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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1 (금)

“도심공동화 대응, ‘무지개떡 건축’에 답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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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 황두진 ‘…도시적인 삶’ 출간

“네덜란드 ‘마켓홀’에 감탄하면서… 우린 낡은 주상복합 부수려고만 해

동아일보

건축가 황두진 씨는 “앞으로 지어야 할 공간에 대해서는 비판적 태도를 가져야 하지만 기존의 공간은 현실적 한계를 감안한 시선으로 관찰해 미래를 위한 가치를 찾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도시의 오래된 주상복합건물에 대한 우리나라 사람들의 생각은 대체로 어떨까. ‘낡고 흔한 처치 곤란의 공간’쯤일 것이다. 건축가 황두진 씨(53)에게도 주상복합건물은 수년 전까지 큰 관심의 대상이 아니었다.

하지만 최근 펴낸 신간 ‘가장 도시적인 삶’(반비)에서 황 씨는 “한국 도시의 기존 질서에 충격을 주지 않으면서 상주인구와 유동인구를 아우를 수 있는 방안을 오래된 주상복합건물에서 찾을 수 있다”고 했다.

낡은 주상복합건물들을 답사해 가치를 재조명하는 작업을 진행하면서 그는 이들 공간에 ‘무지개떡 건축’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상이한 용도의 공간을 층층이 쌓아올린 한국적 건물의 개념을 순우리말로 표현해보고 싶었던 것.

“주거와 전통시장을 결합한 네덜란드 로테르담의 주상복합건물 ‘마켓홀’에 대해 이야기하면 다들 ‘역시 혁신의 나라 네덜란드답다’고 감탄한다. 하지만 되짚어보면 우리에게도 같은 사례가 있었다. 그게 ‘무지개떡 건축’이다. 경험과 기술에서 시대적 한계가 역력하지만, 상당한 건축적 감수성과 세련미를 추구한 흔적을 확인할 수 있었다.”

책에 소개한 25개 건물은 대부분 1967∼1972년 사이에 지어졌다. 서울 인구가 해마다 약 30만 명씩 늘어났던 시기다. 황 씨는 “‘빨리빨리’에 익숙한 요즘 사람들이 보기에도 어이없을 만큼 긴박하게 지어진 건물들이다. 지금 눈높이로 보면 많이 부족할 수밖에 없지만, 반대로 현 시점의 건축이 놓치고 있는 가치를 담아낸 디테일도 적지 않다”고 했다.

후딱후딱 쌓아올린 주상복합에 이름 모를 당시 건축가들이 그 나름의 섬세한 배려를 녹여낸 한 예로 황 씨는 서울 서대문구 서소문아파트를 들었다. 통일로 흐름과 비스듬히 엇갈려 만나는 건물 측벽을 굳이 길의 방향과 평행하게 깎아놓은 데서 건축가의 판단을 읽을 수 있다는 얘기다.

“직사각형 평면을 비정형으로 만들면서 ‘통일로변 건물’임을 명확하게 드러내도록 한 거다. 이런 배려는 건물 사진이나 도면을 보고는 알 수 없다. 요즘 어떤 건축가가 건물 평면 모양에 주변 도로 흐름을 반영하려 하면 ‘그런 쓸데없는 걸 신경 쓰느냐’고 핀잔을 들을 거다.”

서울 사대문 안 상주인구가 20만 명 정도로 줄어든 상황에서 구도심 주거를 담을 그릇의 적절한 형태를 이들 무지개떡 건축이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 황 씨의 견해다. 단지형 아파트에 대한 고집이나 ‘도시 전원주택’의 비현실적 열망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는 지적이다.

“구조적으로 안전하다면 모든 건물은 처음 지어진 용도 그대로 가급적 오래 쓰는 게 답이다. 앞으로 형성될 이 땅의 무지개떡 건축은 오래 묵은 가치의 장점을 무작정 내버리지 말고 한걸음 발전시켜 담아내야 한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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