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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1 (금)

“테러국 이미지 벗고 중동무역 관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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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 파키스탄’ 현장 가보니

섬유-의류산업 국제경쟁력 갖춰… 85개국 700여명 바이어 몰려

동아일보

9일(현지 시간) 파키스탄 카라치에서 열린 ‘엑스포 파키스탄’의 전시장 모습. 해외 바이어들은 파키스탄산 섬유 제품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카라치=박민우 특파원 minwoo@donga.com


“이 부드러운 욕실 가운은 유럽에서 최고 150달러에 팔리는 제품입니다. 우리는 15달러에 공급할 수 있어요. 평균 소매가의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가격이죠.”

9일 파키스탄 카라치 엑스포 센터에서 만난 우바이드 라자크 씨의 얼굴에 자부심이 묻어났다. 부스에 전시된 수건은 한눈에 보기에도 풍성하고 고급스러웠다. 그는 “한국 업체인 신세계인터내셔날에서도 조금 전에 이곳을 방문해 눈여겨본 제품”이라고 자랑했다.

이날부터 12일까지 사흘간 열린 ‘엑스포 파키스탄’에는 섬유 제품을 비롯해 대리석과 보석, 식품, 기계, 가죽, 스포츠용품 등 온갖 제품들로 가득했다. 올해로 10회를 맞는 이번 행사에는 파키스탄의 150여 개 수출업체가 참가했고, 85개국에서 700여 명의 바이어가 몰렸다. 한국에서도 신세계인터내셔날을 포함해 8개 업체에서 11명이 이곳을 찾았다.

전시장의 수많은 부스들 가운데 가장 많은 관심을 받은 곳은 섬유 제품을 전시한 곳이었다. 파키스탄 상무부에 따르면 파키스탄 국내총생산(GDP)의 18%를 제조업 부문이 차지하는데, 제조업의 46%를 섬유 및 의류 산업이 담당하고 있다. 이순규 에이스무역 대표는 “파키스탄 원사(실)는 좋은 품질에 가격경쟁력까지 갖춰 30년 넘게 거래하고 있다”고 말했다.

‘크리켓의 나라’로 불리지만 각종 운동용품을 전시한 부스에 다양한 종류의 축구공이 특히 눈에 띄었다. 현대·기아자동차그룹에 판촉용 축구공을 납품하는 최봉식 제일C&P 대표는 “전 세계에서 연간 생산되는 축구공의 65%가 파키스탄 시알코트에서 만들어진다”며 “값싼 제품뿐만 아니라 기술력을 갖춘 고급 제품까지 다양한 라인업을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무함마드 요우나스 다가 파키스탄 상무장관은 “엑스포 파키스탄의 유일한 목표는 좋은 상품을 전시해 파키스탄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것”이라며 “이곳에 온 많은 바이어들이 파키스탄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만드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파키스탄 정부는 테러리즘을 경제의 최대 위험요소로 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파키스탄이 테러범들과 과격단체들을 제거하는 데 더 노력해야 한다”고 파키스탄을 압박했다. 아프가니스탄과 국경을 접한 파키스탄은 탈레반을 비롯한 극단주의 무장단체가 수년간 테러를 자행해 왔다.

파키스탄은 잦은 테러로 굳어진 부정적인 이미지를 이번 엑스포를 통해 바꾸기를 희망하고 있다. 파키스탄 상무부는 해외 바이어들이 이동할 때마다 무장 경찰차량을 붙여 안전을 보장했다.

그러나 파키스탄 정부는 시아파 최대 종교행사인 아르바인이 열린 10일 하루 동안 테러를 예방할 목적으로 이동통신을 완전히 끊는 바람에 바이어들은 불편을 겪어야 했다. 아르바인은 시아파가 추앙하는 이맘 후사인이 서기 680년 수니파 우마이야 왕조와의 전투에서 져 참수당한 추모일(아슈라)에서 40일이 지난 뒤 진행되는 행사다.

카라치=박민우 특파원 min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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