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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1 (금)

국정원 적폐사건 구속영장 ‘4건 발부 7건 기각’…검찰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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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공작’ 추명호, 추선희 기각

검찰 ”수긍 안돼“…재청구 검토

“정밀하지 않은 몰아부치기” 지적도

검찰이 지난 보수정부 시절 ‘정치 공작’ 등에 가담한 혐의를 적용해 청구한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잇따라 기각되면서 수사가 벽에 부딪혔다. 지난달 법원의 잇따른 구속영장 기각에 “법과 원칙 외에 또 다른 요소가 작용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날을 세웠던 검찰은 법원의 판단에 다시 반발하고 있다.

이번엔 이명박ㆍ박근혜 정부 당시 ‘정치 공작’을 비롯해 여러 불법행위에 개입한 혐의를 받는 국가정보원 및 보수단체 간부의 구속영장이 모두 기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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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제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청구된 추선희 전 대한민국어버이연합 전 사무총장의 구속영장이 20일 새벽 기각됐다. [연합뉴스]


20일 오전 2시쯤 추선희 전 대한민국어버이연합 사무총장의 영장이 기각됐다. 서울중앙지법 오민석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범죄 혐의는 소명되지만 피의자의 신분과 지위, 수사진행 경과 등을 고려할 때 도망 및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이 추씨에게 적용한 혐의는 국정원법 위반, 명예훼손, 공갈 등이었다.

이에 검찰은 “자료를 숨기고 주민등록지가 아닌 것에 거주하는 등 증거인멸 및 도주 우려가 현저한 피의자에 대해 영장을 기각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냈다.

추씨가 국정원의 요청과 자금지원을 받아 김대중 전 대통령 묘지 훼손 퍼포먼스 등 국정원 정치공작을 돕는 폭력 시위를 반복하고 이를 이용해 대기업을 협박해 금품을 뜯어내는 등 각종 범죄를 저질렀다는 주장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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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 당시 국정원 정치개입 의혹’과 관련해 추명호 전 국정원 국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27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으로 들어서며 취재진 질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한 시간 뒤 추명호 전 국가정보원 국익정보국장의 영장까지 기각되자 검찰 분위기는 더 험악해졌다. 서울중앙지법 강부영 영장전담 판사는 “전체 범죄사실에서 피의자가 차지하는 지위와 역할, 피의자의 주거 및 가족관계 등을 종합하면 피의자를 구속해야 할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이에 검찰은 법조 담당 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국정원의 의사 결정에 깊숙이 관여한 최고위 간부가 매우 중한 범행을 저질렀는데도 구속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법원의 판단은 선뜻 수긍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검찰 관계자는 “증거가 이미 수집됐기 때문에 구속하면 안 된다는 건 말이 안 된다”며 “특히 ‘가족 관계’까지 언급하며 도망가지 않을 것이라고 예단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추 전 국장에겐 건강이 안 좋은 가족이 있는데, 법원이 영장 기각 사유 중 하나로 이런 점까지 참작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추 전 국장이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 등을 사찰하고 우병우 전 민정수석에게 비선 보고했다는 등의 국정원 추가 수사의뢰에 대해 신속하게 수사를 진행한 후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를 적극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날 영장 기각으로 ‘국정원 적폐청산’ 수사는 숫자상 총 11건의 영장 청구 중 7건이 기각됐다.

‘문성근ㆍ김여진’ 합성사진 유포 등 문화연예 블랙리스트 실행 라인인 ‘추명호-유모 팀장-서모 팀원’ 중엔 유 팀장 빼고는 모두 기각됐다.

국정원 활동비를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는 직원 문씨도 공탁금을 낸 사실 등을 감안해 구속을 면했고, 댓글 활동에 관여한 민간팀 사이버팀장 2명과 양지회 사무총장도 “전체 범죄에서 지위가 낮다“는 이유로 집으로 돌아갔다.

구속된 이는 민병주 전 국정원 심리전단 단장을 비롯해 민간인 사이버 댓글팀을 운영하는데 관여한 전·현직 국정원 관계자 등 4명이다. 법조계 일각에선 "검찰이 범죄 가담 정도 등을 고려하지 않고 ‘적폐 청산’이라는 큰 구도에만 맞춰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법원의 영장 발부 기준이 너무 엄격해지고 있다는 얘기도 있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수사진행 경과’, ‘가족관계’ 등 잘 쓰지 않는 표현을 언급하며 영장을 기각한 것을 보면 범죄가 소명이 되어도 증거인멸이나 도주의 우려가 없으면 불구속 상태로 수사하고 재판을 받으라는 원칙이 강조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현일훈·손국희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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