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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4 (목)

[뉴스&분석]文, 첫 방중 ‘연내’ 시기 집착했나…시진핑, 난징대학살 추모식 참석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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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올해 난징대학살 80주년…희생자 국가 추모일, 文대통령 방중과 겹쳐

아시아경제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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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베이징=김혜원 특파원] 중국에서 12월13일은 난징대학살 희생자 국가 추모일이다. 1937년 당시 중국의 수도였던 난징을 점령한 일본군이 저지른 대규모 학살 사건의 희생자를 국가적으로 추모하기 위해 제정한 날이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2014년 처음으로 이날을 법정 국가기념일로 승격했다. 중국인에게는 원한이 뼈에 사무친 날이다. 한국이 위안부 문제로 일본과 오랜 외교ㆍ정서적 갈등을 빚고 있다면 중국에서는 난징대학살이 같은 선상에 놓여 있는 셈이다.

특히 올해는 난징대학살이 발생한 지 80주년 되는 해다. 난징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추모 열기가 대단하다. 시 주석이 13일 열리는 난징대학살 80주년 기념식에 직접 참석하느냐는 최대 관심사로 꼽힌다. 하루 앞둔 12일 현재까지도 시 주석의 동선은 철저히 비공개지만 '참석' 쪽으로 대세가 기운 분위기다.

미국에 서버를 둔 중화권 매체 둬웨이는 지난 10일 시 주석이 3년 만에 다시 난징대학살 기념식에 참석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난징대학살 기념관이 지난달 20일부터 폐관하고 내부 정비 중인 점, 기념관 일대 무장경찰과 공안이 깔리면서 경계가 삼엄한 점 등 복수의 현지 소식통의 입을 빌려 소식을 전했다. 12일에는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가 관영 신화통신 보도를 인용해 "13일 오전 난징에서 열리는 난징대학살 희생자 국가 추모 의식에 당과 국가 지도자가 참석할 것"이라면서 1면 하단에 기사를 게재했다.

문제는 13일은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중국을 국빈 방문하는 날이라는 점이다. 문 대통령은 13일부터 2박3일 동안 베이징에 머무른 뒤 충칭으로 가 하루를 더 보내고 귀국할 예정이다. 문 대통령이 방중 첫날 시 주석을 만나는 것은 아니지만 외국 정상의 국빈 방중 기간에 시 주석이 자리를 비울 경우 외교적으로 썩 모양새가 좋지는 않다는 게 베이징 외교가의 대체적인 반응이다. 문 대통령이 시 주석과 리커창(李克强) 국무원 총리 등 공산당 권력 서열 1, 2위를 만나는 주요 일정이 모두 오는 14일 오후 이후로 잡힌 점도 중국 측 입장을 배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 문 대통령의 방중을 앞둔 베이징 현지 분위기는 비교적 썰렁하다. 문 대통령에 앞서 중국을 국빈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때와는 딴판이다. 당시 중ㆍ미 관계의 앞날을 긍정적으로 포장하면서 양국 정상 간 만남을 대대적으로 선전했던 관영 언론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위주 언급에 그칠 뿐 문 대통령의 방중을 계기로 한 한중 관계 회복을 기대하는 논조는 드물다.

베이징 외교가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의 방중 시기를 '연내'로 못 박고 정상회담 조기 개최에 급급한 한국의 대(對)중국 외교력을 질책하는 목소리가 심심찮게 나온다. 노영민 주중 한국 대사는 부임 직후부터 "연내 문 대통령의 방중과 양국 정상회담을 반드시 성사시키겠다"고 공언해 왔다. 외교부 고위 소식통은 "우리가 너무 성급하지 않았나 싶다"고 귀띔했다.

베이징 김혜원 특파원 kimhy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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