 자유당이 내각에 진출한 건 처음은 아니다. 자유당은 국민당과 2000년 보수 우파 연정을 구성한 바 있다. 하지만 자유당의 내각 진출은 국민당과의 연정이 끝난 2005년 이후 12년 만의 일인 데다, 자유당이 오스트리아 정부의 색깔을 규정하는 내무부와 국방부, 외무부 장관직까지 두루 확보해 극우색 정치인들이 대거 경찰과 군 조직을 장악하게 되면서 오스트리아 안팎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영국 BBC는 “다른 유럽국의 극우 정당과 달리 오스트리아의 자유당은 실제로 권력을 얻는 데 성공한 것”이라며 “오스트리아 야당은 경찰과 군 조직이 모두 자유당의 손에 맡겨지게 된다는 점을 특히 걱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당 또한 자유당 못지 않게 난민 유입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입장이어서 보수 연정 성립으로 오스트리아의 난민 정책은 보다 강경해질 전망이다. 이 밖에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자유당의 친(親)러 성향 탓에 안보 분야에서 정보를 공유해야 하는 서방 동맹국들은 골치가 아플 수 있다”고 덧붙였다.
1956년 나치 독일 무장 친위대 출신 안톤 라인탈러가 창당한 자유당은 그 동안 ‘톤 다운’을 하면서 지지기반을 넓혀 왔다. 나치색은 최대한 빼고 난민 문제를 건드린 결과, 지난 10월 총선에서 27.4%를 얻어 국민당(31%)에 이어 가장 많은 득표율을 기록했다. 27.4%는 자유당 창당 이래 가장 높은 득표율이기도 하다. 하지만 자유당이 이념을 바꿨다기보다는 전략을 바꿨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슈트라헤 자유당 대표는 유년기에 히틀러를 찬양하는 조직에서 주최한 시위에 참여했다 체포된 적이 있는 인물”이라며 “당시 행동이 잘못됐다고 반성했지만, 모두가 이를 그대로 믿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나치 희생자 단체에 의하면 2013년 이후 자유당 소속 정치인들과 관련된 반유대주의적 인종 차별 사건은 최소 60건에 이른다.
이런 점들을 의식한 듯 차기 정부는 친유럽 기조를 강조하는 등 반발을 최소화하기 위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슈트라헤 자유당 대표는 연정 구성 결과 발표 후 기자회견에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와 같은 국민투표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자유당에서 추천하긴 했지만 자유당 소속이 아닌 중동 전문가를 외무장관에 내정한 것도 주변국들의 우려를 고려한 조치로 해석된다. 2000년 연정 당시 유럽연합은 자유당의 나치 전력 등을 문제 삼아 수개월 간 외교적 제재를 가한 바 있다.
채지선 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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