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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5 (금)

정부 등록도 못하고 사망한 위안부 피해자…16년 만에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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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전에 위안부 피해 사실을 털어놨다가 정부에 정식 등록되기도 전에 세상을 떠난 할머니의 피해 사실이 16년 만에 확인됐다. 피해자 증언이 아닌 사료를 통해 위안부 피해 사실을 확인한 첫 사례다.

서울시는 서울대 인권센터 정진성 교수 연구팀과 함께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NARA·National Archives and Records Administration)의 자료를 발굴해 조사·분석한 결과 이 같은 성과를 거뒀다고 11일 밝혔다.

중앙일보

고(故) 하복향 할머니 포로 심문카드 [서울시 제공=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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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경산 출신의 고(故) 하복향 할머니는 1941년 만 15세의 나이에 타이완행 배에 몸을 실었다. “공장에서 일하면 집 한 채를 살 수 있다”는 말을 듣고서다. 하지만 할머니는 그곳에서 다른 여성 40여명과 함께 필리핀 마닐라에 끌려갔고, 3년간 위안부 생활을 해야 했다.

하복향 할머니가 세상에 자신의 위안부 피해 사실을 처음으로 밝힌 건 2001년 2월 고혜정 한국정신대연구소 소장을 만나서다. 하 할머니와 고 소장은 두 번째 만남을 약속하고 헤어졌지만, 할머니는 열흘도 채 되지 않아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이후 16년간 묻혔던 할머니의 이야기는 연구팀이 필리핀으로 끌려간 위안부 피해자의 포로 심문카드 33개를 확보하면서 세상에 다시 알려졌다. 심문카드에 담긴 피해자의 손가락 지문으로 할머니의 신원이 확인된 것이다.

심문카드 속의 하 할머니는 포로번호 ‘51J-20946-C1’인 ‘가푸코’. 1945년 9월 14일 필리핀 루손 섬에서 미군에 의해 발견돼 루손 제1수용소에 갇혔다. 이후 1945년 10월 12일 다른 민간인 억류자 150여명과 함께 귀환선 ‘J.N.E 60호’를 탔다.

연구팀은 서울시를 통해 심문카드의 지문이 하 할머니의 것이 맞는지 경찰청에 확인을 의뢰했고, 그 결과 일치한다는 답변을 얻었다.

엄규숙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장은 “영화 ‘아이캔스피크’처럼 우리 주변엔 공식적으로 파악되지 않은 위안부 피해자가 많을 것”이라며 “꾸준한 자료 발굴과 분석을 통해 역사를 증명할 기록물을 체계적으로 축적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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