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와 더불어민주당 전해철 의원실의 말을 27일 종합하면, 전 의원실 측은 지난해 9월 의원실과 공정위, 환경부 관계자들이 만나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 성분이 포함된 가습기 살균제 제품의 유해성을 확인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 자리에서 환경부는 해당 제품이 인체에 유해하며, 추가연구는 유해성 판단과는 별도로 진행되는 것이란 입장을 공정위 당국자에게 설명했다.
전 의원실 측이 이렇게까지 한 것은 공정위가 지난해 8월 애경·SK케미칼이 CMIT 성분이 포함된 가습기 살균제 제품을 ‘안전하다’고 광고한 사건(기만적 표시·광고)의 심의절차를 종료하는 등 소극적 태도를 보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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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는 당시 “환경부가 가습기 살균제 성분 중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GM)’은 유해성을 인정했지만, CMIT는 추가연구를 진행하는 등 유해성을 인정하지 않았다”며 이같이 판단했다. 하지만 환경부는 공정위 결정이 내려지기 전 CMIT 피해자들을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로 추가하며 유해성을 인정했다.
공정위와 환경부 측의 만남 이후에도 상황은 크게 바뀌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관계자들은 환경부의 공식입장을 들은 직후에도 납득하지 않는 태도를 보였으며, 내부에 제대로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공정위가 자체적인 연구기관이 아님에도 관계 기관의 입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전 의원실 관계자는 “당시는 매우 답답한 상황이었으며, (다른 이유로)실무자가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고 말했다.
그 뒤 정재찬 당시 공정위원장은 국정감사에서 가습기 살균제 광고건에 대한 재조사를 검토하겠다고 했지만 재조사로는 이어지지 않았다. 공정위 심판관리관실은 CMIT 제품의 유해성을 재확인하고, 공소시효를 연장하는 내용을 담은 재조사 검토 보고서를 작성하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 재조사 여부를 논의한 자리에서는 ‘환경부 추가조사’의 필요성 등이 또다시 언급되며 재조사가 무산된 것으로 전해졌다.
공정위가 환경부의 입장을 확인했음에도 사건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데는 가습기 살균제 문제에 소극적으로 대처한 박근혜 정부 분위기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환경부는 CMIT 제품 피해자들을 처음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로 추가할 때 공개브리핑 등에서 CMIT 제품의 유해성을 적극적으로 확인해주지 않았다. 검찰도 CMIT 제품 제조사에 대한 수사를 하지 않았고, 공정위 역시 CMIT 제품 광고 사건을 심의종결했다.
당시 공정위 분위기를 아는 관계자들은 김상조 공정위원장이 온 뒤 손바닥 뒤집 듯 뒤바뀐 일부 공무원들의 행태가 더 도드라져 보일 수밖에 없다. 공정위는 김 위원장이 온 뒤 환경부로부터 가습기 살균제 제품 유해성에 대한 공문을 받았으며, 재조사에 들어가겠다는 방침을 최근 밝힌 바 있다.
일각에선 과거 공정위의 사건 처리에 ‘외압’이 있었다는 의혹도 보내고 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관련 보고서를 모두 읽고 관련자를 면담한 결과, 정치적 외압은 없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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