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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8 (토)

은행 순익, IFRS9 도입으로 내년에 4.5조 준다는데…사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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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손비용 증가폭이 관건…여신 증가세 둔화, 이자이익 증가폭 축소 등으로 이익은 줄어들 듯]

금융연구원이 국내 은행의 내년 당기순이익이 올해 대비 35% 급감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논란이 분분하다. 국내 은행이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내년에는 정부의 가계부채 대책으로 여신 증가세가 둔화돼 이자이익 증가폭이 축소되는데다 IFRS9 도입으로 인한 대손비용이 급증할 것이란 관측이다. 이에 대해 대손비용과 대손비용이 순이익에 미치는 영향을 과대평가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3일 금융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올해 순이익은 12조9000억원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내년에는 8조4000억원으로 올해 대비 4조5000억원, 35%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다. 금융연구원이 내년 국내 은행 실적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 것은 대손비용이다. 내년 대손

충당금전입액은 8조원으로 올해 5조7000억원(추정치)보다 2조3000억원 늘어날 것이란 관측이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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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손비용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는 이유는 내년부터 충당금 적립기준이 강화되는 국제회계기준 IFRS9이 새롭게 도입되기 때문이다. IFRS9은 대출 만기까지 예상되는 손실을 추산해 미리 충당금을 쌓아야 한다. 지금은 1년 동안 부도확률을 계산해 기업여신에 대해 대손충당금을 쌓는데 IFRS9에서는 여신의 실제 만기까지 부도확률을 계산해 충당금을 쌓아야 한다.

부도확률은 만기가 길어질수록 높아진다. 만기가 긴 시설자금 대출의 경우 은행들의 충당금 부담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 국내 은행들의 기업대출 가운데 시설자금 대출 비중은 2004년 20% 초반에서 지난해 말 50%에 이른다. 임형석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IFRS9는 은행에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해 대손비용을 더 많이 적립할 것을 요구한다”며 “게다가 내년에는 국내 기준금리가 인상되면서 취약업종을 중심으로 대손비용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내년에 대손비용은 늘어나겠지만 금융연구원이 예상하는 것 만큼 순이익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란 반론도 있다. 은행들은 감독기준에 따라 대손충당금 외에 대손준비금을 추가로 적립해 왔기 때문에 기존 대손충당금 잔액을 IFRS9으로 재평가했을 때 생기는 차액은 대손준비금으로 메꿀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내년에는 조선업 등 대규모 구조조정 이슈가 없어 대손비용이 급격히 늘기 어렵고 기준금리가 인상에 따른 부동산업과 도소매업, 건설업 등 취약업종의 대손비용은 규모가 크지 않다는 지적이다.

시중은행 한 리스크담당 부행장은 “내년 1월1일 IFRS9을 도입할 때 기존 대손충당금 잔액을 재평가해야 하는데 여기서 발생한 차액은 대손준비금으로 대체하면 된다”며 “IFRS9이 시행된다고 해서 내년에 대손충당금 전입액이 크게 늘지는 않을 것이고 늘어나는 소폭 늘어나는 대손비용은 판매관리비 절약 등으로 만회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대손비용이 크게 늘지 않더라도 내년 은행 실적 전망은 그리 긍정적이지 않다. 내년에는 가계대출을 중심으로 여신 증가세가 둔화되면서 이자수익 증가폭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임 연구위원은 “주택시장 안정과 가계부채 억제 정책으로 가계대출 증가세가 크게 둔화될 것”이라며 “이자수익을 이끌었던 이자부자산 증가율도 올해 3.4%에서 내년 2.1%로 낮아질 것”이라고 말해다 .

기업대출도 혁신기업 등 신규 거래처가 추가 발굴되지 않은 한 큰 폭으로 늘어나기 힘들다. 순이자마진 상승폭도 제한될 전망이다. 금융연구원의 집계 결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오를 경우 국내 은행의 순이자마진(NIM)은 평균적으로 0.065%포인트 상승했다.

시중은행 한 전략담당 부행장은 “내년에는 가계대출 증가세 둔화가 예견돼 있어 중소기업 대출을 중심으로 자산 포트폴리오를 개선해 왔다”며 “여기에 NIM이 소폭이라도 상승하면 내년 이익이 올해보다 크게 줄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최동수 기자 firefl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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