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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1 (금)

MB “군·정보기관을 무차별·불공정 수사해 안보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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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관여 묻자 “상식 밖 질문 말라”

보수층 결집 위한 대응이란 해석도

MB측 “김관진, 북한이 가장 싫어해

구속수사는 북쪽 의식한 정치행위”

이명박 전 대통령 측은 12일 바레인으로 출국하기 전 보도자료를 언론에 돌리며 “현 정권의 이른바 적폐청산 등과 관련해 짧은 메시지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작심 발언’이 있을 것이란 예고였다. 이명박 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당초 이 전 대통령은 ‘조용히’ 바레인 초청 일정을 소화할 계획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11일 새벽 김관진 전 국방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검찰이 이 전 대통령을 향해 수사망을 좁히고 있는 만큼 더 이상 물러서 있을 수 없다는 판단이 작용했다고 한다.

11일 오전 이 전 대통령과 주요 참모들은 서울 대치동 사무실에 모여 5시간가량 대응책을 논의했다. 한 참석자는 “대응 방식에서 강온 차는 있었지만 더 이상 가만있어선 안 된다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고 전했다. 이 전 대통령 역시 김 전 장관의 구속에 대해 격노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고 한다.

12일 인천공항 발언은 하루 전 참모들과의 회의에서 조율했던 내용보다 더 나아간 것이라고 한다. 이 전 대통령이 직접 발언 수위를 끌어올렸다는 의미다.

당초 이 전 대통령 측이 보도자료에서 밝힌 ‘짧은 메시지’는 “이른바 적폐청산이 국민을 분열시키고 국가 안보까지 위태롭게 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앞날이 심히 걱정스럽다”는 톤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은 “지난 6개월간 적폐청산을 보면서 이것이 과연 개혁이냐, 감정풀이냐, 정치 보복이냐는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면서 볼륨을 키웠다. 또한 “군 조직이나 정보기관 조직을 무차별적이고 불공정하게 (수사해) 가는 것은 우리 안보를 더욱 위태롭게 만든다”고 구체적으로 검찰의 국정원과 군 사이버사령부 댓글 수사를 겨냥했다.

이 전 대통령의 발언 속에는 현재의 검찰 수사가 이명박·박근혜 정부 인사들을 대북관계를 위한 정치적 ‘희생물’로 만들려 한다는 의심이 깔려 있다.

김효재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김관진 전 장관은 노무현 정부에서 합참의장을 역임했고, 이명박 정부에서 국방장관, 박근혜 정부에서 안보실장을 지내며 우리 안보를 책임져 왔던 인사”라며 “사이버사령부의 댓글 활동을 빌미로 ‘적폐’로 몰아붙이고 구속 수사한 것은 북한을 의식한 정치적 행위로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김두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도 “(검찰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비롯해 (남재준-이병호 등) 전직 국정원장들을 줄줄이 다 집어넣거나 수사 대상에 올렸고, 북한이 가장 싫어하는 김관진 전 장관도 구속했다”며 “이런 것들이 상징하는 것은 뭐냐”고 반문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끌어내린 뒤에는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을 타깃으로 삼을 것”이라며 “여권이 진행하려는 것은 해방 후 근현대사를 뒤집으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이 전 대통령도 “우리나라가 짧은 시간 내 민주주의와 경제 번영을 이루는 동안 부정적 측면도 있다는 것은 모두 다 아는 사실”이라며 “하지만 긍정적 측면이 부정적 측면보다 훨씬 큰데, 부정적인 것을 고치기 위해 긍정적 측면을 파괴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 측의 대응은 결국 보수층 전체의 결집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반면 이 전 대통령은 사이버사령부 댓글작업에 관여했다는 의혹은 강하게 부인했다. 이 전 대통령은 공항에서 기자들이 관련한 질문을 하자 “상식에 벗어난 질문하지 마세요. 상식에 안 맞아요”라고 했다. 이 전 대통령은 최근 법률 자문을 구하면서 주변에 “내가 무슨 이유로 군 사이버사령부에 댓글 공작을 지시하겠느냐”고 말했다고 한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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