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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이슈+] 저임금·고용불안… 냉가슴 앓는 경비·미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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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도 비정규직센터, 100개 아파트 단지 조사 / 경비원들 하루 12시간 이상 근무 / 입주민 부당간섭·‘갑질’도 예사 / 청소근로자 월급 114만원 수준 / 휴게실 대부분 난방 시설도 없어 / “생활임금제 도입 등 개선돼야”

전남지역 아파트 경비·미화원(청소근로자)들이 저임금과 고용 불안에 떨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남도 비정규직노동센터는 전남 22개 시·군의 100개 아파트 단지를 선정해 경비원과 미화원의 근로환경을 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20일 밝혔다.

조사 결과 이들은 근무시간에 비해 임금이 너무 적고 매년 근로계약을 다시 해야 해 고용이 불안하다고 호소했다. 또 휴게공간 등 복지환경이 열악하고, 경비·청소업무 외에 입주민들의 사적 지시와 ‘갑질’ 등이 힘들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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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비정규직노동센터 관계자가 최근 전남 22개 시·군의 100개 아파트 단지를 대상으로 경비원과 미화원의 근로환경 등을 조사하고 있다. 전남 비정규직노동센터 제공


전남지역 아파트 경비 근로자는 100% 남성이었고, 연령대는 60대(64.1%)와 70대(26.2%)가 대부분이었다. 20∼50대는 5.6%에 불과했다. 근무형태는 격일제가 가장 많았다. 대부분 경비원은 하루 12시간 이상 근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1인당 월급여는 평균 162만원으로 조사됐으며, 150만∼180만원이 66.2%, 130만∼150만원이 17.9%였다. 이들이 희망하는 임금은 180만원 이상이었다.

입주민의 부당한 간섭이나 업무 지시 등 ‘갑질’도 이들을 힘들게 하고 있다. 입주민들이 인간적으로 대우하느냐는 질문에 긍정적 응답이 68%였다. 하지만 나머지 30%가량은 이들을 부당하게 대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비원과 달리 미화원은 93.9%가 여성이었다. 연령대별로는 60대(56.4%)와 50대(23.8%)가 대다수였다. 이들은 일주일에 6일(하루 6∼7시간) 일하며, 월급여는 평균 114만원이었다. 고용형태는 위탁관리업체 계약직이 60% 이상이었다. 이들은 휴가는 보장돼 있지만 사용할 경우 다른 근로자가 업무를 대신해야 하는 탓에 경조사나 위급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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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특성상 근무 장소가 실외여서 여름에는 더위, 겨울에는 추위에 노출된 채 작업해야 하는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따라서 냉난방 시설이 갖춰진 휴게공간이 필요한데, 쉴 곳이 대부분 지하실에다 냉난방 시설이 거의 없는 것으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정원수 관리 등 업무 외 잡무를 많이 하고, 입주민의 부당한 지시나 간섭도 잦은 것으로 나타났다.

비정규직센터는 아파트 근로자 실태조사 결과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저임금과 고용불안, 휴게시설 확충, 입주민과의 관계 등을 꼽았다.

센터는 개선 방안으로 저임금의 경우 전남도가 시행하고 있는 생활임금제 도입을 제안했다. 고용도 위탁업체에 맡길 것이 아니라 입주자대표회의가 직접 고용해야 한다고 권했다.

휴게시설 확충은 비용 등의 문제로 아파트 입주민들이 자체 해결에 어려움이 있다며 지자체가 지원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입주민들의 갑질 문제는 경비원과 미화원을 반상회 또는 입주자대표회의에 참여시키면 상호 이해와 소통이 이뤄져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무안=한승하 기자 hsh6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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