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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1 (금)

유명 다이어트업체, 운동실에 CCTV 달아… 녹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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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업체대표 기소의견 檢 넘겨

유명 다이어트업체가 여성 고객이 시술이나 관리받는 모습을 폐쇄회로(CC)TV로 촬영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 업체 관리실 운동실 등에 설치한 CCTV는 녹음 기능도 있어 고객의 말까지 고스란히 저장했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고객 동의 없이 녹음 기능을 갖춘 CCTV를 설치한 혐의(통신비밀보호법 위반)로 다이어트업체 J사 대표 조모 씨(47)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고 12일 밝혔다. 경찰이 J사의 한 지점을 압수수색해 확보한 CCTV에는 스포츠브라와 짧은 반바지, 몸에 착 달라붙는 요가복 등을 입은 여성들이 누워서 시술을 받거나 운동하는 모습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고 한다.

J사 관리실에서는 가벼운 차림을 한 손님이 감량을 원하는 신체 부위에 패드를 붙이거나 기기로 땀을 뺀다. 이들은 대부분 신체 노출에 민감해 업체도 단순 방문객에게는 관리실을 잘 보여주지 않는다. 이 회사에서 수년간 일한 전 직원은 “시술하려면 패드를 주로 허벅지나 배 등에 직접 붙여야 해 몸이 많이 드러나는 의상을 입는다. 직원들은 CCTV가 관리실 등에 설치돼 있다는 걸 알았지만 고객에게 먼저 말하지는 않은 걸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통상 2인 1실인 관리실에서는 시술받을 때 고객끼리, 혹은 고객과 관리사가 나눈 말들도 모두 녹음된 것으로 알려졌다. 제3자 대화를 동의 없이 녹음하는 행위는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과 5년 이하 자격정지에 처하는 범죄다. 다만 J사 상담실에 설치한 음성녹음 CCTV는 고객 동의를 받았다는 이유로 경찰은 이 혐의를 적용하지 않았다.

J사가 이처럼 녹음 기능까지 있는 CCTV를 설치한 것은 고객이 서비스에 이의를 제기할 때 반박 자료로 삼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백만 원인 다이어트 프로그램에 대해 고객이 환불을 요구할 때에 대비하는 셈이다. J사 프로그램은 4주간 주당 3회씩 복식호흡과 저주파 치료, 식단 컨설팅 등을 받는 데 336만 원이다. 8주 프로그램은 600만 원이 넘는다.

J사 해당 지점의 CCTV 설치에 관여한 업체 관계자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CCTV에 녹음 기능을 포함시키는 것은 불법이라고 하자 조 대표가 ‘모든 지점이 그렇게 했다’며 강행 했다”고 주장했다. J사 측은 음성 및 영상이 1년 치까지 저장되는 CCTV를 요구했다고 한다.

J사 측은 “관리실 등에 음성녹취가 되는 CCTV를 설치한 건 고객과 관리사 간 성희롱, 성추행 방지를 위한 것이다. 지난해 7월 이후 관리실을 방처럼 꾸민 지점에서만 녹음·녹취가 이뤄졌고 모두 고객의 동의를 받았다”고 해명했다.

조동주 djc@donga.com·황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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