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공원內 건립”문체부 발표에 서울시 “생태공원 계획과 충돌” 반발
문체부, 2015년 은평구로 결정했다 전국 공모→ 진흥위서 선정 오락가락
문화체육관광부가 용산가족공원 국립중앙박물관 옆에 국립한국문학관을 짓겠다고 8일 발표하자 서울시와 자치구 반발이 거세다. 서울시는 “완전한 생태역사문화공원으로 거듭나야 할 용산공원 계획과 정면충돌한다”며 반발했다. 2015년부터 국립한국문학관 유치에 힘쓴 서울 은평구를 비롯한 지방자치단체도 발끈했다.
국립한국문학관은 2021년 개관을 목표로 정부가 450억 원을 들이는 복합문화공간이다. 문학 원본자료 수집과 복원, 전시 및 연구교육 기능을 갖춘다. 한국문학과 연관성 깊은 지자체로서는 상징성을 드러낼 기회인 데다 관람객은 덤으로 따라오는 셈이다. 그러나 지난 3년간 문체부의 ‘갈지자’ 행보에 소모적인 논란과 파행이 계속되고 있다.
2015년 문체부의 한국문학관 후보지 공모에는 은평구와 동작구 그리고 문체부가 검토해 넣은 강남구 서초구 세종시가 최종 후보 5곳에 올랐다. 당시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현 문체부 장관)이 참여한 심사위원회는 은평구 기자촌을 문학관 설립 적격지로 결정했지만 공식 발표는 하지 않았다. 은평구는 6·25전쟁 전후 가난한 문인들이 모여 살아 문학 관련 장소가 많이 남아 있다. 이호철 최인훈 김훈 신달자 조정래 등 한국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들이 살았다. 녹번동에는 시인 정지용 초당이 있고 윤동주 황순원 김동인 주요섭이 다닌 숭실중·고등학교도 있다.
지난해 2월 도 의원이 대표 발의한 문학진흥법이 제정되고 나서 문제가 꼬였다. 문체부가 갑자기 전국 지자체 대상으로 방식을 바꿔 문학관 후보지를 다시 공모했다. 이마저도 전국 24개 지자체가 참여해 유치전이 치열해지자 문체부는 ‘과열 경쟁’이라며 일방적으로 취소했다. 이후 문체부는 공모 방식을 취소하고 문학진흥정책위원회를 구성해 터를 선정하겠다고 밝혔다.
이달 8일 문체부와 문학진흥정책위원회는 제1차 문학진흥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공청회를 열어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의 문체부 소유 국유지를 ‘최적 후보지’로 사실상 결정했다. 강형철 문학진흥정책위 부위원장(숭의여대 미디어문예창작전공 교수)은 “대표성 상징성 확장성 국제교류 가능성을 고려한 최적 후보지”라고 주장했다. 다만 이 터는 맹지(盲地·도로와 맞닿는 부분이 전혀 없는 땅)여서 문학관 진입로를 내려면 인접한 서울시 소유지가 필요하다.
서울시는 이날 오후 도시계획국장 명의로 이를 강력히 반박하는 보도자료를 냈다. 이례적인 조치였다. 시는 용산공원 조성을 놓고 각 정부부처와 20년 넘게 갈등을 겪다 최근 매듭을 짓는 상황이었다.
당초 시는 용산기지 주둔 미군이 경기 평택으로 모두 이전하면 이 243만 m² 터에 공원을 조성하기로 했다. 먼저 골프장(면적 약 28만 m²)으로 쓰던 터를 돌려받아 용산가족공원을 만들기로 했다. 그러나 1994년 김영삼 대통령이 조선총독부(당시 국립중앙박물관)를 철거하고 국립중앙박물관을 옮길 곳을 급하게 찾는 과정에서 계획이 틀어졌다. 국립중앙박물관이 골프장 터에 약 22만 m² 넓이로 들어서고 공원은 6만 m²로 줄어들었다.
문체부가 한국문학관을 짓겠다는 곳은 바로 이 국립중앙박물관에 딸린 터다. 반면 시는 그 터가 용산가족공원이 용산공원으로 100% 합쳐질 때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는 것이다. 국토교통부도 각종 박물관과 정부부처 건물을 용산공원에 짓겠다고 했지만 지난해 11월 이 계획을 전면 철회했다.
문체부 관계자는 “공원에 인문학적 상상력을 더해 용산국가공원 조성과 궤를 함께하자는 것이다. 한국문학관은 2021년 완성되는 장기 프로젝트인 만큼 서울시와 협의를 계속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노지현 isityou@donga.com·유원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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