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청와대 홈페이지 |
최근 귀순한 북한 병사의 치료를 맡고 있는 이국종 아주대학교 의대 교수가 ‘인격 테러’ 비난을 받은 것과 관련해 고충을 토로한 가운데, 청와대 홈페이지에 이국종 교수와 관련한 청원이 등장해 눈길을 모은다.
17일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소통 광장의 국민청원 및 제안 게시판에는 ‘권역외상센터 (이국종 교수님) 추가적·제도적·환경적 인력 지원’ 방안 마련을 촉구하는 청원이 게재됐다.
청원인은 이국종 교수가 처한 현실을 예로 들며 현 의료시스템의 문제점과 개선 방안에 대한 신중한 고려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그는 “이번 북한군 귀순 사건의 주치의이신 이국종 교수님께서 영통구청으로부터 헬기소음민원 공문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정말 한탄을 금치 못했다. 또한 이국종 교수님의 건강상태가 매우 좋지 못하다는 기사도 접했다. 왼쪽 눈은 실명상태라고 한다”며 “타인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 자신의 건강을 희생하고 있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이국종 교수는 왼쪽 눈의 망막혈관이 파열돼 실명 직전인 상태인데도 “환자를 포기할 수 없다”며 메스를 놓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이국종 교수님뿐만 아니라 타 지역 권역외상센터도 소속 병원의 눈치를 본다고 한다. 환자를 치료할수록 병원의 적자가 증가하기 때문”이라며 “죽어가는 생명을 치료하는 것은 의사의 본업이자 사명이지만, 그들은 자신의 본업과 사명을 수행함에 상부와 주위의 눈치를 봐야한다”고 지적했다.
청원인은 “생명을 살리는 고귀한 사명을 수행하는 꿈을 꾸며 의대에 입학하는 수많은 인재들이 의학교육을 받던 중 외과, 흉부외과 등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외과 의사하면 망한다, 쉽지 않다’라는 현실 때문”이라며 “이국종 선생님처럼 훌륭한 의사가 되고 싶다며 의대 진학을 준비 중인 제 동생을 진심으로 만류하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우리는 외과, 흉부외과 지원자 미달이라는 현상에 그들의 선택을 비난하기만 한다. 의대생들은 돈 때문에 의대에 입학했다면서 말이다”라며 “하지만 저는 그들이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국가의 제도와 현실에 비판을 던지고자 한다. 과연 누가 그들을 비난할 수 있겠는가. 응급환자를 살리기 위해 당직실에서 10분 20분씩 쪽잠을 자는 이들에게, 집에 일주일에 한 번 갈까 말까 한 이들에게, 우리는 비난이 아니라 제도적 문제의 수정을 이야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의료서비스에 대한 국가보장범위 확대, 너무도 좋은 말이지만 지금 현재도 형편없는 의료수가 문제가 수없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단순 의료보험적용범위를 넓히는 것만으로 문제점이 해결될 것 같지 않다”며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의대생들이 어쩔 수 없이 사명감과 경제력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청원인은 “왜 우리나라에서는 타인을 위해서 노력하는 삶을 살기 위해서 자신의 고단한 삶을 각오해야 하는 걸까? 왜 아직도 우리는 일제강점기의 독립투사 분들, 6.25 전쟁 참전용사 분들께서 그러하셨듯, 그들이 자신을 희생하는 것을 옆에서 눈감고 있어야 하는가? 우리는 언제까지 의인들에게 희생만을 바라는 사회가 되어야 하는가?”라고 개탄하며 “국가의 주권자인 국민의 1인으로서 국가행정수반인 대통령께 청원한다. 그들을 지켜달라”고 호소했다.
이어 “그들이 환자를 눈치 보지 않고 치료할 수 있게, 하루에 한 번은 잠을 잘 수 있게, 최소 보편적 삶을 살면서도 자신의 사명감을 지킬 수 있게 되기를 진심으로 청한다”고 글을 마무리했다.
해당 청원은 22일 오후 1시 현재 서명인 8만 명을 돌파한 상태다.
한편 이국종 교수는 2011년 ‘아덴만 여명작전’에서 해적의 총에 맞은 석해균 선장을 치료했던 중증외상치료 전문의다. 의학 드라마 MBC ‘골든타임’, SBS ‘낭만닥터 김사부’의 모델이기도 하다.
이국종 교수는 이번 귀순 병사의 수술과 치료를 맡으면서 다시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지만, 귀순 병사의 몸에서 기생충을 발견한 사실을 공개하자 김종대 정의당 의원으로부터 “인격 테러”라는 비판을 들어야 했다. 이국종 교수는 이에 대해 “공개한 모든 정보는 합동참모본부와 상의해 결정했다”며 “개인정보 유출이라는 비난은 견디기 어렵다”고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정아 동아닷컴 기자 cja0917@donga.com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