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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8 (월)

[시승기] 예쁘기만 한줄 알았더니…이젠 파워까지 좋아졌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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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로스터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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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에는 아픈 손가락이 3개 있다. 'PYL(Premium Young Lifestyle)'이라는 별도의 브랜드를 내놓고 젊은 층을 공략했지만 국내에서는 별다른 재미를 못 본 i30와 i40, 벨로스터다. 해치백인 i30는 유럽에서는 인기 브랜드로 꼽히지만 국내에서는 외면받고 있는 비운의 모델이다. 올해는 인기 가수 아이유와 톱 배우 유인나까지 투입한 광고도 선보였지만 여전히 반응은 미미하다. 왜건 스타일로 출시된 i40 또한 비슷한 운명을 겪었으며, 벨로스터는 '별로스터'라는 별명으로 불릴 정도로 시장의 호응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벨로스터가 '별로'로 불린 이유에는 성능이 있었다. 쿠페 스타일로 날렵한 디자인이라 젊은 층이 좋아했지만 정작 동력 성능이 따라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액셀러레이터를 밟을 때 시원시원하게 나가는 맛이 있어야 했는데 그게 부족했던 것이다.

그랬던 벨로스터가 7년 만에 2세대 완전변경(풀체인지) 모델로 재탄생했다. 지난달 28일 강원도 인제 스피디움에서 내년 초 출시 예정인 신형 벨로스터를 시승했다. 운전석 뒤쪽으로 별도의 도어가 없고 조수석 쪽에만 2개 도어가 달린 '1+2' 비대칭 도어 콘셉트의 디자인은 신형에서도 그대로 유지됐다. 전면부는 현대차의 디자인 아이덴티티를 그대로 계승했고 기존 모델 대비 A필러(지붕을 받쳐주는 전면부 기둥)가 조금 뒤쪽으로 이동됐다. 이로 인해 차량 앞부분이 길고 날렵해 보이는 인상을 줬다.

쿠페 이미지를 주기 위해 현대차는 차체 루프의 윤곽선을 낮췄다. 디자인상에서는 좋았지만 막상 뒷자리에 앉았더니 성인이 앉기에는 다소 불편했다. 똑바로 앉으면 머리가 지붕에 닿아서 다소 구부정한 자세를 유지해야 했다. 후면부에는 기존 벨로스터의 개성으로 꼽혔던 센터 머플러가 그대로 계승됐다. 범퍼 하단에는 리어 디퓨저(차량 후면 하단부에 장착되는 부품)가 장착돼 스포티한 느낌을 줬다.

실내 디자인에서는 돌출형 내비게이션이 눈에 들어왔다. 여기에는 내비게이션 외에 퍼포먼스 게이지 기능도 표시됐다. '스포츠' 모드로 주행할 경우 차량의 순간 토크와 가속도, 터보 부스트압 등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것이 인상 깊었다.

2인 1조로 신형 벨로스터에 탑승해 인제 스피디움 서킷 A코스를 돌았다. 무엇보다 궁금했던 것은 현대차가 달라졌다고 강조하는 동력 성능이었다. 시승은 1.6 가솔린 터보 모델로 진행됐다. 신형 벨로스터는 국내에서 카파 1.4 가솔린 터보와 감마 1.6 가솔린 터보 엔진 등 총 2개 라인업으로 출시된다.

워밍업 성격으로 직선과 코스가 포함된 2.6㎞를 천천히 한 바퀴 돈 뒤에 본격적으로 가속을 해봤다. 고성능 모델이 주는 '쏘는' 맛은 없었지만 '어? 꽤 괜찮은데'라는 얘기가 저절로 나왔다. 가속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서킷인지라 직선 구간에서 액셀을 끝까지 밟자 약간 굼뜨는 느낌이 있었다. 아무래도 rpm과 출력을 높인 고성능 차가 아닌 만큼 고속에서의 답답함은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속 150㎞의 고속까지 속도를 끌어올렸는데도 크게 불안감이 느껴지지는 않았다. 헤어핀을 80㎞가 넘는 속도로 진행했지만 서킷을 벗어나지 않고 잘 버텨냈다.

제동 성능도 만족스러웠다. 직선 구간에서 150㎞를 넘나들던 속도를 헤어핀에서 60㎞까지 급격히 감속시키기도 했는데 브레이크를 밟는 대로 바로바로 제동이 이뤄졌다. 오히려 제동 성능이 너무 뛰어나서 브레이크를 보다 부드럽게 밟아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핸들링에서도 반응이 좋았다. 곡선 구간에서 스티어링휠을 빠르게 돌려 코너를 빠져나갈 때 언더 스티어링이 거의 없었다. 현대차는 벨로스터의 스티어링휠 응답을 위해 기어비를 향상시켰다. 또 후륜 멀티링크 서스펜션이 적용돼 회전 구간의 안전성이 눈에 띄게 높아졌다.

액티브 사운드 디자인은 운전에서 찾을 수 있는 '재미' 요소였다. 2세대 벨로스터 개발에는 사운드 전문가가 처음부터 참여해 벨로스터만의 소리를 만들어냈다. 세게 달리면 거친 소리가 나오고 속도를 줄이면 이것이 잦아들었다.

서킷에서 짧게 끝난 시승이라 전체적으로 차의 맛을 완벽하게 알기는 어려웠다. 다만 1세대에서 아쉬웠던 동력 성능에 대해서는 현대차가 자신 있는 대답을 내놓았다는 생각이다.

[인제 =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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