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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8 (월)

[타이어 하이테크] F1 드리프트 주행의 비밀은 타이어의 마찰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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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싱 타이어의 그립력

매일경제

레이싱 대회에 출전한 차량이 드리프트 주행을 하는 모습. [사진 제공 = 한국타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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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의 운동 원리는 단순하면서 복잡하다. 네 바퀴로 달리고 앞바퀴로 방향을 바꾸는 구성은 모든 자동차가 같다. 그렇지만 움직임의 차이는 천차만별이다. 원리는 같아도 경차와 F1 머신을 같은 수준으로 볼 수 없는 것과 같다.

자동차의 속도를 바꾸는 힘은 타이어와 도로 표면에서 생기는 마찰력이다. 이 마찰력에 의해서 타이어와 도로가 밀착한다. 흔히 우리가 접지력(또는 그립력)이라고 부르는 힘이다. 접지력을 얼마만큼 끌어내고 영향을 미치도록 하느냐에 따라 자동차의 성능이 달라진다. 특히 코너를 돌아나가는 능력은 타이어의 접지력이 절대적으로 좌우한다. 물론 레이싱카의 성능이나 운전자의 능력도 크게 작용하지만 근본에는 타이어의 접지력이 밑바탕 되어야만 한다.

접지력의 기본은 간단하다. 가속할 때는 앞바퀴의 접지력이 떨어지고, 감속할 때는 높아진다(관성력). 코너링 시에는 타이어 안쪽 부분의 접지력이 떨어진다(원심력). 접지력을 이용한 테크닉은 매우 복잡하지만 밑바탕은 이처럼 관성력이나 원심력과 같은 간단한 원리에 기초한다. 또한 타이어 접지력은 무한하지 않다. 오히려 금세 한계에 도달하거나 이를 넘어 접지력을 잃어버리기 쉽다. 운전자는 타이어의 비명 소리나 스티어링 휠의 반발력, 시트에 전해지는 느낌 등으로 접지력 상태를 파악한다.

타이어의 접지력은 자동차 움직임에 큰 영향을 미친다. 언더스티어나 오버스티어는 자동차의 물리 현상이다. 스티어링을 틀었을 때 입력값보다 자동차가 더 또는 덜 돌기 때문에 발생한다. 대부분의 사람은 속도와 굴림방식에 기인한다고 알고 있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이 부분에도 타이어가 깊숙이 관여한다. 이들을 달리 표현하면 '코너링 중에 타이어가 접지력을 잃는 현상'이다. 언더스티어는 앞쪽 타이어가, 오버스티어는 뒤쪽 타이어가 접지력을 잃고 미끄러지면서 나타난다. 여기서 좀 더 발전하면 의도한 대로 자동차를 미끄러지게 하는 드리프트라는 기술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접지력은 모터스포츠에서 엄청나게 중요한 요소다. 그립이 살아 있느냐 아니냐에 따라 레이싱카의 움직임이 달라진다. 각 경주마다 차이는 있지만 대개 그립을 최대한 살리는 그립 주행이 유리하다. 접지력을 일부러 떨어뜨리는 드리프트는 코너를 진입할 때 빠르지만 코너 탈출에 필요한 접지력 확보는 그립 주행이 더 유리하다. 드리프트는 타이어 소모량이 많고 과열로 인한 특성 변화 때문에 그립 주행보다 불리하다.

이런 불리함에도 불구하고 한국타이어는 2006년부터 포뮬러 드리프트 대회에 출전하며 레이싱 타이어의 표준이라고 불리는 벤투스 R-S3 타이어의 수준을 입증하기도 했다. F1의 경우에는 자동차가 미끄러지는 일이 거의 없다. 대부분 그립 주행이다. 오프로드를 달리는 랠리의 경우 헤어핀 등을 통과할 때만 드리프트 기술을 구사한다.

접지력을 다르게 해석하면 엔진의 출력과 제동력을 노면에 전달하는 능력이다. F1의 경우 급가속할 때 700㎏의 무게가 전해진다. 있는 힘껏 액셀 페달을 5초 동안 밟으면 어느새 시속 200㎞에 도달한다. 그만큼 주행 환경은 일반 자동차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가혹하다. 시속 200㎞에서 완전히 정지하는데 1.9초의 시간이 걸리며 그때 4G의 가속도가 발생한다. 시속 150~200㎞로 코너를 돌아나갈 때에는 횡가속도가 3.2~4.0G에 이른다. 이때 타이어에 변형이 일어날 수도 있지만 보통 F1 타이어는 4G 이상 견디도록 만들어진다. 한국타이어가 공식 타이어로 활약하는 DTM도 마찬가지다. 커브가 많고 급가속·급제동이 일상다반사이다 보니 타이어 사이드월의 강성과 내구성과 안전성이 높다.

레이싱 타이어의 접지력이 높다고 해서 레이싱카의 코너링 성능이 꼭 비례한다고는 할 수 없다. 접지력을 잃어버리는 순간 접지력 변화가 예측 가능해야 한다. 접지력이 한계를 넘었을 때, 접지력 변화가 불규칙하거나 급격하게 떨어진다면 레이싱카를 다루기 힘들다. 타이어가 미끄러지더라도 운전자가 대처할 수 있도록 완만하게 미끄러져야 한다. 이는 레이스카의 전반적인 세팅과도 연관이 있는데 근본은 타이어의 성능에 기인한다. 편평비가 낮은 타이어가 일반적으로 편평비가 높은 타이어보다 덜 급작스럽다.

따라서 모터스포츠에서는 속도와 함께 방향 전환이 정말 중요하다. 직선 구간을 얼마나 빠르게 달리는지도 승패를 가르지만 대부분의 모터스포츠는 얼마나 빨리 코너를 빠져나가느냐, 즉 타이어의 성능이 좋아 높은 접지력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결국 '얼마나 빨리 달리느냐?'라는 물음의 답은 타이어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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