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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균열투성이 아파트 안전하다는 포항시…시민들 “못 믿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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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신으로 가득한 ‘지진 피해 건물 안전점검’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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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허물어질지 모르는데 안전하다고 하네요. 믿을 수가 없습니다.”

20일 오후 포항시 북구 흥해읍 중성리 만서세화타운 1차 아파트. 이 아파트 113호에 사는 이애옥씨(60)는 “안방과 거실, 베란다 등의 내부 벽면에 굵은 금이 갔고, 떨어진 벽돌이 나뒹굴고 있는데, 시청에서는 괜찮다고 하니까 속이 터진다”며 목청을 높였다. 1990년 1월 준공된 5층짜리 2개동의 이 아파트에는 105가구가 입주해 있다. 대부분 50~60대 장년·노령층이 산다.

이씨는 “5년 전 남편을 잃고 혼자 사는데, 공황장애를 앓으면서 약을 복용하지 않으면 견디기조차 어렵다”면서 “흥해공고 체육관에서 대피생활을 하고 있는데, 이런 집으로 돌아가서 계속 살라니 막막하다”며 울먹였다. 아파트 앞면의 출입구 쪽은 물론 뒤쪽 벽면에도 곳곳에 균열이 생기고 콘크리트 덩어리가 떨어져 나갔다. 아파트 1동 건물은 5층 중 1~2층을 제외한 3~5층이 왼쪽으로 일부 쏠림 현상도 나타났다.

경향신문

아파트 주민들은 지난 19일 밤부터 이날 새벽 사이에 각각 규모 3.5, 3.6의 강한 여진이 닥친 이후 건물의 안전이 더욱 위태로워졌다고 입을 모았다. 이 아파트 총무 이미숙씨는 “공무원들이 ‘이 아파트가 90% 안전하다’고 했다”면서 “객관적으로 봐도 도저히 정상생활을 할 수 없는데, 어찌 귀가하라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이씨는 말도 안되는 점검결과를 보란 듯이 흥해지역 공동주택 점검결과 통보서를 내밀었다.

포항시가 보낸 통보서에는 ‘지난 15일부터 18일까지 실시한 안전점검에서 사용가능하다는 결과를 통보하니 입주자들에게 널리 알리고 빠른 시일 내 입주할 수 있도록 하라’고 적혀 있었다. 주민들은 “점검결과를 도저히 믿을 수 없다”면서 “대피소 이재민을 줄이기 위해 집으로 돌려보내려는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만서세화타운 1차 아파트뿐 아니라 ‘사용가능’ 점검결과가 나온 것은 대성아파트 6개동 중 3개동을 비롯해 한미장관맨션, 한동맨션, 대흥온천맨션 등 포항시 북구 흥해읍 일대 5개 아파트단지에 이른다. 대성아파트 일부 동은 철거가 추진 중인 곳이다. 포항시 북구 환호동 소재 봉림빌라·명진빌라 등 3곳과 북구 대신동 고려아파트도 사용가능 판정을 받았다.

주민들은 안전점검 결과를 불신했다. 흥해읍 마산리 소재 한미장관맨션 2개동 중 ‘나’동 201호에 사는 임옥자씨는 “건물에 균열이 매우 심해서 집 안에 있기 무서워 대피소와 아파트관리실을 오가며 생활하고 있다”면서 “가뜩이나 어지럼증이 심한데 이런 집에서 어찌 사느냐”고 반문했다.

포항시는 시설안전공단과 건축공무원 등 연인원 260여명의 전문가들이 1차 점검한 결과라고 밝혔다. 포항시는 또 국토교통부와 경북도 등의 건축전문가 126명을 20일 추가로 투입해 피해가 큰 민간주택 1229곳을 대상으로 점검할 방침이다. 주민들은 그러나 “1차 조사는 거의 육안 점검에 의한 것으로 정밀성이 떨어지는 만큼 믿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단독주택 또는 전세입자들은 더욱 애가 탄다. 안전점검이 대규모 아파트단지에 밀려 후순위로 밀려나기 때문이다. 백강훈 포항시의원(흥해읍)은 “안전진단팀을 대규모로 꾸려 조속히 실시하고, 점검결과에 대한 신뢰확보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어 “전세입자들은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고 싶어도 계약기간이 남아 있는 데다 지진이 발생한 이후 새로 전입할 세입자를 찾기도 어려워 참 답답해한다”고 전했다.

또 장기 대피가 필요한 것으로 판단되는 다른 아파트 주민들도 주택지원대책에 불만을 나타냈다. 흥해읍 대성아파트 입주민을 비롯해 장기 대피가 불가피한 주민들은 정부가 제시한 LH공사의 빈집 임대기간이 6개월에 그치고, 이후 지원대책이 없는 것에 반발하고 있다. 현재의 아파트를 철거하고 재건축을 하는 데 2년 이상 걸릴 것을 감안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포항시 관계자는 “국토부 및 LH공사와 임대주택 사용기한을 2년까지 가능하도록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백승목 기자 smbae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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