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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9 (화)

`따라하기 제품`으론 안돼…PB도 혁신으로 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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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렌뷔르흐 PL제조사협회 디렉터

매일경제

1994년 영국의 슈퍼마켓 체인 세인즈베리가 코카콜라와 유사한 디자인의 PB(Private Brand·유통업체가 자사 브랜드를 붙여 판매하는 제품) 콜라를 출시했다. 코카콜라를 본뜬 '미투' 제품이었다. 코카콜라는 즉각 반발했지만 소비자 반응은 뜨거웠다. 전 세계에 PB의 존재감을 알린 '신호탄'이었다.

최근 유통 관련 세미나 참석차 방한한 유디스 콜렌뷔르흐 세계PL제조사협회(PLMA) 리서치 디렉터는 "커피, 콜라 등 1등 브랜드와 똑같이 만들어 승부를 보던 미투 브랜드 PB 시대는 지났다"며 "PB는 이제 기존에 없던 혁신적인 제품, '미 퍼스트(Me, First)' 제품으로 경쟁하고 있다"고 말했다. PLMA는 PB 제품을 만드는 전 세계 70여 개국, 3200여 개 다국적 제조사를 회원사로 두고 있다.

대표적인 '미 퍼스트' 사례는 영국 세인즈베리의 햄이다. 과거에는 매장에서 햄을 썰어 팔았는데, 상온에 오래 두면 햄이 쉽게 상했다. 세인즈베리는 자사 PB 햄을 개별 포장하고 특수 스티커를 붙였다. 산소에 오래 노출되면 스티커 색깔이 변했다. 이 색을 보고 소비자들은 신선도를 확인했다. 첨단 기술을 접목해 '신선한 햄'이라는 시장을 만든 것이다.

콜렌뷔르흐 디렉터는 "최근 유럽에서는 채식과 친환경, 스낵, 밀키트 등에서 PB 상품 개발이 활발하다"고 말했다. 기존 시장 1등 브랜드를 모방하거나, 좀 더 싼 가격에 1등 브랜드와 비슷한 품질을 제공하는 단계를 넘어선 것이다.

유럽에서도 PB 제품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스페인에서는 2000년 20%였던 PB 비중이 2016년 52%로 치솟았고, 독일에서도 같은 기간 PB 비중이 29%에서 45%로 늘었다. PLMA에 따르면 소비자의 63%는 PB 제품이 일반 브랜드보다 품질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고 응답했다.

그는 "이마트 노브랜드 전문점에도 들렀는데, 노란 포장의 노브랜드 제품으로 채운 건 매우 대담한 시도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간편가정식 경쟁이 치열한 한국 PB 시장에도 조언을 남겼다. "간편가정식은 편리하지만 일주일 내내 전자레인지에 돌려 먹는 제품을 먹고 죄책감을 안 느낄 사람은 없죠. '요리'와 '건강'에 대한 욕구를 채워줄 밀키트로 시장은 변하고 있습니다."

[이유진 기자 / 사진 = 김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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