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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中,인재빼가기] 전기차 배터리 인력난 "사람 없어서 공장 세울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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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산업 핵심' 전기차배터리 구인난 속사정
中 '돈다발 공세'에 인재 다 빼간다


아시아경제

[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 국내 전기차 배터리 업계가 핵심 인력들의 '중국 유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우리보다 3~4년 기술력이 뒤진 중국 업체들이 고액연봉을 내세워 국내 인재들을 마구잡이로 빼가고 있기 때문이다.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삼고 2000년부터 20년 가까이 투자를 해온 LG화학을 비롯해 삼성SDI와 SK이노베이션 등은 중국 기업들의 '돈다발 공세'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중이다. 전기차 배터리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이어서 이같은 인력 유출은 국가 경제의 심각한 타격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동유럽 지역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 건설을 준비하고 있는 A 기업은 현지에 파견할 엔지니어가 부족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해외 공장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핵심 인력은 통상 한국에서 일하는 엔지니어를 파견한다. 그러나 최근 중국으로 직원들을 대거 뺏긴 탓에 동유럽에 보낼 엔지니어들을 구하기 힘든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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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회사 관계자는 "사드 사태 이후 국내 배터리 업계가 유럽 시장 투자를 강화하고 있는데 대부분 동유럽 지방에 공장을 짓는 경우가 많은데, 막상 현지 근무자들에 대한 지원은 적은 편"이라며 "동유럽 시골이나 중국 시골이나 생활 수준이 다를 바 없으니 차라리 연봉이라도 많이 주는 중국으로 가겠다는 분위기가 형성돼 유럽 공장을 어떻게 운영할지 이만저만 고민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또 다른 국내 전기차 배터리 회사는 지방 공장에서 근무하던 연구팀 소속 5명이 한꺼번에 중국 회사로 자리를 옮기는 바람에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기술 유출 우려는 물론 다시 인력을 채울 때까지 생산공정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이렇게 중국으로 옮긴 엔지니어들이 지난해부터 족히 수백명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기업들의 한국 전기차 배터리 엔지니어에 대한 구애는 적극적이다. 중국 최대 전기차업체인 비야디(BYD)는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고 최근 중국 광둥성 선전(심천)에서 근무할 한국 출신 인력 공개모집에 나섰다. 연봉 말고도 성과급, 연말 보너스, 관용차 보조금, 자동차 구입 보조금, 1인용 숙소까지 지원한다. 비야디는 중앙연구소 소장으로 우리나라에서 '모셔간' 엔지니어를 임명하기도 했다. 중국 완성차업체인 장성기차는 경기도 판교에 연구소를 차려놓고 인재를 영입하고 있다. 대리급에 1억원대, 차ㆍ부장급에 1억5000만원 수준의 인센티브를 더한 연봉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차 배터리 업계는 일본 사례를 언급하며 중국 인력 유출에 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소니 등 소형 배터리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던 일본 기업들은 10년전부터 핵심 인력들이 중국 기업으로 이탈하면서 기술 동력을 잃어 중국에 쫓기는 신세가 됐다. 이경상 대한상공회의소 경제조사본부장은 "국내 인재들이 거액 연봉을 좇아 중국으로 가는 것을 막으려면 기업들의 당근책이 필요하다"며 "스톡옵션 등의 성과공유제를 도입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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