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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9 (일)

수능 시계 일주일 미뤘다, 포항 5.4 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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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으로 첫 연기 … 정부 “수험생 안전 고려, 23일 실시”

포항 주민들 여진 이어지자 “아이고, 왜 이래” 뜬눈 밤샘

전국서 진동 감지 … 300㎞ 떨어진 광화문도 흔들려

중앙일보

경북 포항 지역에 15일 오후 규모 5.4의 강진이 발생했다. 이날 지진으로 흥해읍의 한 건물 외벽이 무너지면서 인근에 주차된 차량을 덮쳤다. 이번 지진은 지난해 9월 발생한 규모 5.8의 경주 지진에 이어 계기 관측이 시작된 이래 국내에서는 두 번째로 강한 것이다. [프리랜서 공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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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오후 2시29분 경북 포항에서 발생한 규모 5.4 지진 때문에 16일 치를 예정이던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일주일 뒤로 전격 연기됐다. 1993년 수능이 도입된 이후 재난 때문에 수능이 연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정부서울청사에서 15일 밤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수험생들의 안전과 수능의 공정성·형평성을 고려해 수능을 일주일 뒤인 23일 시행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김 부총리는 “지진의 여파로 포항고·포항여고·대동고·유성여고 등 수능 수험장 다수에서 건물 균열이 발생했고, 예비시험장인 포항 중앙고에도 균열이 발생하는 등 각종 피해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김 부총리는 “포항지역 수험생 중 상당수가 여진 등을 걱정해 귀가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지난해 경주 지진이 발생한 다음 날에 46회 여진이 발생한 점도 이번 연기 결정에 고려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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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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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이날 지진의 진앙(포항시 북구 북쪽 9㎞, 북위 36.10도, 동경 129.37도, 지하 8㎞)인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망천리를 기자가 오후 4시쯤 찾아갔다. 포항시청에서 북쪽으로 약 11㎞ 떨어진 이 마을에는 300여 명(181가구)의 주민이 산다.

망천리 일대는 아수라장이었다. 주택 옥상 콘크리트 난간이 바닥으로 쏟아져 내리고 대문만 남은 채 벽이 모두 무너진 집도 보였다. 기와지붕이 산산조각 난 집도 있었다. 오후 4시49분 규모 4.3의 여진이 일어나자 주민들은 “아이고, 왜 이래”라며 비명을 내질렀다.

이옥숙(72) 할머니는 “인근 마을 주민 70~80명과 함께 노래 수업을 듣는데 갑자기 큰 진동이 일어나고 천장에서 먼지가 쏟아져 내렸다. 가족들에게 전화를 했는데 먹통이었다”고 당시를 증언했다. 인근 남송리에 사는 황흥식(82) 할머니는 “쿵쿵쿵 하더니 집 창고에 쌓아둔 연탄 600장이 깨졌다. 오늘 밤은 불안해 집에서 잘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진앙에서 3.1㎞ 거리인 한동대 학생들도 지진으로 공포에 떨었다. 지진 직후 학생 수백 명이 캐리어를 들고 집단으로 피난 가듯 기숙사를 빠져나왔다. 대학생 유혜원(21)씨는 “기숙사에서 수업을 들으러 가는 길에 아스팔트 도로가 쾅 하더니 위아래로 땅이 흔들리면서 가라앉는 느낌이 들었다. 길에 있던 학생들이 소리를 지르고 일부는 주저앉기도 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날 지진은 약 300㎞ 이상 떨어진 서울 광화문과 전국 각지에서 진동이 감지됐다. 오후 10시 현재 이번 지진에 따른 인명피해는 중상 2명, 경상 48명으로 잠정 집계됐다. 한편 16일 은행 개점과 주식·외환시장 개장 시각은 평소보다 한 시간 늦은 오전 10시다.

포항=김정석·최은경 기자, 전민희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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