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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지진 대비 ‘수능 대책’]포항 학부모들 “이대로 수업 받을 수 있을지 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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닷새 만에 등교 재개…“수능 시험장 이동은 잘했다”

20일 오전 8시10분쯤 경북 포항시 북구 덕산동 포항초등학교 앞. 두꺼운 외투를 입고 가방을 멘 학생들이 부모의 손을 잡고 교문을 지나고 있었다. 지난 15일 지진 발생 후 닷새 만의 등굣길이지만 학생들 사이에 반가움보다는 걱정과 염려스러운 대화가 오갔다. 이 학교 5학년생 아들을 둔 이규익씨(58)는 “지진 이후 학교를 둘러본 적이 있는데 교실 벽은 물론 천장과 벽면 이음매도 갈라져 있어 수업이 불가능하다고 봤다”면서 “불안한 마음이 크지만 학교에서 안전 점검 결과 이상이 없다니 아이를 보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포항 지역 대부분의 초·중·고교에서 강진 이후 닷새 만인 20일 수업이 재개됐다. 이날 포항 지역 초등학교 13곳과 중학교 4곳을 제외한 110개교가 문을 열었다. 이날 오전에도 규모 3.6의 지진이 발생하는 등 여진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라 일부 학교에서는 결석하는 학생도 있었다. 중학생 아들을 둔 박호은씨(54·여)는 “아이가 지진을 겪고 나서 걱정하는 표정이 역력하다”면서 “천장 석고보드가 다 떨어진 교실도 있던데, 이 상태에서 수업받을 수 있을지 불안하다”고 말했다. 이날 일부 학교에서는 지진 대피훈련을 하거나 교사들이 모여 지진 대처방안 관련 회의를 열기도 했다. 경북교육청·포항교육지원청은 당분간 일선 학교와 비상 연락체계를 유지하면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다는 방침이다. 몇몇 학교에서는 조기 방학이 필요하다는 요구도 나왔다.

이날 정부가 포항 지역 수능 시험장 12개교 중 피해가 심한 북쪽 4개교 대신 남쪽의 4개 학교를 고사장으로 지정했다. 학부모들은 수능 당일 원거리 이동을 우려하면서도 조치가 적절했다는 입장을 보였다. 딸이 포항여고 3학년에 재학 중이라는 정인대씨(54)는 “여진이 언제 또 발생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그나마 지진 가능성이 적은 포항 남쪽 지역으로 고사장을 옮긴 것은 잘한 판단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학부모 김태석씨(50)는 “수험생이 무리 없이 시험을 치를 수 있도록 교육당국이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백경열 기자 merc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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