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으로 첫 연기 … 정부 “수험생 안전 고려, 23일 실시”
포항 주민들 여진 이어지자 “아이고, 왜 이래” 뜬눈 밤샘
전국서 진동 감지 … 300㎞ 떨어진 광화문도 흔들려
경북 포항 지역에 15일 오후 규모 5.4의 강진이 발생했다. 이날 지진으로 흥해읍의 한 건물 외벽이 무너지면서 인근에 주차된 차량을 덮쳤다. 이번 지진은 지난해 9월 발생한 규모 5.8의 경주 지진에 이어 계기 관측이 시작된 이래 국내에서는 두 번째로 강한 것이다. [프리랜서 공정식]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정부서울청사에서 15일 밤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수험생들의 안전과 수능의 공정성·형평성을 고려해 수능을 일주일 뒤인 23일 시행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김 부총리는 “지진의 여파로 포항고·포항여고·대동고·유성여고 등 수능 수험장 다수에서 건물 균열이 발생했고, 예비시험장인 포항 중앙고에도 균열이 발생하는 등 각종 피해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김 부총리는 “포항지역 수험생 중 상당수가 여진 등을 걱정해 귀가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지난해 경주 지진이 발생한 다음 날에 46회 여진이 발생한 점도 이번 연기 결정에 고려됐다”고 말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망천리 일대는 아수라장이었다. 주택 옥상 콘크리트 난간이 바닥으로 쏟아져 내리고 대문만 남은 채 벽이 모두 무너진 집도 보였다. 기와지붕이 산산조각 난 집도 있었다. 오후 4시49분 규모 4.3의 여진이 일어나자 주민들은 “아이고, 왜 이래”라며 비명을 내질렀다.
이옥숙(72) 할머니는 “인근 마을 주민 70~80명과 함께 노래 수업을 듣는데 갑자기 큰 진동이 일어나고 천장에서 먼지가 쏟아져 내렸다. 가족들에게 전화를 했는데 먹통이었다”고 당시를 증언했다. 인근 남송리에 사는 황흥식(82) 할머니는 “쿵쿵쿵 하더니 집 창고에 쌓아둔 연탄 600장이 깨졌다. 오늘 밤은 불안해 집에서 잘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진앙에서 3.1㎞ 거리인 한동대 학생들도 지진으로 공포에 떨었다. 지진 직후 학생 수백 명이 캐리어를 들고 집단으로 피난 가듯 기숙사를 빠져나왔다. 대학생 유혜원(21)씨는 “기숙사에서 수업을 들으러 가는 길에 아스팔트 도로가 쾅 하더니 위아래로 땅이 흔들리면서 가라앉는 느낌이 들었다. 길에 있던 학생들이 소리를 지르고 일부는 주저앉기도 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날 지진은 약 300㎞ 이상 떨어진 서울 광화문과 전국 각지에서 진동이 감지됐다. 오후 10시 현재 이번 지진에 따른 인명피해는 중상 2명, 경상 48명으로 잠정 집계됐다. 한편 16일 은행 개점과 주식·외환시장 개장 시각은 평소보다 한 시간 늦은 오전 10시다.
포항=김정석·최은경 기자, 전민희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모바일에서 만나는 중앙일보 [페이스북] [카카오 플러스친구] [모바일웹]
ⓒ중앙일보(http://joongang.co.kr) and JTBC Content Hub Co., Lt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