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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한국 P&G '페브리즈'는 여전히 영업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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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사는 길] 정부와 기업 간 '생활화학제품 안전관리 자발적 협약' 한계 있다

"가습기살균제 이후로 생활화학제품, 특히 탈취제 등 스프레이 사용에 대해 우려하고 있는 시민입니다. 특히 제가 직업이 고등학교 선생인지라, 우리 아이들이 체육 시간 후 땀 냄새 베인 체육복 위에 페브리즈를 다량으로 사용하는 경우를 종종 봅니다. 페브리즈를 뿌리게 될 경우 섬유만이 아니라 학생들의 신체나 공간 등에도 분사되어 우려스러운데요. 페브리즈 성분과 안정성에 대해 알려주세요."

시중에 판매하는 페브리즈를 보면 '상쾌한 향', '은은한 향', '허브향' 등 다양한 향을 내세우며 제품들이 판매되고 있습니다. 페브리즈를 선택할 경우 향만큼 중요한 게 있습니다. 바로 사용 용도에 따라 섬유 속 냄새와 세균을 없애주는 '섬유탈취제'와 공기 중 냄새를 없애주는 '공기탈취제'로 구분됩니다. 섬유탈취제의 경우 집안의 카펫, 커튼, 매트뿐만 아니라 직접 피부에 닿는 옷과 베개, 침구 등에 사용해도 된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팩트체크가 제품의 성분과 안전성을 확인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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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사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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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에 포함된 성분명을 알려 주세요

팩트체크가 (유)한국피앤지(P&G)에 페브리즈의 성분과 안전성을 물었습니다. 하지만 P&G는 "영업 기밀에 해당하여 공개가 어렵다"는 의외의 답변이 왔습니다. 덧붙여 페브리즈 전(全)성분에 관한 정보는 웹사이트(www.febreze.co.kr)에 공개했으니, 직접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지난해 가습기살균제에 이어 페브리즈 유해성 논란이 일자, P&G는 성분을 공개한다는 입장을 표명했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공개하고 있을까요? 확인 결과 웹사이트에는 향료나 용도별 각 제품에 포함된 성분을 공개하는 것이 아니라, 제품 공통으로 함유된 성분의 일반 정보와 특징만을 공개하고 있습니다.

페브리즈 유해성 논란은 끝난 거 아닌가요?

올해 초 환경부는 시중에 유통, 판매 중인 위해우려제품을 전수 조사한 결과, 이 중에서 탈취제, 방향제, 세정제 스프레이형 제품에 함유된 살생물질이 400여 종에 이르고, 그중 위해성 평가가 확인된 살생물질은 12%인 55종에 불과하다고 발표했습니다. 살생물질은 유해 세균을 제거, 억제하는 효과를 가진 반면, 인체에 유해할 수 있어 정부에서 별도로 관리하기 위해 '살생물제법' 제정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페브리즈에 포함된 살생물질이 무엇인지, 그리고 안전성 평가가 확인된 물질은 어떤 것이 있는지 확인해 볼까요. 환경부가 공개한 '유해화학물질과 살생물질 성분'에 따르면, P&G에서 판매하는 45개의 섬유 공기 탈취제용 페브리즈를 확인한 결과 살생물질인 △알코올 △구연산 △폴리아지리딘 △DDAC △BIT 등 총 5종이 포함됐습니다. 하지만 P&G가 웹사이트에 공개한 성분 내용 가운데 BIT를 제외한 4종의 물질만 포함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BIT는 살생물질로 가습기살균제 원인물질인 CMIT/MIT와 같은 이소티아졸린 계열 물질입니다.

더욱이, 페브리즈 미국 본사 웹사이트에는 BIT 성분을 공개하고 있지만 한국 P&G는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요? P&G 측은 "내부 확인 후 연락을 주겠다"는 답변 후, 다음날 담당자를 통해 "최근 홈페이지 업데이트하는 과정에서 누락된 것 같다. 바로 보완하겠다"고 전해왔습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페브리즈에 함유된 살생물질 중 위해성이 확인된 물질이 3종에 불과하다는 점입니다. 나머지 2종의 물질인 △구연산과 △폴리아지리딘은 흡입독성 자료 없이 페브리즈에 함유되어 무분별하게 사용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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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G는 올 초 정부의 '생활화학제품 안전관리 자발적 협약'을 맺은 기업 중 하나입니다. 협약에 따라 P&G는 내년 말까지 판매하는 모든 제품의 전성분을 정부에 제출하고 시민에게 공개해야 합니다. 하지만 위의 사례처럼 정부에 제출하는 자료와 시민에게 공개하는 자료가 다르다면, 기업이 공개하는 전성분을 시민들이 믿을 수 있을까요? 지금의 자발적 협약의 한계는 분명합니다. 기업이 실수든 고의든 간에 성분이 빠지거나 허위 정보를 공개하더라도 제재를 할 수 없다는 겁니다. 기업의 자발적 참여와 의지를 넘어 법과 제도로써 전성분 공개를 규제하고 강제할 수 있어야만 안전을 위한 최소한의 조치인 '전성분 공개'에 대해 시민들이 믿고 안심할 수 있지 않을까요?

기자 : 정미란 환경운동연합 생활환경팀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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