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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Citylife 제608호 (17.12.19일자) 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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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꾼 두 기업의 탄생 <업스타트>

시티라이프

브래드 스톤 지음/ 이진원 옮김/ 21세기북스 펴냄


“내 인생에서 가장 추운 아침이었습니다. 동이 트자 모두 환호했죠.” 억만장자가 된 브라이언 체스키 에어비앤비 CEO는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취임식 날 새벽을 이렇게 기억한다. 취임식을 보려는 사람들에게 집을 빌려주며 사업 가능성을 점쳐보던 이들과 마찬가지로 우버 CEO인 개릿 캠프와 트래비스 캘러닉도 취임식에 참석했다. 워싱턴DC 근교에 호화로운 집을 빌렸지만, 취임식장까지 갈 대중교통은 없었고 이들은 땀을 뻘뻘 흘리며 달려서 현장에 도착했다. 전화로 호출할 수 있는 차량 서비스의 필요성을 뼈저리게 느끼며 이들은 ‘오바마’를 환호하는 군중 속에서 ‘우버’라는 서비스를 떠올리고 있었다. 8년이 지났다. 공교롭게도 두 기업은 세계경제 붕괴 직후에 기업을 일궈 ‘죽음의 골짜기’를 통과한 기적의 주인공이 됐다. <아마존, 세상의 모든 것을 팝니다>를 쓴 실리콘밸리 전문기자 브래드 스톤은 <업스타트>(새로 성공을 거둔 사람이나 기업)에서 우버와 에어비앤비라는 두 유니콘 기업의 9년간 여정을 다룬다. 우선 둘은 공통점이 많다. 모두 2008년에 설립됐다. 전해에 아이폰이 태어나 스마트폰의 가능성에 눈을 뜨던 시기였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창업했다는 점도 같다. 에어비앤비는 오바마 전 대통령 취임식 날 시리얼을 우스꽝스럽게 만들어 유튜브 등으로 홍보하는 전략으로 언론의 주목을 받으며 기회를 잡았다. 우버는 악명 높은 샌프란시스코 택시회사와 벌인 전쟁에서 이기며 사업에 변곡점을 맞았다. 우버캡이라는 이름에서 ‘캡’을 빼고, 자신의 영업이 차량 운영업체가 아니며 운전사와 승객 간 ‘중개회사’에 불과함을 주장해 규제와의 전쟁에서 승리했다. 저자는 두 회사의 또 다른 공통점으로 수요자와 공급자를 하나로 모으는 플랫폼을 활용해 가장 짧은 시간에 ‘규모의 경제’를 창출한 것으로 분석한다. 브래드 스톤에 따르면 스마트폰을 재정의한 애플, 지도 서비스를 제공한 구글, 거대한 소셜 네트워크를 만든 페이스북에 비해 우버와 에어비앤비가 기술의 파도를 일으킨 건 아니지만 다른 어떤 기업보다 그 파도 위에서 큰 이익을 챙겼다. 에어비앤비는 실제로 소유한 호텔방 한 칸 없이 세계 최대 숙박업체가 됐고, 우버는 운전사와 차량 없이도 세계 최대 자동차 서비스가 됐다. 차량 공유나 숙박 공유 기업은 이전에도 있었다. 이들의 특별한 점은 생면부지인 사람들끼리 서로 놀라울 정도로 마음을 열 수 있게 하는 데 성공하며 새로운 ‘신용경제의 시대’를 열었다는 것이다.

잡음도 물론 많았다. 우버는 많은 나라에서 택시기사들의 폭력 시위와 소송 수백 건을 낳았다. 에어비앤비도 뉴욕, 바르셀로나, 도쿄 등에서 임대제한법에 직면했다. 이들은 과거의 규제와 싸웠다. 승객과 손님은 각각 집주인을 평가하도록 새로운 규칙을 만들어내면서. 이들의 성공담은 애초에 ‘혁신’은 규제와의 줄다리기임을 알려준다.

에어비앤비의 조 게비아와 체스키는 “우리는 우주에 흔적을 남기기 위해 여기 있다”는 스티브 잡스의 말을 밥 먹듯이 인용했다. 두 기업 창업가들은 투자자에게 “바퀴벌레 같다”는 말까지 들을 만큼 끈질긴 실행력으로 살아남았다. 헝그리 정신으로 무장한 좀비 같은 창업가들이 어떻게 세계를 변화시키는지 생생하게 중계하는 논픽션이다.

▶일본 산문의 정수를 읽는다 <슬픈 인간>

시티라이프

나쓰메 소세키 외 지음/ 정수윤 옮김/ 봄날의책 펴냄


나쓰메 소세키부터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다자이 오사무, 모리 오가이 등 일본을 대표하는 작가들의 산문을 모은 선집이 나왔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는 자신이 사랑한 스미다강의 푸른 물소리를 들려준다. “은회색 물안개와 푸른 기름 같은 강물, 한숨처럼 막연한 기적소리, 석탄운반선에 달린 다갈색 삼각돛, 한없이 애상에 젖게 만드는 이 모든 강 풍경이, 흡사 강변의 버드나무 잎처럼 어린 날 내 마음을 얼마나 전율케 했는지”라고 그는 ‘나의 스미다강’에 썼다. 나쓰메 소세키는 사용법이 익숙치 않았던 만년필과의 우여곡절 많았던 만남을 회상하고, 고바야시 다키지는 식민지 감방 동지를 향해 쿵쿵 굴러주던 발소리의 뜨거움을 토로했다. 기타야마 히로코는 전쟁을 겪고 살아남아 먹을 수 있게 된 채소와 과일의 맛에 대해 썼고, 암시장에서 담배나 쌀을 팔아 사는 오사카의 가난한 청년들의 모습을 스케치한다.

근대 이후 풍요로운 낭만과 지성이 꽃핀 시기의 정신을 이어받은 작품부터, 전쟁과 가난과 차별과 청춘 등 각종 파란 속 우울과 자포자기 가운데 치열하게 각자의 삶을 살다간 인간의 풍경들까지 다채로운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글 김슬기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608호 (17.12.1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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