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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5 (토)

[방전포비아] 배터리는 왜 겨울에 빨리 닳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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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한 배터리 사용법

한국일보

지난 10일 평소 직장인들이 자주 찾는 서울 중구의 한 카페를 찾은 최모(29)씨가 4구까지 멀티탭을 테이블 콘센트에 꽂고 노트북PC, 카메라, 보조배터리 등 각종 스마트 기기들을 충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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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러운 배터리 방전으로 당황하지 않기 위해서는 평소 배터리의 특성을 파악해 두어야 한다. 온도에 따라 달라지는 배터리의 성질, 제한된 시간에 빠르게 충전하는 방법 등을 알아두면 배터리를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한국전기연구원이 정리한 일상생활 속 배터리 사용법을 소개한다.

추울 땐 배터리가 빨리 닳는다

온도가 낮은 겨울철에는 배터리의 화학반응이 느려진다. 2차 전지에 많이 쓰이는 리튬이온은 전해질과 양극ㆍ음극에서 움직이는데, 온도가 낮아질수록 전지 내부 리튬이온의 이동 속도가 떨어진다. 이렇게 되면 전지의 내부저항이 증가해 배터리의 전압이 낮아지고, 빨리 닳게 된다. 그 때문에 겨울철엔 배터리를 온도가 낮은 외부에 보관하는 것보다는 케이스, 헝겊으로 덮어 따뜻하게 보관하는 게 좋다. 다만 지나치게 온도가 높아지면 폭발 위험이 있다. 여름철 밀폐된 자동차 안이나 햇볕이 직접 내리쬐는 장소에 배터리를 두면 과열로 인한 폭발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60도 이상 온도가 올라가면 배터리 부품에 손상이 발생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배터리를 완전히 방전시킨 뒤 충전하면 역효과

예전 가정에서 주로 사용하던 900㎒ 무선전화기나 면도기에는 니켈-카드뮴 전지가 사용됐는데, 이 전지에는 사용 패턴을 기억해 충전된 만큼만 소비하는 ‘메모리 이펙트’ 현상이 나타난다. 따라서 니켈-카드뮴 전지는 0%로 방전한 후 충전해 사용해야 오래 쓸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 휴대폰, 노트북 등 주요제품에 쓰이는 리튬이온전지는 완전 방전 후 충전하게 되면 오히려 수명이 짧아진다. 리튬이온전지는 전압이 기준 이하로 떨어지면 내부에서 전자를 주고받는 ‘집전체’라는 구성 회로가 손상돼 성능이 떨어진다. 따라서 리튬이온전지는 배터리 잔량이 0%가 되지 않더라도 그때그때 충전하는 게 좋다.

배터리의 심폐소생술, 짧은 시간에 빨리 충전하는 요령

배터리는 방전이 된 경우에도 내부에 일부 에너지가 남아있다. 배터리의 성능과 사용 특성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일정 시간이 지나면 잔류 에너지가 평형에 도달해 일부 양을 사용할 수 있다. 이때 냉장고 등 저온 상태에 두면 평형에 도달하는 동안 자기방전 저항이 감소해 좀 더 많은 에너지를 얻을 수도 있다. 하지만 장기간 사용한 배터리는 에너지 저장 능력이 떨어져 시간이 지난다고 다시 사용하기는 쉽지 않다. 리튬이온 전지는 보통 300회 이상 충전하면 내부 저항이 커져 화학 반응과 충전 속도가 느려진다. 그러나 온도가 높아지면 화학반응 속도가 빨라지고 내부 저항도 감소한다. 그 때문에 따뜻한 곳에선 상대적으로 빠르게 충전할 수 있다. 하지만 60도 이상 지나치게 뜨거운 곳에선 배터리가 손상된다.

스마트폰의 경우 전원을 끄거나 비행기 모드에서 충전하면 속도를 높일 수 있다. 휴대폰은 통신과 디스플레이에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는데, 비행기 모드는 통신에 소요되는 전력을 차단하고 충전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다. 전원을 끄면 전력 소모가 없기 때문에 충전 속도가 빨라진다. 디스플레이의 화질을 낮추거나 사용하지 않는 애플리케이션을 종료한 뒤 충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한준규 기자 manb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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