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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미국, 1994년 북한과 전쟁 검토…54만명 사상 우려에 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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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가안보문서보관소 기밀문서 공개

아시아투데이 허고운 기자 = 미국 행정부가 1994년 1차 북핵 위기 당시 북한과의 전쟁을 실제로 검토했지만 막대한 인명피해를 우려해 선제타격 논의를 접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미국 조지워싱턴대 부설 국가안보문서보관소(National Security Archive)는 8일(현지시간) 공개한 미국 정부 기밀문서에서 드러난 주요 인사들의 발언, 정부기관의 보고를 종합해 이 같은 내용을 밝혔다.

빌 클린턴 미 행정부에서 국방부 장관과 대북 특사를 지낸 윌리엄 페리 전 장관은 1998년 12월 김대중 전 대통령과의 회동에서 미국이 1994년 전쟁을 계획했다고 털어놓았다.

페리 전 장관은 당시 “물론 한국과 미국의 전력을 합치면 우리가 의심할 여지 없이 전쟁에서 이길 수 있지만 그 과정에서 많은 사상자를 낸다”고 말했다.

당시 미 국방부는 모의실험 결과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하면 90일 이내에 주한미군 5만2000명, 한국군 49만명이 사상할 것으로 추산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과수술식 정밀공격’을 하더라도 전면전으로 발전하면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안보문서보관소는 미국의 대북정책이 당근과 채찍을 아우르는 제재를 포함하고 있었지만 이후 군사옵션 논의가 미미했다고 밝혔다. 보관소는 1994년 클린턴 행정부가 대북 군사옵션 사용이 미칠 영향을 검토한 결과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페리 전 장관은 최근 워싱턴 D.C에서 열린 무기통제협회(ACA) 주최 세미나에서도 “북한과의 전면전은 핵전쟁이 될 것이며 중국이 개입하지 않더라도 세계 1·2차대전과 비슷한 규모의 사상자를 낼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2000년 1차 남북정상회담 전에 미국과 긴밀히 협력하면서 한·미 동맹을 견고하면서 북한을 중국이나 베트남 방식으로 개방을 이끌어 내겠다는 뜻을 미국에 직접 설명한 사실도 확인됐다.

안보문서보관소에 따르면 스티븐 보스워스 당시 주한 미국대사는 2000년 5월 2일 김대중 전 대통령과의 전화통화 내용을 국무부에 보고했다. 김 전 대통령은 보스워스 전 대사에서 “이번 남북정상회담은 분단 50여 년에서 가장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며 “우리의 목표는 소박(modest)하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은 “북한은 실질적으로 시장경제 원칙을 수용하고 더 개방되기를 바란다”며 “우리의 목표는 또 다른 중국이나 베트남으로 북한을 이끄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전 대통령은 당장의 목표는 ‘평화공존의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며, 남북통일은 ‘훨씬 더 장기적인 목표’라고 말했다.

특히 김 전 대통령은 무엇보다 강력한 한·미 공조체제를 거듭 강조하며 언제든 자유롭게 전화해달라고 당부했고 보스워스 전 대사는 “남북정상회담은 대단한, 새로운 가능성을 여는 것”이라고 화답했다.

안보문서보관소는 “김 전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서울·워싱턴의 긴밀한 협조를 강조하고, 특히 북한의 개방모델로 중국식 또는 베트남식을 언급한 것은 흥미로운 대목”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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