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스쿠버다이빙 여행지로 각광
저비용항공 취항으로 동남아 못잖은 인기
장엄한 동굴…그저 놀라운 사이판 바닷속
남태평양에 있는 미국령 섬 사이판은 괌과 함께 한국인 여행자에게 인기다. 리조트에서 느긋하게 쉬는 사람도 많지만 요즘은 스쿠버다이빙 자격증을 취득해 사이판의 맑은 바닷속 세계를 즐기는 이들이 많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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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버들이 사이판으로 몰려드는 건 저비용항공 취항 때문이다. 2013년까지는 아시아나항공만 사이판을 오갔는데 2014년부터 제주항공·진에어·이스타항공·티웨이항공이 연달아 취항했다. 한국인 전체 방문객은 2013년 14만 명에서 2016년 23만 명으로 늘었다. 2017년 1~9월 방문객은 이미 25만 명을 넘어섰다.
일명 '마리아나 블루'라고 불리는 사이판의 바다빛깔은 눈부시다. 사이판의 대표 관광지인 마나가하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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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판 바닷속을 탐험하고자 10월16일 비행기에 올랐다. 그동안 다양한 바다에서 여러차례 다이빙과 스노클링을 해봤지만 정규 교육을 받는 건 처음이다. 늘 바닷속 세계를 동경하면서도 자격증이 없어 깊은 바다를 보지 못해 아쉬웠다. 비로소 기회를 잡았다. 물론 부산이나 제주도에도 스쿠버다이빙 강습 프로그램이 있다. 하지만 해외에서 자격증을 따는 게 여러모로 이득이란 건 공공연한 비밀이다. 교육비가 저렴한 데다 가을 겨울에도 따뜻한 바다에서 형형색색 바다생물을 볼 수 있으니 말이다.
수심이 얕은 슈가도크는 스쿠버다이빙 입문 교육장으로 인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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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17일 아침 사이판 최대 번화가인 가라판에 있는 다이브Y2K 사무실로 갔다. 다이빙 채비 중인 여성들이 보였다. 서울서 온 오지은(30)·전민정(34)씨는 사이판에 묵는 엿새 중 나흘 동안 다이빙을 즐길 계획이란다. 가녀린 인상이라 초보자인가 싶었는데 둘 다 오픈워터보다 단계가 높은 어드밴스드와 레스큐 자격증 보유자였다. 송정학 다이브Y2K 강사는 “사이판을 찾는 한국인 다이버의 주축이 30대 여성”이라고 거들었다.
사이판 곳곳에 있는 다이빙 명소에는 어김없이 공기통을 잔뜩 짊어진 픽업트럭과 다이버들이 있다. [사진 다이브Y2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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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픈워터 교육생은 혼자였던 터라 황제 강습을 받게 됐다. 권대희 강사와 사이판 서쪽에 있는 슈가도크(Sugar dock)로 이동했다. 수심 1~2m의 얕은 바다에서 간단한 이론과 장비 사용법, 수신호 등을 익혔다. 자격증이 필요없는 체험 다이빙과 달리 응급대처훈련이 많았다. 권 강사는 “자격증을 따놓고도 장비 사용법을 금방 잊는 사람이 많다”며 “기초부터 제대로 익혀야 안전한 다이빙을 즐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이버 사이에서 악명 높은 ‘마스크 벗었다 다시 쓰기’가 역시 어려웠다. 물속에서 마스크를 벗어던지고 천천히 숨을 쉰 뒤 눈을 뜨고 다시 마스크를 찾아 착용하는 훈련이었다. 눈이 따끔거려도 호흡은 그대로 하면 되는데 긴장을 해서인지 콧속으로 짠물을 쭉쭉 들이켰다. 두세 번 해본 뒤에야 적응이 됐다.
라오라오해변에는 한국인뿐 아니라 일본, 중국 다이버도 많다. 일본 시즈오카에서 온 60~70대 다이버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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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가도크에서 배운 내용을 수심 10m 바다에서 다시 연습했다. 마스크를 벗었다 쓰고, 호흡기 고장을 대비해 버디(동료 다이버)의 보조호흡기를 사용하는 훈련을 했다. 공기통 2개를 쓰며 바다를 드나드니 금세 일정이 끝났다.
라오라오해변에서는 초록거북도 만났다.. 그러나 시야가 탁해 사진처럼 또렷하게 보이진 않았다. [사진 다이브Y2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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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영향으로 라오라오 해변이 뒤집어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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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온 30대 부부, 강사 두 명과 함께 해변으로 향했다. 다행히 파도는 높지 않았다. 저벅저벅 바다로 들어갔다. 오늘은 바다거북과 물고기를 마음껏 볼 수 있겠다는 생각에 설렜다. 그런데 바닷속이 심상치 않았다. 태풍 영향으로 시야가 탁했다. 저 멀리 전갱이 떼가 보였지만 조류 때문에 다가갈 수 없었다.
라오라오해변은 전갱이 떼와 함께 다이빙을 즐길 수 있다. 이번엔 아쉽지만 이런 장관은 못봤다. [사진 다이브Y2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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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회동굴에서 다이빙을 즐길 수 있는 그로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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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토는 진입로부터 험난하다. 무거운 장비를 이고 100개 이상의 계단을 밟아내려가야 한다. 난간을 잡고 조심스레 걸음을 내딛었다. 비로소 모습을 드러낸 그로토는 장엄했다. 촤촤. 깎아지른 석회암 절벽 아래 감색 바다가 너울거렸다. 다이빙을 하지 않고도 이 장면을 보기 위해 사람들이 모여드는 이유를 알 만했다.
종유석이 뾰족뾰족한 그로토. 태풍의 영향이 있었지만 그로토 물빛은 맑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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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속으로 뛰어드는 다이버의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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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토에서는 물고기나 산호보다는 웅장한 바닷속 지형을 감상하는 재미가 남다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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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토는 동굴 3개가 이어져있는데 물속까지 빛이 비치는 장면이 신비롭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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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토로 이어지는 계단. 다이빙을 마친 뒤 100개가 넘는 가파른 계단을 오르는 일은 고역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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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튿날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언제 태풍이 왔냐는 듯 하늘은 눈부셨고 바다색은 짙었다. 돌아오는 내내 바닷속 세계가 머리에 맴돌았다. 다이버들이 열병처럼 또 바다로 뛰어드는 이유를 알 만했다.
◇여행정보=인천~사이판 노선에는 아시아나항공·제주항공 등 5개 항공사가 취항한다. 4시간 소요. 사이판은 한국보다 1시간 빠르다. 숙소는 2016년 7월 개장한 5성급 켄싱턴호텔(kensingtonsaipan.com)을 추천한다. 숙박비에 3끼 식사와 레저시설 이용권이 모두 포함된 올인클루시브 개념의 호텔이다. 다이브Y2K(divey2k.com)는 1999년 사이판에서 강습을 시작했다. 자격증이 없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체험다이빙(70달러), 자격증 보유자를 위한 펀 다이빙(80달러), 오픈워터 교육(400달러) 등 프로그램이 다양하다. 자세한 여행정보는 마리아나관광청 홈페이지(mymarianas.co.kr) 참조.
사이판(미국)=글·사진 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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