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 전망
자율차·IoT용 반도체 수요 급증
4년 뒤 시장규모 47조원대 예상
일본 ‘AI용 제품’ 개발 거점 마련 중
인텔은 10조원 투자 설비 증설 나서
삼성은 미국에 15억 달러 추가 투자
일단 정보기술(IT) 분야 전문 시장조사업체인 ‘IC인사이츠’의 전망은 장밋빛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스마트폰과 같은 모바일 수요가 줄더라도 자동차와 사물인터넷(IoT)이 이를 대체하며 반도체 호황을 상당 기간 끌고 갈 것”이다.
IC인사이츠는 최근 내놓은 보고서에서 전망의 근거를 수치로 제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자동차용 반도체 매출은 올해 280억 달러(약 30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전년(229억 달러) 대비 약 23% 증가한 수준이다. 이 시장은 연평균 13.4%씩 커져 2021년에는 429억 달러(약 47조원)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자동차가 거대한 IT기기가 되면서 반도체의 핵심 수요처로 뜬다는 얘기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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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휴대전화용 반도체는 연평균 7.8% 성장에 그쳐 2021년에는 전체 시장의 4분의 1 규모(1056억 달러)를 차지할 것으로 보고서는 내다봤다.
IC인사이츠는 “지금까지 반도체 시장은 PC와 휴대전화 수요가 주도했으나 앞으로는 자율주행차, 인공지능(AI) 등 차세대 수요가 급증하면서 판도가 달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IT 전문가인 박용후 피와이에이치 대표는 “자율주행 차량이 사고를 내지 않으려면 인간이 위험 상황을 인지해서 급브레이크를 밟는 것보다 더 빠른 속도로 데이터를 수신해 차량에 제동 명령을 내리고 이를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며 “자율주행 성능의 고도화는 결국 고성능 반도체를 대량으로 장착한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각국 정부가 앞장서 반도체 관련 전략 마련에 나선 것도 생각보다 반도체 호황 사이클이 오래갈 것이란 쪽에 베팅한 결과로 풀이된다.
10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신형 반도체 개발 거점 설치에 나섰다. 경제산업성 산하 산업기술종합연구소의 시설이 유력 후보지로 검토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이곳에서 PC나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반도체에 비해 처리 속도가 10배 이상 빠르면서도 소비 전력은 100분의 1 이하인 자율주행 차량용과 AI용 반도체를 개발할 계획이다. 개발에 필요한 설비를 정부가 제공하면 반도체 기업이나 대학의 기술자들이 이 설비를 무료로 이용해 설계 작업부터 시제품까지 만드는 방식이다. 일본 정부는 AI용 반도체를 포함해 700억 엔(약 6700억원) 규모의 관련 경비를 내년도 예산에 반영할 계획이다.
미국 기업들도 투자 강화에 나서고 있다. 인텔은 “자동차는 바퀴 달린 데이터센터”라고 부르면서 올해만 관련 산업에 10조원 이상을 쏟아부었다. 애리조나주에 8조원을 들여 반도체 공장을 짓기로 한 데 이어 AI 전문기업인 모빌아이를 1조6000억원을 주고 사들였다.
한국과 대만은 파운드리(위탁 생산) 분야에서 증설 경쟁을 벌이고 있다. 자율주행이나 IoT에 쓰일 맞춤형 반도체의 주문이 몰려들 경우에 대비해서다. 삼성전자는 올해 미국 오스틴 공장에 10억 달러, 2020년까지는 15억 달러를 추가 투자할 계획이다. 메모리에 치중했던 SK하이닉스도 파운드리 전문회사 ‘SK하이닉스 시스템아이씨’를 출범하고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TSMC를 앞세워 파운드리 1위를 달리던 대만은 한국 업체들이 추격 채비를 갖추자 정부 차원에서 대책 마련에 나섰다. 대만 정부는 향후 4년간 반도체 산업에 1억3200만 달러(약 1500억원)를 투자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TSMC는 중국 난징 푸커우(浦口)경제개발구에 30억 달러를 투자해 웨이퍼 공장과 반도체 설계센터를 짓고 있다. 이는 대만의 대중 투자 중 역대 최대 규모로 꼽힌다.
박용후 대표는 “반도체 분야에는 3~4년을 주기로 호황과 불황을 반복한다는 소위 ‘실리콘 사이클’이 있었지만 자율주행·AI·IoT의 확산으로 이런 법칙이 무너질 가능성이 있다”며 “다만 투자 과열로 인한 공급 과잉은 어느 시점엔가는 나타날 수 있고 이때가 되면 제2의 치킨 게임이 벌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박태희 기자 adonis55@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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