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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1 (금)

[취재일기] 세 마리 토끼 쫓는 한은의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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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하현옥 경제부 기자


10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의사록이 공개된 7일, 의사록 조회 수는 평소보다 많았다. 지난달 금통위 직후 소수의견 등장을 비롯, 기준금리 인상 신호가 나온 만큼 시장의 관심이 집중돼서다.

의사록에 따르면 소수의견을 낸 이일형 금통위원을 포함한 위원 3명이 매파(통화 긴축)의 발톱을 드러냈다. 여기에 매파로 분류되는 이주열 총재까지 포함하면 11월 금리 인상 가능성은 더 커졌다.

하지만 한은의 고민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한은의 골칫거리는 경기 회복에도 꿈쩍하지 않는 저물가다. 9일 발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도 이런 고민이 담겼다. 물가안정이 금과옥조인 중앙은행의 나침반은 물가상승률이다.

주요국 중앙은행은 발권력의 마법을 동원해 월가가 세계 경제를 수렁으로 몰았던 글로벌 경제위기를 극복했다. 풀린 돈의 힘에 기대 주요국 경제는 순항 중이다. 한국 경제는 3분기 1.4%라는 깜짝 성장률(전분기 대비)을 기록했다.

부작용도 나타났다. 유동성이 흘러넘치자 가계·기업 부채가 늘고 부동산 시장이 뜨거워졌다. 냉각수(긴축)가 필요한 이유다. 그런데 물가 나침반은 다른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경기가 좋아지면 물가가 오르는 게 수순이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 물가는 미지근하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실물 경제에 필요한 게 불쏘시개인지, 냉각수인지 중앙은행이 쉽게 결정할 수 없게 됐다”고 전했다.

한국은행의 셈법은 더욱 복잡하다. 함준호 금통위원은 지난 8일 “금리라는 하나의 수단을 보유한 통화 당국은 실물 경기와 물가 중에서 선택을 강요받는 상황에 부닥칠 수 있다. 점증하는 금융안정 위험을 더는 도외시하기도 어렵다. 정책 수단은 하나인데 세 마리 토끼를 쫓아야 하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국제결제은행(BIS)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클라우디오 보리오는 FT와 인터뷰에서 “중앙은행이 저금리를 유지했지만 인플레이션과 실물 경제에 영향을 끼치지 못하고 부채만 가파르게 늘어났다”며 “경제적 파괴를 일으키지 않고 금리를 올리는 게 어려워졌다”고 지적했다.

냉각수냐 부양책이냐. 결정의 시간이 다가온다. 시장은 이미 금리 인상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인다. 한은은 이미 깜빡이를 켰다. 차선을 바꿀 것인가, 아니면 직진할 것인가. 중앙은행이 시험대 위에 섰다.

하현옥 경제부 기자 hyuno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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