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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8 (월)

“친환경차협력금, 외제차 업체만 배불릴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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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도입 재추진에 논란 재연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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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득보다 실이 크다는 비판을 받고 시행이 보류됐던 ‘저탄소차협력금 제도’가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환경부 등 일부 정치권에서 2021년 이후로 시행을 유예하기로 했던 당초 결정을 뒤집고 “2019년 내 시행 방안 및 시기를 확정하겠다”고 밝히면서다. 국내 자동차 업계에서는 “한국 자동차 산업의 현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제도”라며 반발하고 있다.

저탄소차협력금 제도는 이산화탄소(CO₂) 배출량이 많은 차를 사는 소비자에게 부담금을 부과하고, 전기·하이브리드 등 배출량이 적은 친환경차를 사는 소비자에게 보조금을 주는 제도다. 정부는 온실가스만 대상으로 삼았던 당초 계획에서 질소산화물(NOx)과 황산화물(SOx) 등 미세먼지를 만드는 배출가스로까지 부담금 부과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이른바 ‘친환경차협력금 제도’다.

국내 자동차 업체들은 ‘환경을 먼저 생각한다’는 제도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이대로 시행되면 외국 자동차 업체의 배만 불리게 된다고 우려한다. 가뜩이나 중국의 사드 보복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한국 자동차 산업이 급격히 위축될 수 있다는 뜻이다.

현재로선 친환경차 종류가 외산차에 더 많다. 국산차는 총 17종, 외산차는 총 22종이 판매 중이다. 특히 도요타 프리우스·캠리 등 일본차가 강세다. 일본은 내연기관차 시장점유율은 1.2%에 불과하지만 하이브리드 부문 시장점유율은 30%나 된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친환경차협력금 제도가 시행될 경우 국산차 소비자에게 돈을 걷어 외제차 소비자에게 지원해주는 꼴이 된다. 일본 등 외국 자동차 회사에만 좋은 일 시켜주는 셈”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산 친환경차 모델 대부분은 현대·기아자동차 제품이다. 한국GM, 르노삼성, 쌍용 등 친환경차 개발 능력이 뒤처지고, 라인업도 제한적인 이들 기업 생산차량이 ‘부담금 구간’에 포함되면 피해는 더 클 수밖에 없다. 만약 한국GM 등이 시장 대응 차원에서 해외 국가에서 판매되는 친환경차 모델을 수입하는 방법으로 대응한다면 문제는 더 커진다. ‘made in Korea’ 비중이 줄어들어 국내 자동차 산업의 생산 및 고용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저탄소차협력금 제도가 추진됐던 3년 전에도 이런 문제가 제기됐다. 2014년 당시 조세재정연구원, 환경정책평가연구원, 산업연구원의 공동 연구 결과 저탄소차협력금 제도 시행 시 2015∼2020년 사이 6000억∼1조8000억 원의 생산 감소와 1만 명 안팎의 고용 감소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됐다. 온실가스 감축 효과는 당초 목표량(160만 t)의 35%(56만4000 t)에 불과할 것으로 내다봤다.

친환경차협력금 제도의 모태는 프랑스 ‘보뉘스말뤼스(Bonus-Malus)’ 제도다. 프랑스는 2008년부터 CO₂ 배출량에 따라 추가로 정해진 금액만큼 차 가격을 조정하고 있다. 겉으로는 환경 정책으로 보이지만 자국 자동차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실제 프랑스는 이 제도를 통해 2016년 자국 자동차 브랜드에 약 2억 유로(약 2570억 원)의 보조금을 주는 효과를 냈다. 반면 수입 자동차 브랜드는 약 7000만 유로의 부담금을 냈다. 결과적으로 소형차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진 프랑스 자동차 업체의 경쟁력을 키우는 효과를 낸 것이다. 친환경차협력금 제도가 지금 추진하는 대로 시행되면 프랑스와는 반대로 한국 자동차 업체가 부담금을 내고, 해외 자동차 업체는 보조금을 받게 된다.

프랑스를 제외하고 미국, 일본, 독일 등도 산업적 부작용이 크다는 이유로 친환경차협력금 제도 도입을 반대하고 있다. 환경 개선 효과는 미미한 대신 자동차 소비자들의 선택 다양성을 해칠 수 있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차량의 크기나 중량을 고려한 효율성 요소는 고려하지 않고 오직 가스 배출량만을 기준으로 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는 인식이 크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인위적인 가격 조정은 오히려 정상적인 시장시스템을 붕괴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서동일 기자 d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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