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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1 (금)

[비즈 칼럼]혁신성장의 지름길은 기술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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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홍성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위기는 가장 약한 고리가 터질 때 발생한다. 우리나라는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를 겪었다. 각각 외환보유고의 부족, 금융리스크 관리의 부실이 원인이었다. 올해는 생산성 위기론이 부상한다. 지난 10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디지털화: 한국의 차세대 생산혁명을 위한 성장동력’ 보고서에서 한국의 생산성 증가가 회원국 평균에 미치지 못한다고 분석했다. 국내외 여러 전문가들 또한 한국에서 반도체를 제외한 산업 전반의 경쟁력 하락을 우려한다.

생산성은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을 가능케 하는 근본이다. 근본은 오랜 시간에 걸쳐 만들어지며 쉽게 붕괴하지 않는다. 하지만 일단 붕괴하기 시작하면 응급처방이 어렵고 회복이 불투명하다. 과거 외환이나 금융 부문의 위기와는 차원이 다른 것이다. 그래서 생산성 위기를 서서히 끓는 냄비 속 개구리와 같다고 본다. 비록 체감하지 못하더라도 기업과 국가는 생산성 위기에 대한 경고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기업과 국가는 생산성을 어떻게 다루는가. 과거 아날로그 공장에서 기업가는 자본과 노동의 투입 관리로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었다. 아날로그 시대의 정부는 자본시장과 노동시장에 대한 개혁을 국가 차원의 경쟁력 향상 수단으로 사용했다. 하지만 디지털 경제에서는 사정이 달라진다. 디지털 공장에서 생산성은 기술혁신이 결정한다. 디지털 경제에서 정부는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술을 만들고 확산하는 국가 시스템에 집중한다.

문재인 정부가 혁신성장을 내세웠다. 혁신성장은 기술혁신을 통해 생산성과 경쟁력을 향상하는 성장 방식으로 국제 사회에서 일반화된 개념이다. 독일 정부의 ‘하이테크전략’, 핀란드의 ‘연구혁신리뷰’, 영국의 ‘성장을 향한 기획: 과학과 혁신’이 대표적인 국가 전략 사례다. 우리도 같은 개념으로 혁신성장을 정의하고 기술혁신에 집중하면 된다. 이를 위해 정부 내 혁신성장의 추진주체를 바꾸는 것을 고려해 볼 만하다. 거시경제 지표 관리, 공공개혁을 주도하는 재정당국보다는 기술혁신에 집중할 수 있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있으니 말이다.

소득주도 성장의 성공을 위해서도 정부가 혁신성장에서 기술혁신 전략을 강화하는 게 좋다. 소득주도 성장으로 발생한 분배의 효과를 다시 성장의 선순환으로 유인하기 위해서다. 예를 들어 기술 학습과 재훈련·연구개발·창업·서비스혁신과 같은 부문에서 국민과 소상공인, 작은 기업들이 더 많은 기회를 가지도록 공공 프로그램을 늘리는 방안이 있을 것이다.

요컨대 신정부가 혁신성장에서 생산성 위기의 극복을 최우선 목표로 다루기를 기대한다. 이를 위해 기술혁신 전략을 강화하고, 기술혁신을 저해하는 구조적 난제들을 풀어가야 할 것이다.

홍성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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