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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8 (토)

[뉴스 TALK] 공정위 "전속 고발권 폐지"… 소송 남발 땐 中企가 희생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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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공정거래위원회가 유통 3법(가맹법·유통업법·대리점법)에서 '전속 고발권' 폐지 방침을 밝히자 당장 유통업계는 "소송 대응하다 날 샐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전속 고발권은 공정거래법과 관련된 사건에서 공정위 고발이 있어야 검찰이 공소를 제기할 수 있도록 한 제도입니다. 막무가내 고발로 기업의 경영 활동을 어렵게 하는 것은 막자는 취지에서 1981년 도입됐습니다.

전속 고발권이 폐지되면 시민 단체를 포함해 누구든 불공정 행위를 저지른 기업을 검찰에 고발할 수 있습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지금도 합의금 노리고 접근해 협박하는 '블랙 컨슈머' 때문에 골머리인데 이들이 검찰 고발까지 맘대로 하면 소송 대응에 엄청난 비용과 시간이 들 것"이라고 걱정합니다.

조선비즈


전속 고발권 폐지는 대기업의 중소기업에 대한 갑질을 근절해 경제적 약자를 보호하자는 취지지만 이게 오히려 중소·중견기업에 더 큰 타격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최근 5년간 공정위에 접수된 신고의 84%는 중소·중견기업이 대상입니다. 고발을 남발할 경우 중소·중견기업은 검찰 수사 등 법적 분쟁 대응 능력이 대기업보다 떨어져 더 치명적일 수도 있습니다.

기업이 무엇보다 우려하는 것은 '불공정 기업' '갑질 기업'과 같은 사회적 낙인찍기입니다. 일단 고발 자체만으로 이후 검찰·법원에서 시시비비 가리기와 무관하게 갑질 기업으로 낙인찍힐 수 있습니다. 재계 관계자는 "자칫 고발을 계기로 인터넷 불매운동이라도 벌어진다면 중소기업이나 중견기업은 말할 것도 없고 대기업도 존립 자체가 흔들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동안 검찰 수사 관행에 비춰보면 고발을 핑계로 미운털 박힌 기업에 대한 '손보기 수사'나 '별건 수사'로 이어지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전속 고발권 폐지는 공정위가 대기업을 상대로 고발 권한을 제대로 행사하지 않아 대기업 횡포가 줄어들지 않았다는 일부 비판에 따른 겁니다. 하지만 공정위 직무 유기의 불똥이 엉뚱하게 기업 목을 조이는 수단으로 악용되는 건 아닌지 걱정입니다.



전수용 기자(js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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