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곽경호 경제부장 |
【서울=뉴시스】곽경호 경제부장 = 내년도 국내 경제를 둘러싸고 3가지 시나리오가 등장하고 있다. 한국 경제를 바라보는 전망과 시각이 결코 예사롭지 않다는 방증이다. 당장 내년이 성장과 저성장의 갈림길이라는 지적도 있다. 우선 미국 등의 경기 활황에 편승, 한국 등 신흥마켓도 여전한 상승세를 탈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낙관적 전망이다. 반대로, 또다시 저성장 국면에 접어드는 상황이 찾아올 수 있다. 부정적 전망이다. 최고와 최악의 중간쯤 되는 '미온적 성장'도 향후 전망에 편입된다. 최상이 아니라면 최악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의 공통된 견해다. 하지만 상황은 그리 녹록치가 않다.
한국 경제를 전망하는 3가지 시나리오 중 먼저 낙관적 시나리오다. 세계 4대 경제축인 미국과 중국, 일본, 유로존의 잠재 성장률 제고와 강력한 경기부양책으로 글로벌 경기 활황이 계속되는 경우다. 이는 분명 우리나라의 경제에도 큰 상승효과를 가져다 줄 것이다. 향후 몇년간은 우리나라도 견고한 GDP 상승률과 함께 적당한 물가 상승, 여기다 재정 안정성까지 확보할 수 있다. 주식시장도 강한 펀더멘탈에 힘입어 정점으로 치솟을 가능성이 크다.
두번째는 부정적 시나리오다. 우리나라는 3년만에 올 3%대의 경제성장률 달성이 무난하다. 반면 당장 내년도에는 2%대 중반정도의 하강세로 접어들 것으로 다수의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올해의 호황이 '깜짝성장'에 그치게 되는 것이다. 올해를 기점으로 또다시 경기 하향국면이 현실화 된다면 최악의 상황이다. 그동안 성장세를 떠받치던 투자의 증가세가 급격히 둔화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은 것은 우려할만하다. 특히 강력한 부동산 규제 정책과 맞물려 건설 물량이 줄고, 정부의 SOC예산이 축소되면서 건설투자는 마이너스까지 추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를 제외하곤 '수출 호황'을 누리지 못하는 제조업 전반의 설비투자가 부진해질 수 밖에 없다는 점도 부정적 시나리오에 힘을 보탠다.
세번째는 이들 시나리오의 중간쯤에 해당한다. 경제성장률과 주식시장의 주기적 상승세가 지속되지만 그 속도가 급격히 느려지는 경우다. 중산층의 성장은 침체되고 노동자의 임금은 오르지 않는다. 결국 소비와 경제 성장률은 1%대에 머물거나 잘해야 2%를 간신히 지키며 유지될 것이란 전망이다. 미온적 성장의 시발인 것이다. 미 연방준비제도 이사회의 이코노미스트 누리엘 루비니(Nouriel Roubini)는 최근 한 기고를 통해 미온적 성장의 부정적 측면에 대해 강하게 경고했다. 그는 "미온적인 성장의 위험은 평범한 경제상황을 뛰어 넘을 것이다. 즉, 세계 경제의 미온적 성장이 지속된다면 3~4년 내에 더 부정적인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이런 상황에서는 정치 지도자와 정책 입안자는 더 나은 중·단기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경기 하락세가 머지않아 현실화되고, 경제에 큰 피해를 입힐 것"이라고 단언했다.
내년 국내 경기를 바라보는 3가지 시나리오 중 세번째의 경우가 현실화 될 가능성이 현재로선 가장 크다. 미온적 성장에 대비한 중단기 전략이 준비돼 있는지 부터 따져봐야 할 시점인 것이다. 가장 주목받는 부분은 금리정책이다. 미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 고조로 한국은행도 기준금리 인상 시기를 저울질 하고 있다. 현재의 1.25%에서 내년에는 순차적으로 2%까지 오를 가능성이 높다. 금리가 오르면 시중에 돈이 줄어들어 경기가 꺾이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미국과의 금리 역전 사태를 막기 위한 것이라지만 이에 대한 반대 의견도 무시못한다. 실제 다수의 전문가들은 한국은행의 금리인상 가능성에 대해 '시기상조'라는 반응을 나타낸다. 한국 경제가 3분기에 좀 잘됐다지만 내수가 좋았던 것이 아니라 수출이 좋았던 때문이라는 것이다. 현 정부가 고용창출 등 경기부양 정책을 쓰고 있는데 한은에서 금리를 올리면 엇박자가 난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대목이다. 현 상황에서의 급작스런 금리인상은 디플레이션 유발 가능성을 염두에 두지않으면 안된다. 한발 더 나아가 경기(經氣) 침체속에 물가가 급등하는 스태그플래이션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경고도 있다. 정부도 이같은 점을 상당부분 인식하고 있지만 확실한 정책 방향은 잡지 못하고 있다. 미온적 성장을 경계해야 할 때가 목전인데 말이다.
kyoung@newsis.com
▶ 뉴시스 빅데이터 MSI 주가시세표 바로가기
▶ 뉴시스 SNS [페이스북] [트위터]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