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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8 (금)

[책과 미래] 욜로의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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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축적의 시대'는 끝났다. 40대 중반을 전후로 미래를 느끼는 태도가 완전히 다르다. 장년층 이상에게 미래는 늘 희망적이다. 세상이 나날이 발전할 것이라는 기대가 삶의 기본 감각을 이룬다. 시간이 흐를수록 정치는 민주화되고, 경제는 성장하며, 삶의 질은 높아지고, 문화는 세련된다. 근대화이자 산업화의 논리다. 이 시대에는 현재를 저축하면 미래가 이자를 붙여 돌려준다. 현재의 쾌락을 참는 사람이 미래에 더 나은 삶을 산다는 '마시멜로 효과'가 이 세대의 경험적 진실이다.

그러나 청년층의 경험은 다르다. 구조조정이 일상화되고 저성장이 이어지면서 현재를 희생해 미래를 사는 것은 비경제적, 심지어 비현실적 행위가 된다. 지금의 쾌락을 포기해 앞날의 안정을 얻는 일은 도무지 불가능하다. 게다가 현실권력을 장악한 장년층이 불안한 노후를 달래려고 이기적으로 움직인다. 청년층과 깊은 협의 없이 정년 연장을 통보하는 등 청년들의 현재와 미래를 무자비하게 박탈한다. 자신들은 정규직 노동을 연장까지 하면서 끝까지 누리고, 청년들은 비정규직이나 아웃소싱 노동으로 내몰아 프레카리아트로 전락시킨다.

청년들 반격도 만만치 않다. '보람 따윈 됐으니 야근수당이나 주세요'는 이 시대의 투쟁선언이다. 현재를 희생해 미래를 얻으려고 분투하는 보람의 윤리는 사회적 기반을 잃고 파산했다. 지금 이 순간을 누리는 데 필요한 수당의 윤리가 일어섰다. 욜로(YOLO·You Only Live Once)다. 한 번뿐인 인생, 미래의 암울한 성공에 내기를 걸지 말고 현재의 소소한 행복을 즐기는 게 더 낫다. 열정의 강요이자 착취로 귀결되는 출세를 포기하고, 비혼이나 비출산으로 노동력의 사회적 재생산을 거절한 후, '오직 나'를 위한 단순하고 소박하고 우아한 삶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베스트셀러의 주어는 '우리'가 아니라 '나'다. '자존감 수업' '신경 끄기의 기술'이 공감을 일으키고,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 '일단 오늘은 나한테 잘합시다'가 나로 살아가는 삶을 예찬한다. 물건에 대한 집착을 줄이는 '궁극의 미니멀 라이프'를 실행하고 '없으면 없는 대로 잘 살아가는' '와비사비 라이프'나 '딱 적당한 만큼'만 관계를 형성하는 '라곰'을 실천한다. 이것이 뉴노멀이다.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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