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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김관용의 軍界一學]軍에 대한 문민통제 강화…갈등 봉합은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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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문재인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인 국방개혁 중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게 국방부 문민화(文民化)입니다. 말 그대로 국방부 본부 주요 직위에 비(非)군인 출신 인사 임명을 늘려 실질적 문민화를 달성하겠다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군의 전투능력을 극대화하고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군의 위상을 확립하겠다는 목표입니다.

◇국방부 실장급 인사 5명 전원 민간인 기용

이에 따라 국방부는 차관보급 인사인 5개 실장 자리에 모두 민간 출신을 기용했습니다. 군에 대한 문민통제 원칙을 구현하기 위한 인적 기반을 마련했다는게 국방부 설명입니다.

지난 7일 국방부는 육군 현역이나 예비역 3성 장군이 독점하다시피 해 온 국방부 전력자원관리실장에 박재민 국장을 임명했습니다. 그는 행정고시 36회로 공직에 입문했습니다. 국방부 군사시설기획관으로 재직하면서 주한미군 사드 기지 관련 업무에 깊숙이 관여한바 있습니다. 군구조·국방운영개혁추진실장에도 김윤태 청와대 국방개혁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을 발탁했습니다. 그는 국방부 산하 한국국방연구원(KIDA)에서 30여년 동안 국방 분야를 연구해온 인물입니다.

앞서 국방부는 국방정책실장에 여석주 예비역 해병대 중령(해사40기)을 발탁한바 있습니다. 기획조정실장에는 행시36회 출신의 김정섭 국방부 계획예산관을, 인사복지실장에는 행시35회 출신의 이남우 국방부 기획관리관을 각각 승진 임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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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 고위공무원인 국장급 인사에서도 민간 출신의 약진이 두드러집니다. 앞서 행시39회 출신의 유균혜 국장이 보건복지관에서 계획예산관으로 이동해 김정섭 실장의 자리를 물려받았습니다. 또 정보화기획관에는 권혁진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이, 보건복지관에는 행시37회 출신의 권영철 국장이 임명됐습니다. 특히 국장급인 대변인에는 최현수 국민일보 군사전문기자가 발탁돼 국방부 사상 처음으로 여성 대변인 시대를 열었습니다.

이전 정권에서 국방부 실·국장급 공무원 22명 중 현역·예비역 출신이 아닌 민간 공무원이 6명 밖에 없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큰 변화입니다.

◇군(軍)에 대한 문민(文民) 통제 원칙

사실 우리 군에 대한 문민통제는 제도적으로는 정착돼 있는 상태입니다. 국민에 의해 선출된 정치인이 법률과 예산권을 통해 군을 통제하고 있고, 국군통수권자로부터 군에 대한 지도와 감독 권한을 위임받은 국방부 장관이 실질적으로 군을 지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군에 대한 문민통제는 정책과 군사전략, 예산 등의 분야에서 다양하게 이뤄집니다. 안보 위협을 파악하고 군사전략을 수립해 이를 작전계획과 전력증강계획으로 구체화 하는 전 과정에서 청와대와 정책 및 예산 당국이 관여하고 있으며 언론 등의 간섭도 있습니다.

이 때문에 오히려 군의 전문성이 침해받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됩니다. 작전과 전술, 지휘통솔, 무기체계 등의 군사 전문성은 오랜 기간의 교육과 실전적 훈련을 통해 획득할 수 있는 것인데, 이같은 군의 고유 영역을 문민이 침범해 군의 전문성을 훼손하고 군사적 효율성도 저하시키고 있다는 주장입니다.

이에 따라 군사정치학의 대가로 평가받는 사무엘 헌팅턴은 문민통제 방법론으로 군 전문직업주의에 근간한 문민통제를 주장했습니다. 군의 전문성과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문민이 개입하지 말아야 할 군의 고유 영역과 자율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현대 민주사회에선 국방분야에서의 민군 간 역할을 명확하게 구분하기 어렵고 전쟁 역시 정치적 산물이기 때문에, 군사문제에 대한 민군 간의 긴밀한 대화와 소통이 중요합니다. 이 때문에 미 국무부 고문을 지낸 엘리엇 코언 같은 학자는 군은 전쟁을 위해 존재하고 훈련하고 사고하는 특수집단이기 때문에 민군간 배타적인 역할 분담 보다는 양자 간의 긴밀한 대화를 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면서 종국에는 문민에 의한 의사결정을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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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 민간공무원 80%로 증원?…민군 간 갈등 문제 어떻게

현재 국방부가 설정한 국방 문민화 추진 방향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문민통제에 의한 객관적이고 일관성 있는 국방정책 추진 △군의 철저한 정치적 중립 유지 아래 오직 싸워 승리하는 일에만 전념할 수 있는 여건 조성 △전문직업군인(戰士)이 최고의 존경을 받도록 가치를 회복하는 방안 등입니다.

하지만 현재와 같이 국방부 내 주요 직위에 민간 공무원을 늘린다고 해서 이같은 정책 목표가 구현될지는 미지수 입니다. 일방적인 군 출신 밀어내기로 인해 군 내 불만이 팽배해져 있는 상황입니다. 이미 국방부 내 민간인 비율이 70%를 넘어서고 있는 상황에서 민간과 군인 비율을 8:2까지 조정하겠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특히 군인에 대한 대우 문제도 갈등 요소입니다. 현재 현역 대령의 국방부 직급은 과장입니다. 50대가 다 되어서야 대령 계급장을 단다는 점을 감안하면 행정고시를 통해 국방부에 들어온 과장들과는 나이 차가 많으면 10살까지 납니다. 젊은 민간 공무원들이 나이 많은 현역 군인들을 부하 직원으로 부리면서 인사 평가까지 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구조적 개선이 요구됩니다.

군 특성을 이해하지 못한채 고급 정책업무를 맡는 민간 공무원들로 인해 국방부가 군의 컨트롤타워 기능을 상실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이에 따라 국방부 따로, 합동참모본부와 각 군 본부가 따로 국방정책 기능을 담당하며 갈등을 지속할 수 있습니다. 보다 세밀한 군에 대한 문민통제 개념 정립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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