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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6 (토)

"밤에 지진이 덮칠까 신발 신은채 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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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항 지진 이후 ◆

"끊이지 않는 지진 때문에 밥 한술 뜨기 힘들 정도로 머리가 아프고 속이 울렁거려요. 어젯밤에는 지진이 또 덮칠까 무서워서 어디로든 도망갈 수 있도록 신발까지 신은 채 한숨도 못 잤어요."

20일 오후 포항 흥해남산초등학교 대피소에서 엿새째 생활하고 있는 초등학교 5학년 임은비 양(12)은 지진의 '지' 자만 들어도 까무러칠 정도로 놀라 있었다. 그런 임양에게 전날 밤은 지옥 같은 시간이었다. 지난 19일 오후 11시 54분께 포항시 흥해읍 일대에서 규모 3.5 여진이 발생한 데 이어 20일 새벽 6시 5분께 규모 3.8의 강한 여진이 또다시 덮쳤기 때문이다.

임양처럼 포항 시민들은 잇단 여진 탓에 '지진 트라우마(정신적 외상)'에 빠져 있다.

흥해읍에 사는 주민 김덕순 씨(61)도 "지난밤 11시에 여진이 있은 후 밤새도록 못 자고 자다 깨다 했다"며 "현관 앞에는 신발을 바로 신고 뛰쳐나갈 수 있도록 해놓고 문도 살짝 열어놓은 상태로 겨우 잤다"고 말했다.

계속되는 강력한 여진에 포항지역 주민들은 심각한 지진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 18일 단 한 차례도 없었던 여진이 19일 다섯 차례나 발생하고 이날 새벽 큰 여진이 또 한 차례 발생하자 포항 주민들은 연일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다.

심신이 미약한 고령의 일부 주민들은 일상생활에서도 지진 공포감을 느낄 정도다. 주민 황 모씨(70)는 "지진을 겪은 뒤 자동차만 지나가도 가슴이 엄청 뛴다"며 "작은 소리에도 소스라치게 놀라는 게 며칠 됐다"고 불안해했다.

지난 15일 발생한 지진으로 큰 피해를 입은 포항 한동대에서도 이날 새벽 여진으로 학생들이 대피하는 소동이 빚어졌다. 문예진 한동대 생활관 자치회 부회장은 "학교 안 기숙사에 살고 있는 학생들과 학교 근방에서 자취하던 학생들 상당수가 여진을 느끼고 학교 안 생활관으로 대피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한동대는 지진 후 휴교령을 내린 채 온라인 수업으로 학사 과정을 대체하고 있다.

계속되는 여진에 건물 추가 피해 우려도 커지고 있다. 여관을 운영하는 김 모씨(28)는 "여진이 날 때마다 기존 집의 균열은 더욱 커지고 있는 상태"라며 "별다른 대책도 없는 상황이라 그저 초조한 마음밖에 없다"고 말했다.

경북소방본부는 19일과 20일 새벽 발생한 여진으로 '땅이 심하게 흔들린다' '지진이 맞느냐'는 신고 전화가 50여 통 걸려왔지만 현재까지 특별한 피해 신고는 없다고 밝혔다.

이처럼 주민에게 심리적인 공포감을 주는 여진이 시차를 두고 계속되는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외력을 받은 땅이 스트레스(응력)를 해소하는 과정'이라고 보고 있다. 지진은 지층이 어긋난 '단층'에서 주로 발생하는데 단층이 깨지거나 뒤틀리면 응력이 지층에 쌓이게 되고, 본진 이후 아직 해결이 안 된 힘이 남아 있게 된다. 다시 말해 지층이 여진을 통해 점차 안정을 찾아간다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앞서 지난해 9월 발생한 규모 5.8 경주 지진에서도 진앙 주변에서는 1년 동안 630여 회 여진이 이어졌다. 다만 포항 지진의 경우 본진으로 땅이 세차게 흔들린 데다 땅이 물러지는 액상화 현상이 관측되면서 여진 규모에 따라 피해가 더욱 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포항 강진과 여진으로 피해를 본 흥해초등학교가 시설을 폐쇄한 가운데 포항지역 일부 학교에서 조기 방학에 들어가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흥해초는 이달 18일부터 학교 시설에 안전 펜스를 설치하고 추가 피해 방지를 위한 공사에 들어가 학교 출입을 제한하고 있다. 폐쇄 대상은 아니지만 휴교를 연장한 학교들은 불안해하고 있다.

[포항 = 우성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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