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심각한 것은 북·미 간 대화채널이 사실상 끊겨 있다는 점이다. 두 나라가 상대방의 의도를 오판해 충돌을 빚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닷새간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온 제프리 펠트먼 유엔 정무담당 사무차장이 리용호 북한 외무상 등 북한 당국자들에게 '오판으로 인한 무력충돌을 막을 대화채널을 긴급하게 열어야 한다'고 촉구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북한이 호응한 듯하다. 북한은 그의 방북을 긍정 평가하면서 "유엔과 각이한 급에서 내왕을 통한 의사소통을 정례화하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의 방북 가능성도 커지게 됐다. 유엔이 당장 북·미 간 중재 역할은 못 해도 메신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북한과 대화를 할 때가 아니라는 게 미국의 확고한 입장이어서 유엔의 역할은 당분간 한계를 지닐 것 같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8일 플로리다 집회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상대로 "제재들이 통할지는 모르겠지만…. 한번 해보자. 누가 알겠는가"라면서 미국의 독자제재 등을 끝까지 밀어붙이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중국이 미국의 대북 군사옵션에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밝혔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의 입을 통해서다. 그는 10일 "중국은 군사옵션을 결코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무력시위와 대항의 악순환에 빠져있는 한반도 정세를 완화하고 대화와 협상을 위한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 쌍중단(북한 핵·미사일 도발과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과 '쌍궤병행'(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와 북미 평화협정 협상) 방안을 각국이 진지하게 검토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리고 북·미 양국에 유엔 안보리 제재결의를 넘어선 행동을 삼가라고 촉구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6일 7대 종단 지도자 초청 오찬에서 북한이 비핵화 협상에 나오도록 압박하기 위해 제재를 지속해야 하지만, 선제타격론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문 대통령은 "군사적 선제타격으로 전쟁이 나는 방식은 결단코 용납할 수 없다. 우리의 동의 없이 한반도 군사행동은 있을 수 없다고 미국에 단호히 밝혔다"고 말했다. 국민을 안심시키는 시의적절한 발언이라고 본다.
이번 주 문 대통령의 중국 국빈방문과 시진핑 주석과의 한중 정상회담이 열린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를 넘어선 한중관계 정상화도 주요 의제이겠지만, 현 북핵 위기 국면을 돌파하기 위한 해법 마련이 뭣보다 중요할 것이다. 북한과 미국이 '치킨 게임'을 하면서 극한대치의 악순환에 놓인 상황인 만큼, 유엔뿐 아니라 한중 양국의 중재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청와대에서 개인의견으로 치부하긴 했지만, 며칠 전 중국의 '쌍중단 쌍궤병행' 방안에 대한 이해찬 의원(더불어민주당)의 발언은 관심을 가질 만하다. 이 의원은 두 정상이 "그 방법이 어떻게 보면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 아니겠느냐, 이런 데까지 인식을 같이하는 수준에 왔다고 말씀드릴 수 있다"고 전했다. 두 정상의 이번 베이징 대좌가 주목되는 까닭이다. 한중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긴장을 완화하고 대화의 물꼬를 틀 현실적 방안이 마련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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