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9.29 (일)

헤어짐과 아쉬움이 섞인 계절…동해 일출 보며 새출발 다져볼까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2.86km 바다부채길 환상적…바다열차도 타고 안목 카페거리서 커피 한 잔 여유

늘 그렇듯 새해가 되면 동해 일출 명소는 인산인해를 이룬다. ‘황홀한 일출’을 보며 새로운 한 해를 설계하고 싶지만 교통체증이라는 혹독함이 뒤따르니 일출 여행을 마음먹기가 쉽지만은 않다.

하지만 이달 22일 'KTX 경강선'이 개통하니 교통체증 때문에 무술년(戊戌年)의 시작을 알리는 일출을 보지 않겠다는 섣부른 생각은 잠시 접어 두고 몸도 마음도 편하게 일출 여행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조금만 부지런히 준비하면 장쾌한 일출을 바라보며 한 해의 출발을 좀더 특별하게 시작할 수 있다.

◆'일출 명소' 소돌 아들바위 공원에서 새해 맞기
아주경제

소돌 아들바위 공원은 강원도민이 손꼽는 일출명소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자동차로 네 시간은 족히 걸렸던 그곳이, 아니 연말연시나 여름 성수기만 되면 고속도로에서 7~8시간을 허비해야만 했던 그 긴 거리를 두시간여 만에 도착할 수 있다니 이건 분명 '혁명'이다.

청량리역에서 오전 5시32분 출발하는 열차에 몸을 싣고 강릉역에 도착하면 오전 7시 8분. 2018년 1월 1일 강릉 일출 시각은 오전 7시40분이라고 하니 조금만 서두르면 아름답게 떠오르는 새해 일출을 오롯이 감상할 수 있으리라.
아주경제

소돌 아들바위 공원에서 바라본 일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정동진? 아니면 경포대? 어디로 갈까.

강릉 토박이 김영호(가명, 60세)씨는 “다른 지역 사람들은 일출을 보러 정동진이나 경포대로 많이 가는데 우리는 소돌 아들바위 공원으로 나가요.”라고 귀띔했다. 아하, 강릉 주민이 꼽는 일출 명소, 소돌 아들바위 공원으로 가보자.

주문진항 인근에 자리한 소돌 아들바위 공원은 소가 누워 있는 형상을 띈다고 해 소돌(牛岩)이라는 이름이 붙어졌지만 사실 긴 코를 늘어뜨린 코끼리 바위를 비롯해 독수리 부리를 닮은 바위 등 각양각색의 바위들이 한데 모여 있다. 바람과 파도, 그리고 세월의 합작품이다.

이름 그대로 자식 없는 부부가 이곳에서 기도를 하면 자식이 생긴다는 전설이 전해지면서 신혼부부, 또는 잉태를 원하는 내외국인들이 종종 찾는단다.

바다와 마주한 나무 갑판 위에 서 있기만 해도 환상적인 일출을 감상할 수 있지만 위풍당당 떠오르는 일출을 사진에 오롯이 담고 싶다면 바로 옆 코끼리 바위로 잠시 걸음을 옮겨 보자.

이 코끼리 바위 눈 형상에 쏙 들어오는 붉은 태양을 사진에 담기 위해 많은 사진 마니아가 찾는 일출 명소이기도 하다.

◆힘차게 달리는 열차 따라 동해도 달린다···정동진 바다 열차
아주경제

정동진 바다 열차. 현재까지 약 100만명 이상이 이 바다 열차에 탑승했을 정도로 큰 인기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황금빛 일출을 본 후에는 정동진으로 한 번 가볼까?

22년전 '나 떨고 있니? 유행어 열풍을 일으켰던 드라마 모래시계의 촬영지 정동진에만 가면 그 대사를 내뱉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이가 많다. 그만큼 드라마 하나로 지금까지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곳이 정동진이다.
아주경제

바다 열차에 탑승한 관광객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실 이곳은 기차여행의 종착지였다. 일출을 볼 수 있으리라는 설렘 하나로 졸린 눈을 비비며 완행열차에 몸을 싣고 밤새 달려 도착했던 곳이다.

물론 지금은 무박 열차여행의 낭만은 사라져 아쉽지만 동해의 장쾌한 풍광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바다 열차'가 아쉬움을 즐거움으로 채워주고 있다.

아주경제

바다 열차는 정동진부터 삼척에 이르는 56km 구간의 해안길을 힘차게 달리는 여행열차로, 올해로 10년째 운영 중이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2007년부터 운행을 시작한 바다 열차는 올해로 만 10년째다. 현재까지 약 100만명 이상이 이 바다 열차에 탑승했을 정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바다 열차는 정동진부터 삼척에 이르는 56km 구간의 해안길을 힘차게 달린다.

내부 통창을 오롯이 마주하고 앉아 달리는 덕에 넘실대는 파도, 바위에 부딪히며 흩어지는 하얀 포말, 맑디 맑은 하늘을 고스란히 눈에 담을 수 있다.

열차는 총 4칸이다. 연인을 위한 밀실인 프러포즈석(4석)과 4인용 식탁이 있는 가족석, 바다를 볼 수 있게 극장식으로 좌석을 배치한 일반석, 포토존, 그리고 매점까지 알차게 꾸며졌다.

기관사가 소개하는 강릉 여행 명소, 천장에 달린 모니터를 통해 보이는 이색 명언 등은 바다 열차 여행의 재미를 더한다.

◆바다를 벗삼아 걷기···바다부채길

푸른 바다, 짭조름한 바다 내음을 좀 더 가까이서 만끽하고 싶다면 정동진의 명소 썬 크루즈 호텔 주차장에서 심곡항까지 2.86km 길게 이어진 바다부채길로 가자.

2300만 년 전 지각변동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은, 국내 유일의 해안단구 탐방로인 이곳 바다부채길은 천연기념물 제437호로 지정됐다.

정동진의 지형과 탐방로가 놓인 지형이 바다를 향해 부채를 활짝 펴놓은 것과 같다고 해 이같이 이름 붙여졌다.
아주경제

아찔한 구간 구간을 걸을때마다 긴장감을 안겨주는 바다부채길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해안경비를 위한 군 경계근무 정찰로로만 사용돼 일반인에게 공개되지 않았던 이곳은 지난해 10월부터 2월까지 시범 공개한 후 올해 6월부터 정식적으로 개방됐다. 정식 개방 후부터는 입장료 3000원을 받는다.

끝이 보이지 않는 바다, 시원하게 부딪히는 파도소리를 벗 삼아 계단을 내려가고 평평한 데크를 걷다가 또 오르기를 반복한다.
아주경제

심곡항 전경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일부는 밑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철제 계단이다. 일렁이는 파도의 아찔함을 눈에 담으며 걷는 느낌은 상당히 아찔하다.

투구를 쓴 장수의 모습을 닮았다는 투구바위, 부채바위 등과 인사를 하며 계속 걷기를 1시간, 어느새 심곡항과 심곡항을 지키는 붉은 등대가 눈에 들어오면 걷기 여정은 마무리된다.

바다부채길은 파도가 높은 날은 예고 없이 통제된다. 여전히 삼엄한 군 경계지역인 만큼 겨울철엔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30분까지, 여름철에는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30분까지만 입장할 수 있다.

◆안목 커피거리에서 따뜻한 커피 한 잔의 여유
아주경제

핸드드립 커피를 내리고 있는 바리스타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강릉이 우리나라 커피의 성지라 말하면 여전히 고개를 갸웃하는 이가 많다.

수려한 풍광만 품었다고 여겼던 강릉은 사실 일찌감치 차(茶) 문화와 카페문화가 발달한 고장이다.
아주경제

연탄 모양 연탄 케이크와 연탄빵을 파는 키크러스 커피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예전에는 자판기 수십 대가 줄지어 있어 노천 카페로 불렸지만 지금은 그 흔적을 찾아보기 어렵다.

자판기의 추억은 엿보기 힘들지만 10여 년부터 바리스타들이 하나둘씩 자리를 잡으면서 진짜 '카페 거리'가 됐다.

국내 커피 바리스타 1세대인 박이추 씨가 이곳에 둥지를 틀면서 강릉 커피가 더욱 유명해졌다고 한다.
아주경제

커피의 성지 강릉, 그중에서도 안목해변은 '커피의 거리'라 불린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은 커피공장 테라로사를 비롯해 카페 전체를 온통 하얀색으로 칠해 지중해풍 느낌을 물씬 풍기는 산토리니 카페, 연탄 모양 연탄 케이크와 연탄빵을 파는 키크러스 커피, 커피박물관과 농장으로 유명한 커피커퍼 등 저마다의 개성으로 무장한 카페들이 안목해변을 찾는 관광객을 반갑게 맞는다.
강릉=글·사진 기수정 기자 violet1701@ajunews.com

기수정 violet1701@ajunews.com

- Copyright ⓒ [아주경제 ajunews.com] 무단전재 배포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