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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관찰학자' 최재천 교수 "공감은 길러지는 게 아니라 무뎌지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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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여간의 국립생태원장 경험 바탕으로 '숲에서 경영을 가꾸다' 써내

아주경제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가 13일 오전 서울 중구의 한 음식점에서 열린 '숲에서 경영을 가꾸다' 출간 기념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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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라면 누구나 모름지기 어느 정도 공감 능력을 갖고 태어나지만, 우리 중 일부는 성장 환경과 교육에 따라 공감의 예민함을 잃어간다."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63)는 13일 오전 서울 중구의 한 식당에서 열린 ‘숲에서 경영을 가꾸다’(메디치미디어) 출간 기념 간담회에서 “공감은 길러지는 게 아니라 무뎌지는 것"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최 교수는 지난 2013년 10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충청남도 서천군에 위치한 국립생태원의 초대 원장을 지냈다. 이날 소개한 책은 그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써낸 '경영 십계명'이다.

에드워드 윌슨의 '통섭' 개념을 국내에 들여오는 등 과학의 대중화에 앞장서 온 학자이자 환경운동가가 '경영'이라니. 최 교수는 "고작 3년2개월을 한 기관의 수장으로 지낸 사람이 남들에게 경영 경험을 얘기한다는 게 쑥스럽고 부끄럽고 민망했다"면서도 "살다보면 나처럼 뒤늦게 졸지에 기관의 운영을 책임지는 상황에 처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인식했고, 그들의 황당함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책을 쓰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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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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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게 국립생태원장 임명장을 수여한 뒤 당시 환경부 장관은 '1년에 30만 명의 관람객을 유치할 것'을 바랐다. 그는 곧바로 "서울에서 3시간 반이나 걸려야 갈 수 있는 곳에 어떻게 그렇게 많은 관람객을 불러들일 수 있겠느냐,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3년여가 지난 뒤 그에겐 '제법 성공한 CEO'라는 평가가 내려졌다. 개장 첫해인 2014년 한 해 100만 명의 관람객이 생태원을 찾았고, 이후 매년 거의 100만 명 유치를 달성했다. 생태원이 생긴 지 2년 반 동안 '깡촌' 서천군에 새로 문을 연 음식점도 250여 개나 된다. 임기를 마치기 며칠 전엔 서천군수로부터 명예 군민증도 받았다.

최 교수가 책의 소제목처럼 '얼떨결에 성공한 CEO'일지는 몰라도 그에겐 분명한 경영 십계명이 있었다. △군림(君臨)하지 말고 군림(群臨)하라 △가치와 목표는 철저히 공유하되 게임은 자유롭게 △소통의 삶의 업보다 △이를 악물고 듣는다 △전체와 부분을 모두 살핀다 △결정은 신중하게, 행동은 신속하게 △조직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치사하게 △누가 뭐래도 개인의 행복이 먼저다 △실수한 직원을 꾸짖지 않는다 △인사는 과학이다 등이 그것이다.

최 교수는 "적어도 조직의 리더에게는 적재적소를 넘어 과재적소(過材適所)를 제안한다"며 "능력이 넘치는 사람이 조직을 맡으면 주어진 임무는 임무대로 완수하면서 남는 시간에 혁신을 이뤄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진딧물의 개성도 관찰·분석하는 마당에 인간의 개성을 인사에 반영하는 것은 전혀 어색하지 않다. 침대가 과학이라면 인사야말로 관찰을 바탕으로 한 진정한 과학이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세월호 사건부터 대통령 탄핵에 이르기까지 프란스 드 발의 '공감의 시대'를 번역했다는 그는 "'7시간의 행적' 등에 대한 논란이 문제가 아니라, 대통령이 그 시간 동안 정상적인 일과를 봤다는 것 자체가 비인간적이고 용서받기 힘든 일"이라며 "공감 능력이 무뎌지지 않게 하는 교육이 우리 사회에서 이뤄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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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에서 경영을 가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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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최 교수의 책은 여느 서적들과는 달리 책 말미에 '편집자 노트'를 실어 눈길을 끌었다. 김현종 메디치미디어 대표는 이에 대해 "그 동안 편집자들의 노고가 과소평가됐고, 편집자 본인도 책이 잘 되면 자신을 드러내려 하고 잘 안 되면 뒤로 숨으려는 경향이 있었다"며 "앞으론 책의 전면까지는 아니더라도 편집자를 당당히 소개하는 공간을 만들 계획이다"고 밝혔다.
박상훈 기자 bomnal@ajunews.com

박상훈 bomnal@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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