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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8 (금)

[저자와의 대화] `스님의 논문법` 실용서 낸 자현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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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제게 공부란 호흡이나 운동법처럼 죽을 때까지 함께해야 하는 일입니다. 시기나 나이는 중요하지 않아요."

자현 스님(47·중앙승가대 불교학부 교수)은 공부로 수행을 한 사람이다. 그는 고려대 철학과, 성균관대 동양철학과, 동국대 미술사학과와 역사교육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곧 불교회화로 학위를 받을 예정이니 총 5개의 정식 박사 학위를 갖게 된다.

"선불교에서는 수행을 '공부'라는 단어로 표현합니다. 결국 수행과 공부는 같은 것이죠. 둘 다 궁극의 행복에 이르는 길입니다. 수행은 명상을 통해, 공부는 지적인 확장을 통해 행복에 도달하니까요."

스님은 최근 '스님의 논문법'(불광출판사)이라는 책을 냈다. 스님이 논문 쓰기 실용서를 냈다는 사실만으로도 화제다. "한국인들은 유교적 전통 때문에 논문을 무서워하는 것 같아요. 자신의 저술을 스스로 낮추거나 옛것에만 더 무게를 두는 습관 등이 무언가 새로운 논리를 펼치는 걸 부담스럽게 만드는 것 같아요. 논문이 힘든 건 내 자신을 표현하는 게 서툴기 때문이에요. 대학원이 평균 학력이 되어버린 나라에서 수십만 명이 논문 때문에 고통을 받고 있는 현실이 안타까웠어요."

스님은 논문을 잘 쓰기 위해서 "완벽한 논문에 대한 환상을 버려야 한다"고 말한다. "논문은 지성의 결과물이자 과정일 뿐 그 자체로 완벽할 수 없다는 것"이 스님 생각이다.

책에는 논문 설계하는 법에서부터, 주제 정하기, 자료 구성, 논문 심사에 대처하는 법, 심지어 논문 인용지수 높이는 법까지 매우 구체적으로 서술돼 있다. 그야말로 'A에서 Z까지' 모두 담겨 있는 책이다.

등재 논문만 140편을 발표해 '논문의 신'이라는 별명을 가진 스님에게 논문은 어떤 존재냐고 물었더니 '유희'라는 답이 돌아왔다. "논문은 내면을 정리하면서 스스로를 즐기는 일종의 퍼즐 같아요. 딱딱한 대상이 아니라 추리소설 같은 고급 유희라는 생각이 들어요. 논문이 어려운 사람들은 논문이라는 수단에만 몰두하고 있는 거예요. 궁극적으로 공부가 가져다주는 가치에 눈을 돌리면 수단도 유희가 되죠."

스님은 한국 불교를 대표하는 학승답게 불교 경전 중 '의법불의인(依法不依人)'이라는 말씀을 좋아한다. 사람에게 의지하지 말고 진리에 의지하라는 뜻이다.

"진리에 대한 추구가 없는 사람은 살아 있어도 죽은 사람입니다. 반대로 진리를 추구하는 사람은 죽어서도 영원을 사는 사람입니다. 진리에 대한 사랑은 사람을 영원 속을 거니는 존재로 만들어줍니다."

[허연 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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