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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8 (월)

[카 인사이트] 방심한 사이에 "쾅!"…걱정마세요 '사고제로 車'가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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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한 자동차 만드는 첨단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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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한 차를 만드는 것은 자동차 메이커들의 영원한 숙제다. 고정된 벽에 차를 부딪치는 BMW 충돌 테스트 장면. [사진 제공 = BM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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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돌은 순식간이었다. 신호 대기하고 있던 내 차의 룸미러에 뒤차가 꽉 차게 들어오는 순간 충돌이 일어났고, 내 차는 사거리 한가운데로 튕겨져 나갔다. 맞은편에서 오는 차가 없어서 다행이었다. 에어백이 없던 내 첫 차는 그 길로 폐차장으로 끌려갔다. 뒷좌석까지 구겨진 차는 사망진단을 받았지만 나는 안전벨트 덕분에 털끝 하나 다치지 않았다. 지금도 생각해보면 모골이 송연해지는 순간이다. 자동차 기자로 운전깨나 한다고 다녔지만 충돌사고를 피할 수는 없었다. 나 혼자 운전을 잘한다고 사고를 피할 수 있는 게 아님을 그때 깨달았다. 또한 안전벨트의 효과를 제대로 경험했다.

지난해 교통사고 발생건수는 22만건, 이로 인한 사망자는 4292명이다. 전년 대비 1만1118건, 4.8% 줄었지만 여전히 많은 목숨이 교통사고로 안타깝게 죽어가고 있다. 교통사고를 막아 인명 피해를 줄이는 것은 자동차 메이커들의 고민이기도 하다. 자동차 메이커의 역사는 수없이 많은 충돌 테스트를 통해 좀 더 안전한 차를 만들어 온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충돌 테스트는 고정된 벽에 정해진 속도로 차를 충돌시켜 그 결과를 체크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메이커에 따라서는 실제로 차 대 차 정면 테스트를 하는 경우도 있다. 일본 혼다가 대표적이다. 혼다의 도치기 연구개발(R&D)센터에는 실내 충돌 테스트 시설이 있다. 고정 장애물 충돌 상황뿐 아니라 실제 사고 상황인 차 대 차 충돌 상황을 테스트할 수 있는 실내 충돌 테스트 시설이다. 이를 통해 혼다는 G-CON(G-force Control Technology) 기술이 적용된 '충돌 대응 보디'를 개발할 수 있었다. 두 차의 서로 다른 프레임과 무게, 힘을 고려해 차량 보디가 충격 에너지를 적절하게 흡수·분산하는 기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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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부터 1959년 처음 도입된 3점식 안전벨트. 볼보 V40에 적용된 보행자 에어백. 주변 상황을 인식해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인텔리 세이프 기능. [사진 제공 = 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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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끊임없이 개발과 개선을 거듭해 온 자동차 안전장비들은 그 결과물들이다. 대표적인 게 안전벨트와 에어백이다. 비행기에서 처음 사용을 시작한 안전벨트가 자동차에 도입된 것은 1936년 볼보가 2점식 벨트를 사용하면서부터다. 지금과 같은 3점식 안전벨트는 1959년, 역시 볼보가 처음 도입했다. 자동차가 충돌할 때 운전자의 몸을 잡아줘 피해를 줄여주는 게 안전벨트의 역할이다. 기본적인 기능은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요즘의 안전벨트에는 충돌 직전 차의 이상 거동이 있을 때 미리 벨트를 되감아주는 프리텐셔너 기능이 더해진 경우가 많다. 안전벨트에 에어백 기능이 더해진 경우도 있다. 충돌 사고 때 안전벨트가 에어백이 되면서 부풀어 올라 충격을 줄여준다.

에어백은 엄밀하게 말하면 안전벨트의 보조 장치다. SRS(Supplemental Restraint System) 에어백은 보조 구속 장치라는 의미다. 안전벨트를 제대로 매고 있어야 에어백 효과를 볼 수 있다는 뜻이다. 충돌사고가 나면 안전벨트는 탑승객의 몸을 꽉 끌어당겨 시트에 밀착시킨다. 동시에 에어백이 터지면서 사람이 대시보드에 부딪히는 것을 막아준다. 0.03~0.05초 사이에 벌어지는 일이다. 안전벨트를 하지 않으면 폭발하는 에어백에 부딪히며 화상이나 더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 에어백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반드시 안전벨트를 해야 하는 이유다.

에어백이 모든 사고에서 반드시 터지는 것은 아니어서 가끔씩 대형사고가 났을 때 에어백 작동 여부가 논란이 되고는 한다. 에어백이 터지지 않은 것이 제대로 작동한 결과인지 오작동인지는 판단하기 어렵다. 자동차 제작사의 매뉴얼에 따르면 다음과 같은 경우 에어백이 정상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고 한다. 안전벨트만으로 충격을 흡수할 수 있을 정도의 작은 충격, 후방 추돌, 정면이 아닌 사면추돌, 전신주나 나무, 범퍼가 대형차의 아래로 들어가 보닛이 충돌한 경우 등이다. 또한 측면 충돌, 전복 사고 때 사이드 에어백은 작동하지만 정면 에어백은 터지지 않을 수 있다. 즉 에어백이 작동할 정도의 충격량이 센서에 전달되지 않으면 에어백은 터지지 않는다는 게 자동차 제조사들의 설명이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충돌에 대비한 안전은 주로 '사후 안전'의 개념이었다. 사고가 발생할 것을 대비해 안전장비들을 준비하는 개념이었다. 좀 더 튼튼하게 차를 만들고, 사고가 났을 때 안전벨트를 조여주고 에어백을 터트리는 방식이다. 하지만 센서와 컴퓨터, 정보기술(IT)이 발전하면서 '예방 안전' 개념이 도입된다. 아예 사고가 날 수 있는 상황을 미리 회피하는 기술이다. 가장 기본적인 장치로 전자식 주행안정장치 혹은 차체 자세제어장치를 들 수 있다. 미끄러운 길과 코너 등에서 차의 거동이 불안해지면 엔진 변속기 서스펜션 등을 조절해 차가 안정을 잃지 않도록 한다.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을 미리 차단해 주는 것이다.

긴급제동시스템도 있다. 차 앞에 장애물이 있을 때 운전자가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차가 스스로 브레이크를 작동시켜 차를 멈춘다. 충돌 사고를 막아주는 데 큰 효과를 발휘한다. 물론 100% 사고를 막지는 못하지만 운전자의 실수로 인한 피해를 최대한 줄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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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승객 보호에서 한발 더 나아가 보행자를 보호하는 안전기술도 있다. 보닛 에어백은 충돌하는 순간 보닛에서 터지는 에어백이다. 차에 부딪힌 보행자가 보닛으로 쓰러질 때의 2차 충격을 줄여준다. 예방 안전 개념이 도입되면서 안전장치와 편의장비 간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차선유지 조향보조장치가 결합된 반자율운전시스템이 좋은 예다. 차 간 거리를 스스로 조절하고 스티어링휠에 개입해 차로를 스스로 유지하는 기능은 운전을 편하게 해주면서 동시에 사고 발생 위험을 줄여준다. 편의장비이자 안전장치인 셈이다.

예방 안전의 끝은 완전자율운전 시스템이다. 충돌사고를 포함해 예견 가능한 대부분의 사고를 피할 수 있어야 자율운전자동차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결국 사람이 운전석을 떠날 때 자동차는 비로소 최고의 안전을 이룰 수 있게 된다. 충돌 없는 세상은 결코 헛된 꿈이 아니다.

[오종훈 오토다이어리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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