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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명의에게 묻다] 췌담도암, 의사·환자가 동행해야 극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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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치성 췌장암·담도암도 진단기술 발달로 조기진단 가능해져

환자와 의사가 서로 신뢰 쌓아야 '최선의 결과' 기대

(서울=연합뉴스) 이광혁 삼성서울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 직장인 A(60)씨는 지난해 건강검진 때 받은 복부 초음파 검사에서 췌장에 이상이 발견됐다. 2년 전 건강검진에서는 아무런 이상이 없었던 부위였다. A씨는 평소 담배도 피우지 않았고, 술은 주 1회에 소주 2병가량을 먹는 정도였다. 증상도 식후 불편감 이외에는 별다른 게 없었다.

복부 CT(컴퓨터단층촬영) 검사에서는 A씨 췌장에 암으로 의심되는 병변이 보였다. 검사결과를 정확히 하기 위해 내시경에 초음파 기기를 달아 암 부위를 직접 보며 바늘로 찔러 조직검사를 한 결과, 췌장에 발생한 선암으로 최종 진단됐다. 하지만 수술은 불가능했다. 선암이 이미 동맥을 침범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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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부 CT 검사 결과(사진 왼쪽) 췌장 구상 돌기에 췌장암 의심 병변(적색 선 안)이 관찰되어 초음파 내시경 유도하 세침 흡입술을 시행한 결과(사진 오른쪽 노란색 화살표 끝) 선암으로 진단됐다. [삼성서울병원 제공=연합뉴스]



이에 3개월간 네 차례에 걸친 복합항암요법(FOLFIRINOX)과 방사선 치료를 시행했다.

그런데도 CT 검사에서는 여전히 수술이 어려운 상태로 판정됐다. A씨는 그로부터 8개월간 복합항암요법을 9차례나 더 받았다. 이런 치료 덕분으로 암의 활동성은 거의 사라졌다.

수술이 가능할 만큼 A씨의 상태가 호전된 것이다. 관련 의료진들이 모여 다학제 회의를 진행한 뒤 A씨 및 보호자와 함께 수술의 위험부담과 기대결과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A씨는 최종적으로 수술을 택했다.

의료진은 환자 스스로의 결정에 따라 소장에 산소를 공급하는 상장간막 주변을 제외하고 췌장암 대부분을 제거했다. 수술로 떼어낸 암 덩어리를 분석한 결과 95%는 이미 괴사한 상태였다. 그동안의 항암제 치료 덕분이었다.

다만 어쩔 수 없이 떼어내지 못한 조직에 암이 남아 있을 가능성을 고려해 다시 항암치료에 들어갔다. A씨는 수술 후 6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췌장암의 재발은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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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 전 찍은 PET-CT상의 췌장암 병변(사진 왼쪽) 모습. 오렌지색으로 밝게 빛나는 왼쪽 부분이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암 덩어리다. A씨는 1년 남짓 복합항암요법을 무사히 마친 덕분에 암의 활동성을 잠재울 수 있었다(오른쪽). [삼성서울병원 제공=연합뉴스]



발달하는 의학 및 의료 기술은 A씨 경우처럼 환자와 의사가 동행하면서 병을 예방하고 병을 치료하는 세상을 만들었다. 대표적인 난치암 중 하나로 꼽히는 췌장암, 담도암도 예외가 아니다. 다른 암들처럼 조기에 진단하는 길이 아직 완전히 열린 건 아니지만, 희망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췌장암이 의심될 때 쓰이는 CT나 MRI처럼 각종 영상진단 장비와 관련 학문의 발전에 힘입어서다.

대표적인 검사 장비인 CT의 경우 최근 주목받는 '정밀CT'(다중검출나선형CT, MDCT) 방식으로 더욱더 세밀한 검사가 가능해졌다. 진단 디텍터 수가 많으면서도 촬영시간이 짧고 해상도가 높아 전체 췌장암의 95%가 MDCT로 발견이 가능하다는 보고도 있다.

담관과 췌관 부위를 MRI로 찍는 'MR담췌관촬영술'(MRCP)은 상처를 내지 않고 담췌관의 이상 유무는 물론 애매한 간 전이도 구분할 수 있게 만들었다.

또 신체대사 이상 유무를 검사하는 PET와 구조적 이상을 진단하는 CT를 결합한 'PET-CT'는 췌장암과 췌장염을 감별하거나 암의 전이, 재발 등을 확인하는 데 유용하다.

이러한 발전으로 요즘은 췌장과 담도의 작은 이상도 발견할 수 있게 됐다. 특히 고위험성 전암 병변들도 구별이 가능해지면서 암으로 악화하기 전에 수술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최근에 급속히 발전한 췌담도 내시경도 이러한 변화를 가속하고 있다.

췌담도 내시경은 췌장암과 주위 림프절을 살펴볼 수 있다. 1㎝ 크기의 작은 종양도 찾아낼 만큼 정확성도 높아지고 있다. 내시경 초음파를 하면서 조직 생검(生檢)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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췌담도암, 의사·환자가 동행해야 극복한다 [삼성서울병원 제공=연합뉴스]



과거에는 증상이 나타나고 나서야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많아 췌담도암을 진단받은 환자가 암을 이겨내기까지 의사와 동행하는 시간이 그리 길지 않았다. 암 진단 후 꼬박 1년을 못 채우는 경우도 많았다.

A씨는 복부 초음파와 CT 등의 영상기술 발달로 심한 증상이 발생하기 전에 췌장암을 발견한 경우다. 췌담도 초음파 내시경을 이용한 조직검사로 확진까지 가능했고, 이를 토대로 적절한 수술치료까지 할 수 있었다. 당초 수술이 불가능할 만큼 어려웠던 상황임을 고려하면 놀랄 만한 진전인 셈이다.

앞으로 의학이 더 발달하면 건강검진 때 췌담도암 발생 전 단계의 병변을 미리 발견하고 환자의 암 위험도도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향후 '맞춤의학'(personalized medicine)과 결합하면 췌담도암의 조기 진단에 대한 알고리즘도 만들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A씨처럼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할 수 있는 사례가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의미다.

그뿐만 아니라 췌담도암의 수술적 치료방법의 발달, 방사선 및 약물치료의 발달도 이러한 기대를 낙관하게 한다.

다만 이를 위해 넘어야 할 산도 만만치 않다. 현재 확보한 기술의 치료 효과를 완전히 예측하는 것조차 어려운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결국, 지금 상황에서는 다학제 진료를 통해 환자에게 적용 가능한 다양한 치료법 중 적절한 방법을 찾아 최대한 빨리, 중단 없이 진행하는 게 최선이다.

이런 점에서 이제 질병 치료는 의사 혼자만의 몫이 아니다. 환자와 의사가 끝까지 동행하면서 서로에게 충분한 정보를 주고받고 신뢰를 쌓아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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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혁 삼성서울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삼성서울병원 제공=연합뉴스]



◇ 이광혁 교수는 1995년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동국대 의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6년 미국 존스 홉킨스 의과대학에서 췌장암의 분자생물학적 메커니즘과 내시경 초음파를 주제로 연수했다. 이후 현재까지 삼성서울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발표 논문으로는 '췌장 질환 및 췌장암 진단에서 적절한 초음파 내시경 검사 방법', '췌장암 및 췌장 질환에서 마이크로RNA(microRNA)의 역할과 임상적 유용성' 등이 있다. 최근에는 췌장암 환자를 대상으로 항암제 및 표적 치료제의 감수성을 치료 전에 예측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bi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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