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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8 (금)

文 베이징대 연설, 3년전 시진핑과 닮은꼴…`역사공조`는 日 자극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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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文대통령 중국순방 ◆

매일경제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중국 베이징대학교를 방문해 `한중 청년의 힘찬 악수, 함께 만드는 번영의 미래`를 주제로 연설하고 있다. 문 대통령의 연설에는 교수와 교직원, 학생 300여 명이 참석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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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중국 국빈방문 사흘째인 15일 베이징대학교 연설에서 중국과 항일운동, 역사인식, 한반도 평화, 경제협력 등의 공감대를 강조했다.

송나라 문필가인 왕안석의 시 명비곡의 한 구절인 '인생락재 상지심(人生樂在相知心·서로를 알아주는 것이 인생의 즐거움)'을 인용해 한중 관계를 정의했다. 문 대통령은 "중국과 한국의 관계가 역지사지하며 서로를 알아주는 관계로 발전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4년 7월 방한해 서울대학교 연설에서 조선 중기 문인 허균의 글인 '간담매상조 빙호영한월(肝膽每相照 氷壺映寒月·간과 쓸개를 꺼내어 서로를 비추니 항아리의 얼음 한 조각을 차디찬 달이 비추는 듯하다)'이라고 말한 것과 맥락을 같이한다.

문 대통령의 베이징대 연설은 3년5개월 전 시 주석의 서울대 연설과 같은 구도로 시공간을 넘어 교차한다는 평가다. 문 대통령이 시 주석의 연설과 같은 코드를 맞춘 것은 최근 주한미군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한반도 배치로 인한 갈등 이전으로 한중 관계를 정상화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으로 분석된다.

또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실마리를 찾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그러나 중국과의 코드 맞추기가 강조되면서 난징대학살의 중복인용과, 한중 항일투쟁사를 여러 번 언급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선 일본에 민감한 역사인식 문제와 맞물려 한·미·일 공조에 균열을 야기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예를 들어 문 대통령은 난징대학살 80주년 추모일(12월 13일)을 되돌아보면서 "한국인들은 중국인들이 겪은 고통스러운 사건에 깊은 동질감과 상련의 마음을 가지고 있다"며 "불행했던 역사로 인해 희생되거나 여전히 아픔을 간직한 모든 분들에게 위로의 뜻을 전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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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문 대통령은 "1932년 상하이 훙커우공원에서 일제의 전승축하기념식을 응징하기 위해 조선청년 윤봉길이 폭탄을 던졌고, 그의 거사로 한국 항일운동은 중국과 더 깊게 손을 잡게 됐다"고 말했다. 시 주석도 서울대 강연에서 "20세기 상반기에 일본 군국주의는 중한 양국에 대해 야만적인 침략전쟁을 일으켜 한반도를 병탄하고 중국 국토의 절반을 강점하였다"며 "중한 국민들은 모두 큰 고난을 겪었으며 강산이 모두 파괴되었다"고 밝혔다. 당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 등 우경화 행보에 불만을 표시하면서 한중의 보다 긴밀한 역사공조를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시 주석은 "역사적으로 위기와 어려움이 있었을 때, 중한 양국 국민들은 서로 돕고 협력했다"며 "400여 년 전 한반도에 임진왜란이 발생했을 때 양국 백성들과 군인들은 모두 적개심을 가지고 어깨를 나란히 하며 싸웠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한중 정상 간 '역사공조'는 이미 일본 정부의 반발을 부르고 있다. 문 대통령은 한일 관계에 있어서 역사 문제와 미래 경제협력을 분리하는 '투트랙 외교전략'을 공언했지만 북핵위기의 와중에 협력이 필요한 일본은 물론 미국이 불편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 측은 아베 총리의 내년 평창동계올림픽 참석을 올해 연말 한국의 위안부 합의 TF의 결론에 연동시키는 등 바짝 긴장한 채 한국의 '과거사' 등에 대한 언급을 주시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중 정상은 대북정책과 한반도 평화에 대해서도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한중 양국은 북한의 핵 보유는 어떠한 경우에도 용인할 수 없으며 북한의 도발을 막기 위해 강력한 제재와 압박이 필요하다는 확고한 입장을 공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시 주석은 서울대 강연에서 "안보 협력을 지속하고 복잡한 안보 도전에 대해 공동으로 대응하며, 평화안정이 가져다주는 발전 기회를 함께 누려야 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사드 갈등이 완전히 봉합된다면 양국 간 경제협력은 가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강계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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