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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영화 리뷰] 우주전쟁 대서사SF의 `종합선물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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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이미지·음악·편집 등 모든 것이 완벽한 팔방미인 SF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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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감흥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수사(修辭)가 과도해도 어쩔 수가 없다. '스타워즈:라스트 제다이'(14일 개봉)는 올해 개봉한 SF 영화를 통틀어 '빅2'에 들어갈 만하다. 지난 10월 '블레이드 러너 2049'가 평단의 고른 찬사에도 불구하고 흥행에선 실패했다면,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는 흥행과 비평 양면으로 좋은 성적을 거둘 것으로 보인다. 이미지, 미장센, 편집, 사운드, 플롯, 전투신, 캐릭터 구축, 예측 불허 반전과 깨알 유머 등 어느 하나 모자람이 없다. 한마디로 완벽하다.

구구절절 줄거리 요약은 필요 없을 것 같다. 그 자체로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서다. 이 영화가 어떤지에 대해서는 간략한 인상의 기록만으로 충분해 보이는데, 우선은 이렇게 말할 수 있겠다. "네가 생각한 대로 흘러가지 않을 것이다." 본편에 본격 등장하는 오리지널 시리즈 주인공 루크 스카이 워커(마크 해밀)가 제자를 자처하는 레이(데이지 리들리)에게 내뱉는 대사다.

이것은 라이언 존슨 감독이 본 영화에서 하려던 말을 압축한 문장이기도 하다. 정말이지 애초 생각한 대로 흘러가지 않기 때문이다. 영화는 네 가지(저항군, 레이와 루크, 카일로 렌, 핀) 이야기가 절묘한 편집으로 맞물리며 유연히 굴러간다. 그러다 서사의 종착지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수렴되는 식이다.

지난해 타계한 케리 피셔(레아 공주)에 대한 헌사적 의미가 깃든 신들, 옛 시리즈에 대한 향수 어린 장면과 눈과 귀를 즐겁게 해주는 신구(新舊) 외계인 및 로봇들의 향연, 시리즈 음악 감독 존 윌리엄스의 걸출함을 보여주는 장중한 음악, 정서적 울림을 증폭시키는 상징적 장면들 등 일별하자면 끝도 없다. 올 연말 이 영화를 본다는 건 관객으로서 커다란 특권이다.

싫어요
생색내기에 머문 인종 다양성 전편 스토리 설명 지루해

'라스트 제다이'는 거대 프랜차이즈 '스타워즈'의 분점이다. 본사에서 관리를 잘한 덕인지 스토리와 연기, 영상미부터 코미디에 이르기까지 모든 메뉴가 기대 이상으로 맛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동네 분식점엔 바라지 않는 정치적 올바름과 친절한 서비스를 초국적 프랜차이즈에는 요구한다. '라스트 제다이'에는 고객의 요구에 어설프게 부응하려다 실패한 지점이 곳곳에 눈에 띈다.

'라스트 제다이'에서는 시리즈 사상 최초로 동양인 여성이 주요 배역을 맡았다. '깨어난 포스'(2015년) 에서 흑인이 첫 주연으로 등장한 이후 인종의 폭을 한층 넓힌 것이다.

하지만 로즈(켈리 마리 트란)는 동양 여성이라는 것 외에는 별다른 특징이 없는 캐릭터다. 이에 더해 '깨어난 포스'(2015)에서 저항군으로 전향한 스톰 트루퍼의 복잡한 내면을 드러냈던 흑인 캐릭터 핀(존 보예가)의 역할까지 축소돼버렸다. 유색 인종 할당량이 정해져 있는 대학에서 황인을 새로 뽑으면서 흑인 비중을 확 줄인 듯한 인상이다.

이 시리즈가 인종적 다양성을 넓혀가게 된 건 비단 정치적 편향성을 극복하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BB-8와 같은 안드로이드까지 중요 역할을 맡는 우주 전쟁에서 동양인을 위한 자리가 없다는 건 설득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또한 중국 시장이 나날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스타워즈'는 수익성을 위해서라도 인종 문제를 넘어서야 했다.

전편의 스토리를 설명하는 부분마다 긴장감이 떨어지는 것도 약점이다. '스타워즈' 마니아들만을 데리고 갈 수 없는 까닭에 '라스트 제다이'에는 새로운 관객을 위한 설명서에 해당하는 부분이 있다. 초반부 15분 동안 화려한 액션과 폭발 장면을 동반한 우주전쟁으로 관객을 휘몰아치던 '라스트 제다이'는 이후 20여 분간 주인공들이 스토리를 줄줄이 설명하는 교본으로 바뀌어버린다. 새로운 세대의 관객들이 입문하기도 전에 질릴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김시균 기자 / 박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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