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16책 필사본 개인이 소장… 성대 대동문화硏 영인본으로 출간
‘능양시집’ 영인본. 성균관대 대동문화연구원 제공 |
“한 가지 법에 얽매이지 않고 온갖 시체(詩體)를 두루 갖추어 눈부시게 동방의 대가가 되었다.”(능양시집서·菱洋詩集序 중)
조선 후기 최고의 문인 중 하나로 꼽히는 연암 박지원(1737∼1805)은 조카 박종선(1759∼1819)이 쓴 ‘능양시집’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연암이 극찬한 서문이 전해 내려오는 것과 달리 정작 능양시집의 전문은 200여 년간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다 최근 성균관대 대동문화연구원이 개인 소장자로부터 능양시집의 전문을 입수해 영인본(복제본)으로 출간했다. 이번에 나오는 책은 총 16책의 필사본으로 구성됐다.
박종선의 아버지 박명원(1725∼1790)은 사도세자의 누이인 화평옹주와 혼인해 조선 왕가의 부마가 됐다. 그러나 박종선은 화평옹주가 아니라 첩의 자식으로 태어난 신분적 제약 때문에 당대 주로 서얼들이 진출했던 규장각 검서관에 임용돼 연구와 문학에 매진했다.
능양시집의 전문을 보면 중국 연행 경험과 금강산 유람, 한양의 세시풍속 등 18세기 조선을 조명하는 다양한 작품이 수록됐다. 이종묵 서울대 국문과 교수는 “추사 김정희가 중국 주자의 후손으로부터 선물을 받은 일화 등 알려지지 않은 정보가 많아 조선 후기 생활상 연구에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혁신적인 문체와 기발한 시어 등 조선 후기 ‘백탑파(白塔派)’ 시인의 경향을 보인 점 역시 주목할 만한 부분. 이현일 성균관대 한문교육과 교수는 “이덕무, 박제가, 유득공 등 당대 서얼 출신들이 쓴 개성 있는 시체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라며 “백탑파 시인의 계보가 추가로 발견된 것으로 문학사에서 의미 있는 성과”라고 말했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