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송재단 소속 한림성심병원 등 5곳, SNS에 선정적 체육대회 모습 확산
9월 24일 열린 한림대 성심병원 등 일송재단 5개 병원의 체육대회 장기자랑 모습. 페이스북 캡처 |
유명 대학병원 간호사들이 병원 부대행사에서 선정적인 의상을 입고 춤을 출 것을 강요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최근 의대 교수들의 전공의 폭행이 논란이 된 가운데 이 소식이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확산되면서 간호사 인권에 대한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12일 대한간호협회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한림대 성심병원을 비롯해 강남 성심 등 일송재단 소속 5개 병원은 9월 24일 ‘일송 가족의 날’이라는 재단 체육대회를 개최했다. 문제는 이날 장기자랑 대회에서 병원 소속 간호사들이 선정적인 옷을 입고 야한 춤을 추도록 강요받았다는 것. 실제 당시의 사진을 보면 무대에 오른 간호사들이 짧은 바지를 입고 배꼽과 어깨를 드러낸 채 걸그룹 댄스를 추고 있다.
당시 상황은 간호사들의 제보로 드러났다. 페이스북 페이지 ‘간호학과, 간호사 대나무숲’에는 “짧은 치마, 민소매를 입고 춤을 추는데 신입 간호사들이라 싫은 내색도 하지 못한다” “신입생 환영회 때 눈에 들어오는 간호사들이 차출된다. 행사 2주 전부터는 출근도 하지 않고 연습만 시킨다” 등의 글이 올라왔다.
이 밖에도 △오후 11시까지 연습 후 다음 날 새벽 출근 △휴일에도 강제 춤 연습 △간호사에게 “누가 제일 날씬하냐” 등 업무와 무관한 질문을 했다는 폭로도 이어졌다. 한 의학정보 관련 게시판에도 해당 병원 간호사로 추정되는 A 씨가 “벗다시피 한 옷을 입혀 놓고 춤을 추게 하는 게 너무 큰 스트레스라 눈물이 났다”고 밝혔다. 병원 관계자는 “장기자랑 경쟁이 과열됐던 것 같다. 강요는 없었지만 재발되지 않도록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2011년 1월에도 서울대병원 송년행사에서 간호사들에게 댄스 공연을 하도록 강요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됐다. 대한간호협회 백찬기 홍보국장은 “간호사는 여성이 대다수이다 보니 병원 내부적으로 성추행 등 상상도 못 할 문제가 많이 발생한다”며 “병원들이 덮고 있어 제대로 드러나지 않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협회는 ‘간호사인권센터’를 내년에 설립하기로 했다. 복지부도 이달 말 내놓을 예정인 간호사인력수급 종합대책에 ‘간호사 인격적 처우’를 권장사항으로 신설할 방침이다.
김윤종 zozo@donga.com·김단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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