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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6 (토)

불러도 대답없는 `수능 연기 고충처리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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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능 대책 ◆

교육부가 고3 수험생과 학부모들의 고충을 덜어주기 위해 설치한 '수능시험 연기 고충처리센터'가 제구실을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간단한 문의 사항에 대해서도 답변하는 데 하루 이상 소요돼 보다 내실 있는 수능 연기 보완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매일경제신문은 지난 19일 '수능시험 연기 고충처리센터'에 두 가지를 문의했다. '재수생이 어떻게 하면 수능 전날 예비소집일 문자를 받을 수 있는지' '지진 후유증으로 고통받았을 때 상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지'였다. 문의를 한 지 15시간이 지났지만 답변이 없었다.

지연 이유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300여 건의 민원이 와 있어 조금 더 기다리면 개별 답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당초 교육부는 고충처리센터를 통해 학생·학부모·교직원·대학 등 국민의 고충에 신속하게 대응하기로 한 바 있다.

느린 대응은 물론 무성의한 답변도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앞서 교육부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시스템을 활용해 수능과 관련된 정보를 충실하고 정확히 제공하겠다고 밝혔지만 수능 연기가 발표된 17일 이후 평가원 '질문과 답변' 코너에 올라온 답변의 상당수가 형식적인 선에 그치고 있다.

수험생 이 모씨는 "지방 출신 수도권 거주 학생인데 이번에 수능이 연기되는 바람에 비행기 표를 다시 사서 일주일 후에 지방으로 이동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서울에서 시험을 볼 수 있게끔 시험장을 조정해줄 수 있느냐"고 문의했으나 교육과정평가원으로부터 "시험장 배치에 관한 것은 시도교육청에서 담당하고 있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고3 수험생을 둔 학부모 김 모씨는 "유명 학원들은 자습 분위기를 조성하고 수험장 변경 등에 관한 정보도 친절히 제공해주고 있다"며 "이러니 공교육보다 사교육을 믿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강남의 유명 재수 학원은 수능 연기 결정 이후 수험들에게 인터넷 강의를 무료로 제공하는 등 공공기관과는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국가적 대응이 필요한 사건이 있을 때마다 고충처리센터와 유사한 방안들을 내놓고 있다. 지난 8월 '살충제 계란' 파문 당시 정부는 축산물품질평가원(축평원)이 운영하는 '등급계란정보 조회하기' 서비스를 통해 가정의 계란이 '살충제 계란'에 해당하는지를 찾아볼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사실상 유통되는 계란 중 축평원 평가를 받은 8%만이 검사가 가능한 것으로 드러나며 전시행정이라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김선희 좋은학교바른교육학부모회 회장은 "수능 같은 공적 사안에 대해 학생 건강, 학교 시설 등과 관련한 고민을 (고충처리센터에) 털어놓으면 교육부가 해결해 줄 수 있는 방법이 있느냐"며 "전형적인 전시행정이며, 추상적이고 어설픈 행정은 있으나 마나"라고 꼬집었다.

[나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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