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01 (금)

5년마다 방향 트는 검찰 칼 끝 … 전 정권 수사, 갈등의 악순환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MB 발언 계기로 본 정권 수사 역사

노무현 정부, DJ 대북송금 특검

박근혜 땐 MB ‘사자방’ 의혹 수사

노태우, 친구 전두환과 악연도

“환란(換亂) 수사는 표적 수사다.” 1998년 5월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은 검찰에 이런 표현이 포함된 답변서를 보냈다. 김대중 정부 출범 뒤 외환위기를 초래한 경제 실정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이었을 때였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강경식 전 부총리나 김인호 전 경제수석비서관을 ‘표적’으로 해 직무유기죄를 범했다는 혐의를 전제로 하고 있다. 당시 본인이 보고 겪은 사실에 입각하면 그런 혐의 사실이 인정될 만한 일은 추호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책의 방법이나 시기 선택 등에 관한 잘잘못에 대해 견해 차이가 있을지 모르나 사법 처리 대상으로 삼을 수는 없다”고 항변했다.

중앙일보

과거 정부 수사와 당사자 대응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19년 전 수사선상에 올랐던 전직 대통령의 주장은 12일 이명박 전 대통령의 인천국제공항 기자회견을 닮았다. 현 정부의 적폐청산 수사에 처음 내놓은 이 전 대통령의 입장은 ‘저항’ 또는 ‘반격’의 메시지로 읽혔다. 이 전 대통령은 “이것이 과연 개혁이냐 감정풀이냐 정치 보복이냐 하는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며 “새로운 정부에서 갈등과 분열이 깊어졌다”고 비판했다. 국정원과 군 사이버사령부의 정치 관여 의혹에 대한 수사는 그를 향하고 있다.

지난 정부와 현 정부의 충돌은 검찰의 수사를 매개로 정권마다 반복되고 있다. 검찰의 칼끝은 5년을 주기로 방향을 튼다. 1998년 환란 수사로 궁지에 몰린 김영삼 전 대통령은 5년 전에는 칼자루를 쥐었다. 취임(93년) 이후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리를 겨눴다. 김영삼 정부의 ‘역사 바로 세우기’ 수사는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을 구속했다. 전 전 대통령은 95년 12월 2일 검찰의 소환이 결정되자 서울 연희동 자신의 집 앞 골목에서 이른바 ‘골목 성명’을 발표했다. 그는 측근들과 함께 “대통령 김영삼의 문민정부는 5공과 6공에 대해 과거사 청산이라는 근거도 없는 술책을 통해서 왜곡하려고 하였다. 검찰 소환에 절대 응하지도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후 경남 합천군 고향으로 내려갔으나 결국 구속됐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5공 비리 수사(88년)로 인해 친구였던 전 전 대통령과 악연이 됐다. 전 전 대통령은 강원도 백담사에 칩거(88년 11월 23일부터 2년1개월)했다. 구속을 면하는 방편이기도 했지만 2016년 전 전 대통령의 부인 이순자 여사는 언론 인터뷰에서 “6·29선언을 자기(노태우 전 대통령)가 했다고 하고 우리를 쥐도 새도 모르게 죽여버리는 건 아닌가 해서 빨리 백담사로 간 것”이라고 회고했다. 이 여사는 회고록에서 6·29선언은 전 전 대통령이 만들어 노 전 대통령에게 양보한 것이라는 주장도 했다.

노무현 정부 때는 김대중 정부의 성과인 남북 정상회담과 관련한 ‘대북송금’에 대한 특검이 있었고, 이명박 정부에서는 2008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리 의혹을 수사했다. 노 전 대통령 수사는 그의 투신(2009년 5월 23일)이라는 비극으로 끝났다. 노 전 대통령의 사후 회고록에는 “제가 두려워하는 것은 검찰의 공명심과 승부욕이다”고 이 전 대통령에게 수사팀 교체를 요청하는 청원서를 썼다가 보내지 않았다는 내용이 나온다.

당시의 수사는 최근 검찰의 적폐청산 대상 중 하나다. 대통령을 망신 주려는 공작이 있었다는 정황이 나오자 이인규 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이 “국정원이 명품 시계 선물을 언론에 흘리라고 제안했으나 거절했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박근혜 정부는 이명박 정부의 ‘사자방(4대 강·자원외교·방위사업) 비리’를 집중 수사했다. 이 전 대통령은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에서 “과장된 정치적 공세”라고 반응했다.

문재인 정부는 박근혜 정부의 국정 농단 사건, 세월호 참사 관련 의혹, 이명박 정부의 국정원 정치 공작과 4대 강 사업 등을 수사 중이다.

김승현·한영익 기자 shyun@joongang.co.kr

▶모바일에서 만나는 중앙일보 [페이스북] [카카오 플러스친구] [모바일웹]

ⓒ중앙일보(http://joongang.co.kr) and JTBC Content Hub Co., Lt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