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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美 유전자 검사 규제 또 풀었다…복지부 "우리도 규제 개선 논의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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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보건 당국이 유전자 검사 시장의 규제를 크게 완화해 개인 게놈 분석 서비스 시장이 급속하게 커질 것으로 보인다.

15일 미국식품의약국(FDA)에 따르면, FDA는 지난 6일(현지시간) 유전자 검사 시장의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을 담은 성명을 발표했다. FDA는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유전적 건강 상의 위험을 평가할 수 있는 유전자 검사 서비스(genetic health risk tests·이하 GHR 검사) 판매·제공 기업들에 대한 규제 경로를 간소화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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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식품의약국 FDA 이미지 / fiercebiotech 제공



◆ FDA, 개인용 유전자 검사 시판 전 규제 개선

유전체 분야 기술이 발전하고 분석 비용이 저렴해지면서 미국에서는 10여년 전부터 의료기관을 통하지 않고도 개인이 타액(침) 샘플을 보내 자신의 조상의 특성을 알아내거나 질병 위험을 예측할 수 있는 ‘소비자 직접(DTC·Direct-to-Consumer) 서비스’가 속속 생겨났다.

하지만, 중대 질환에 대해서는 병원을 거쳐야만 유전자 검사를 의뢰할 수 있었다. GHR 검사의 정확성에 대한 우려가 있고 소비자들도 잘못 이해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이제 FDA는 최초 검토와 승인을 받은 업체의 경우 추가 검토와 허가 절차 없이 DTC GHR 검사 서비스를 출시할 수 있도록 했다. 제품 별 심사를 ‘업체 별 심사’로 간소화한 것이다.

스캇 고틀리브(Scott Gottlieb) FDA 국장은 성명을 통해 “개인 유전자 검사 서비스를 판매하고자 하는 기업이 검사의 정확성, 신뢰성, 임상 관련성, 특정 유형의 유전자 검사를 입증하는데 필요한 연구 및 데이터 유형 등 FDA의 요구사항을 충족했다면, 이후 제품별로 일일이 판매 전(premarket) 심사를 받지 않아도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FDA는 이번 규정을 발표하면서 비타민D 수준을 평가하는 새 버전의 유전자 검사 서비스를 내놓은 한 업체에 대해 시판 전 심사를 면제키로 최종 허가했다고 덧붙였다.

◆ “규제로 규제 완화, 혁신적인 의학 제품 효율적으로 제공하려는 것”

이번 미국 FDA의 ‘신(新)규제 완화’는 미국 게놈 산업 성장의 기폭제 역할을 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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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앤미(23&me)가 제공하는 유전자 검사 서비스 제품/ 23&me 홈페이지 제공



트럼프 정부가 들어선 후 FDA는 유전자 검사 규제 완화 가능성을 예고해왔다. 지난 4월 FDA는 23앤미가 알츠하이머, 파킨슨병 등 10가지 질환에 대해 개인용 유전자 검사 서비스를 확대하는 것을 허가했다. 이는 의료기관을 거치지 않는 DTC 방식의 유전자 검사 서비스를 승인한 최초 사례였다. 4년 전에는 FDA가 23앤미의 GHR 유전자 검사 서비스에 대해 ‘판매 불허’ 판정을 내렸다.

또 이달 3일 스캇 고틀리브 FAD 국장은 FDA 위원들과의 오찬 자리에서 “‘규제를 통한 규제 완화(deregulate by regulating)’를 계획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실제로 FDA가 유전자 분석 서비스에 대해 추가 규제 완화에 나서면서 미국 유전자 분석 기업들은 시장 확대에 대한 기대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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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캇 고틀리브 FDA 국장




미국 유전자분석장비업체 일루미나의 고위 관계자는 “FDA가 지난 주 새로운 규제 완화를 예고하면서 이미 시장에서는 일반 소비자 유전자 검사 서비스가 커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다"고 말했다.

이번 발표 후 고틀리브 국장은 “FDA의 목표는 혁신적인 의료 제품을 사람들에게 보다 효율적으로 전달할 수 있도록 규제 경로를 간소화하는 동시에 소비자가 추구하는 FDA의 보증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6개월 동안 FDA는 여러가지 접근법을 연구해왔다”면서 “개인 소비자용 유전자 검사 기술은 전통적인 위험(risk) 기반의 장치 규제 접근법과는 부합하지 않기 때문에 새 규제 모델을 고안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 복지부, 국내 업계 요구·FDA 변화 의식해 규제 개선 고려

미국의 규제 개선 기조는 우리나라 정책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보건복지부는 이달 3일부터 유전자검사에 대한 규제 개선 방향을 모색하기 위한 민관 협의체 회의를 열고 규제 개선을 위한 논의를 시작한 것으로 확인됐다.

14일 보건복지부 생명윤리정책과 관계자는 “유전자 검사 DTC 시장의 규제를 완화해달라는 산업계 요구가 많았고 미국의 규제 변화도 고려해 회의를 열었다”며 “앞으로 유전자 검사 규제 개선의 원칙을 세우고 어떤 질병까지 허용할 지를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복지부도 지난해부터 유전자 검사 DTC 서비스를 허용했다. 지난해 6월 30일부터 의료기관 의뢰 없이 민간 업체의 유전자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다만, 복지부는 혈당, 혈압, 피부노화, 체질량지수 등 12개 검사항목과 관련된 46개 유전자에 대해서만 DTC 서비스를 허용했다.

국내 업체들은 “12개 검사항목의 범위가 지나치게 작다”며 “규제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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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을 요구한 국내 업체 대표는 “복지부가 허용한 12개 항목 모두 큰 의미가 없는 유전자만 골라 규제를 완화하는 시늉만 한 것”이라면서 “우리 정부가 허가한 제품군으로는 세계 시장에서는 물론 국내에서도 큰 수익을 거두기 힘들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첫 민관협의체 회의를 시작으로 2주에 한번씩 6차례 가량 회의를 거쳐 규제 개선 방향을 모색할 계획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개선 내용이 고시를 통해 반영되기까지는 약 6개월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한 국내 의과대학 교수는 “합리적인 규제는 환자의 안전과 권리를 보호하는 것 뿐만 아니라 기술과 산업의 발전을 돕는다”면서 “FDA가 하면 우리도 뒤따라한다는 식의 접근은 비전문적인 접근일 뿐더러, 국내의 연구 및 기술적 성과의 빛도 바라게 한다”고 말했다.

김남국 서울아산병원 융합의학과 교수는 “신산업 분야가 생겨났을 때는 규제 기관이 각 분야별 규제 과학자를 키워 해당 영역을 깊게 학습한 후 규제를 만들 수 있도록 기관 자체의 수준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지윤 기자(jjyy@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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