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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5 (화)

남자도 강다니엘이 좋아! 다니엘 따라 눈화장하는 소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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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너원의 '예쁜' 남자 메이크업이 트렌드

아이돌 화장, 남녀 경계 사라져

남자아이돌 메이크업 영상 4만개 넘어

최근 남자 아이돌의 얼굴을 보면 새롭다 못해 생소하다. 끊임없이 모습을 바꾸는 아이돌 모습이 뭐가 새롭냐고? 이번엔 확실히 분위기가 다르다. 화장법 때문이다. 과거에도 물론 메이크업을 했다. 하지만 일상적인 화장이라기보다 분장에 가까웠다. '짐승돌'이라 불릴만큼 눈매를 어둡게 칠해 강인한 인상을 주는 남성적인 얼굴이 대표적이다.

그렇다면 지금은? 생일을 맞아 팬들이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 전광판 광고를 내건 워너원 강다니엘을 비롯해 요즘 대세 방탄소년단의 지민, 엑소의 백현, 세븐틴의 민규, 블락비의 지코 등 최근 인기를 끄는 남자 아이돌은 핑크·레드 같은 컬러 립 틴트를 바르는 건 기본이고 여성스러운 느낌이 나는 오렌지·핑크 색의 아이섀도를 눈두덩이 넓게 칠한다. 심지어는 남자에겐 금기시되어 왔던 펄이 들어간 아이섀도나 손톱에 붙이는 작은 보석을 눈가에 붙이는 과감한 메이크업을 연출하기도 한다. 여자 아이돌 화장과 크게 다르지 않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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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아래위를 모두 밝은 오렌지 색 아이섀도로 칠한 '워너원' 멤버 강다니엘. [사진 이니스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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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같은 메이크업이 가장 돋보이는 건 역시 워너원이다. 핑크색 아이섀도로 눈두덩이 전체를 거의 다 칠하는 강다니엘이나 동그란 눈매를 강조한 아이라인과 속눈썹을 보여주는 박지훈, 오렌지색 아이섀도로 눈 아래위를 전부 칠하는 라이관린의 모습 등은 여자가 봐도 '예쁘다'는 감탄사가 절로 나올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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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환적인 소녀 감성의 엑소 화보. 눈두덩이 전체에 바른 아이섀도가 부드러운 이미지를 자아낸다. [사진 엑소 공식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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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 화장에 열광하는 소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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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 아이돌 커버메이크업을 하는 유튜버 &#39;코코초&#39;의 워너원 &#39;커버 메이크업&#39;(메이크업 따라하기) 사진. 눈두덩이엔 핑크색 아이섀도를, 눈 아래쪽은 갈색과 펄 섀도로 애교살을 살렸다. [사진 코코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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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건 이런 여성스러운 메이크업에 10~20대 초반 남학생들이 열광한다는 사실이다. 그 증거는 유튜브에서 찾을 수 있다. '남자 아이돌 메이크업'이란 제목을 검색하면 무려 4만4000개가 넘는 영상을 찾을 수 있다. '씬님' '써니' 등 유명 여자 유튜버 몇몇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자신의 얼굴에 직접 메이크업을 해서 변신을 꾀하는 남학생들이 직접 제작한 것들이다. 자신과 비슷한 나이대의 아이돌을 따라하는 게 당연하다 생각할 수도 있지만, 메이크업은 '여성의 전유물'로 여겨져오지 않았나.

사실 더 재미있는 건 여기서부터다. 영상을 보면 남자의 화장이라고 해서 결코 허술하지 않다. 남성 뷰티 유튜버로 이름이 알려진 '큐영', 고등학생 뷰티 유투버 '화니'는 영상 속에서 자신의 피부색에 맞는 파운데이션으로 피부톤을 보정하는 것은 기본이고 피부가 좋아 보이도록 물광을 내고 블러셔로 얼굴 윤곽을 잡는 등 여자 뷰티 유튜버 못지않게 내공이 깊다. 메이크업 후의 모습은 더 놀랍다. 과연 같은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평범했던 남학생의 ‘잘 생겨진’ 모습은 TV 속 아이돌을 떠올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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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 뷰티 유투버 &#39;화니&#39;의 메이크업 모습. 눈 위아래를 모두 코럴색으로 칠했다. [사진 화니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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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을 통해 드라마틱한 변신 모습을 보여주니 반응이 좋고, 이 반응때문에 뷰티 콘텐트를 다루지 않았던 남성 유튜버들도 앞다퉈 영상을 만들어 올리는 추세다. 요리·먹방 등 푸드 콘텐트를 주로 다루던 김신도(21·닉네임 신쿡)씨는 지난 5월 처음으로 ‘흔남에서 아이돌로 변하는 아이돌 메이크업’이란 메이크업 영상을 올렸는데 84만 회가 넘는 조회 수를 기록했다. 그는 “푸드 영상을 올렸을 땐 평균 조회 수가 4만~5만 회 정도였는데 20배에 가까운 조회 수가 나와 놀랐다”고 말했다. 영상에 달린 댓글 역시 ‘가꾸는 모습이 보기 좋다’는 식의 좋은 반응이 많아 그 후부터 촬영이나 중요한 미팅 자리에는 꼭 메이크업을 하고 나간다고 한다. 김씨가 사용하는 화장품 수는 12~13개. 10여 단계에 걸쳐 꼼꼼하게 피부색과 얼굴 윤곽, 눈매를 잡는다. 마무리는 립 틴트로 입술을 다 칠하고 물티슈로 한번 닦아내 붉은 기운이 자연스럽게 나도록 연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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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버 &#39;신쿡(김신도)&#39;의 아이돌 메이크업. [사진 신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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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메이크업 영상에서 유튜버 &#39;준콩(김영준)&#39;이 브러시를 이용해 아이섀도를 칠하고 있다.[사진 준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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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교 준비, 교실에서의 생활 등 ‘남고생의 일상’을 컨셉트로 활동해온 또 다른 유튜버 김영준(19·닉네임 준콩) 씨 역시 2016년 말 처음으로 메이크업 영상을 찍은 후 메이크업의 세계에 빠져 들었다. 계기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에서 맨 얼굴로 나왔던 남자 아이돌의 모습이었다. 그는 "맨 얼굴일 때는 평범했던 아이돌이 메이크업을 받고 확 달라지는 모습을 보고 ‘나도 메이크업만 하면 멋있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영상을 만들어 봤다고 한다. 기대대로 변신 후의 모습이 마음에 드는 것은 물론이고 조회 수 또한 다른 영상에 비해 두 배 이상 높은 20만 회가 나왔다"고 말했다. 이후 그는 아이섀도와 코·턱을 갸름하게 보이게 하는 컨투어링 파우더, 코랄핑크 계열의 립틴트를 즐겨 바르게 됐다.

이는 유튜버에만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 특히 아이돌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10대 남학생의 화장품 구매가 늘었다. G마켓의 화장품 매출 실적을 보면, 10대 남성 고객이 산 2016년 색조화장품 매출 성장률은 전년대비 13%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71% 이상 껑충 뛰었다. 이유영 G마켓 뷰티팀장은 "메이크업을 한 남자 아이돌의 모습이 자주 등장하면서 남성들 사이에서 색조 화장품에 대한 거부감이 점차 사라지고 적극적인 방법으로 외모를 관리하는 남성 고객이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무너진 남녀의 경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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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태민이 2017 MAMA에서 노래하고 있다. 눈에는 코럴색 아이섀도를, 입술엔 핑크색 틴트를 발랐다. [사진 MAMA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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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들이 과거 금기와 같았던 메이크업에 자유로워진 이유는 뭘까. 트렌드분석가 이향은 성신여대 교수(서비스디자인공학과)는 "외모에 대한 남성의 관심이 높아진 데다 라이프스타일 전반에 걸쳐 불고 있는 젠더리스(genderless) 트렌드의 영향이 크다"고 봤다. 강인한 남성, 부드러운 여성 식의 정해진 성 역할이 해체되고 보기에 예쁜 것이면 남자든 여자든 매력으로 느낀다는 의미다. 범상규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 역시 "외모가 경쟁력이 된 시대에 예쁜 얼굴 또한 남자의 '매력 자본'이 된다"고 말했다.

화장을 하더라도 남자는 자연스러울 정도로만 적게 하고, 여자는 많이 한다는 틀 또한 깨졌다. 남녀 아이돌의 커버 메이크업(메이크업 따라하기) 영상을 만드는 여성 뷰티 유튜버 조하영(25·닉네임 코코초) 씨는 "메이크업에 있어 여자 아이돌과 남자 아이돌 간의 경계가 사라졌다"고 말한다. 과거 남자 메이크업이라고 하면 BB크림에 눈썹을 짙게 그리는 게 다였는데 요즘은 화사한 아이섀도와 과감한 아이라인 등 여자 아이돌의 메이크업 방법과 다르지 않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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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4~6월 방영한 &#39;프로듀스101 시즌2&#39;. 연습생들의 성장 과정을 지켜보고 응원하면 생긴 팬덤으로 화제가 됐다. [사진 프로듀스101 시즌2 공식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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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너원이 가진 '양육자 팬덤'이 이런 새 트렌드의 한 요소로 작용했다는 의견도 있다. 메이크업 아티스트 황방훈 원장(보떼101)은 "특정 아이돌이 인기를 얻으면 그들의 패션이나 메이크업이 전체 시장을 지배하는데 지금은 그 지배자가 워너원"이라고 말했다. 연습생 시절부터 워너원의 보호자 역할을 자처한 팬들이 풋풋한 소년 같은 이미지의 워너원을 좋아하고 또 이 그룹의 인기가 높다 보니 이들의 하고 나오는 여성스러운 모습이 트렌드로 널리 퍼져 나가게 됐다는 설명이다.

윤경희 기자 ann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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