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진 구속으로 윗선 조사 가능성
법보다 감정 자극하는 여권의 선동
독선적 정의는 갈등만 재생산 위험
MB는 어제 바레인으로 출국하기에 앞서 “지난 6개월간 적폐청산을 보면서 이것이 과연 개혁이냐 감정풀이냐 정치보복이냐는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고 했다. 자신을 향한 ‘적폐청산 수사’가 ‘보복’이라고 규정했다. MB 측근인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대한민국 대통령이 그렇게 한가한 자리가 아니다”고 했다.
2011~2012년으로 되돌아가볼 필요가 있겠다. 당시 급증하는 북한의 사이버 테러에 대응하기 위해 사이버전 전투능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았던 시기였다. 북한이 3만 명의 전자전 병력을 양성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있었고, 실제로 북한은 수차례 우리 정부기관과 금융·언론기관에 대한 디도스(DDoS·분산서비스거부) 공격을 시도했다. 중앙일보도 2012년 6월 9일 북한의 해킹으로 상당한 피해를 봤다.
사이버사가 국내 정치 공작에 가담했다면 비판받아 마땅하다. 그렇다고 사이버사의 활동 전체를 일방적으로 매도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MB가 시시콜콜 댓글까지 조작을 사주하고 묵인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차분히 검찰 수사를 지켜본 뒤 법대로 처리하면 될 일이다.
이런 상황에서 여론몰이로 몰아가려는 일각의 움직임은 우려스럽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페이스북에 ‘김관진 전 장관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댓글공작 개입을 인정하는 진술을 했다’는 기사 링크를 걸고 반(反)MB 정서를 자극한다. 같은 당 민병두 의원은 “차라리 살고 싶다, 살려 달라고 솔직히 얘기하라”며 빈정된다. 외국 정부로부터 초청을 받아 나가는 전직 대통령을 뚜렷한 혐의도 없이 유죄를 예단하고 출국금지를 하자는 주장은 법치(法治)를 버리고 여론재판을 하자는 것과 다름이 없다. 자신의 정치적 계산을 위해 군중심리를 선동하는 정치인들의 행태가 안타까울 뿐이다.
지금 청와대와 여당은 MB를 정점으로 한 MB시대의 사람들을 처벌하는 것을 정의의 회복으로 믿고 있다. 그래서 국민 정서와 감정을 자극하고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 일’, 즉 ‘적폐청산’이라는 이름으로 정당화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MB 수사라는 또 하나의 불행한 역사와 갈등이 반복될까 국민은 걱정한다. 그럴수록 절제와 품격을 따져가는 수사가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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